구원의 미술관 - 그리고 받아들이는 힘에 관하여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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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라는 질문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도대체 나는, 우리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우리들의 삶이 방향을 잃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중심의 지구 생활이 최악의 재난을 일으키고 있는데, 우리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발견하기 위해 저자는 그림을 찾는다. 그림에서 희망을 발견하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이 책의 저자인 강상중은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한국인이다. '자이니치'라고 하는 경계인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일본 방송에서 미술에 관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을 책으로 엮어냈다. 그림과 조각, 도자기 등을 통해서 인간에 대해서, 자연에 대해서 생각한 것을 풀어낸 책이다. 서양의 작품들과 일본 작품들을 융합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중심 인물은 '뒤러'다. 그래서 책의 처음 시작은 뒤러의 '자화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역시 뒤러의 '멜랑콜리아1"로 맺고 있다. 강상중은 뒤러의 자화상을 보는 순간, 그 그림이 자신에게 '나는 여기에 있어.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19쪽)라고 묻는 듯했다고 한다. 어쩌면 강상중은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자리를 뒤러를 통해서 발견하고 위안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해야 한다.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자신을 성찰하다보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구원에 이르게 된다.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성찰하는 삶,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사회 속에서, 역사 속에서, 또 자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사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처럼 '구원의 미술관'에 가게 되는 것이다. 미술을 통해서 자신의 삶에 구원을 받는 것. 이것은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그림이 우리에게 던져준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주제로 나누어 미술을 우리 곁으로 데려다 주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주제로 나누고 그에 해당하는 미술들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설명하고 있는 그림을 수록하고 있으므로, 그 그림을 보면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해도 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상해도 된다.

 

어떤 식이든 그림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림은 그 자리에 있다. 그림이 말을 한다면 "나는 여기에 있어"다. 나는 여기에 있다는 말은, 너는 어디에 있냐는 질문이다.

 

그 질문을 미술을 통해서 받아들이게 된다. 곧 삶을 성찰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 미술가들의 작품이 나와 있어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작품을 통해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발견하면 된다.

 

저자 역시 그 점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냥 자신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자신이 그림을 통해 느꼈듯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느끼기를. 그래서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발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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