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 역설 - 반성을 시키면 범죄자가 된다
오카모토 시게키 지음, 조민정 옮김 / 유아이북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표지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뭐야, 이거?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점에서는 성공이다. 책 제목보다 제목 위에 있는 문장, "반성을 시키면 범죄자가 된다" 이 문장이 이 책을 읽게 했다.

 

우리는 보통 잘못을 하면 반성을 하라고 한다. 반성하지 않으면 나쁜 놈, 가능성이 없는 놈이라고 욕을 한다. 이게 보통 우리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반대로 이야기한다.

 

이때 반성을 잘하는 사람은 또다시 사고를 친다고. 그것도 점점 더 큰 사고를. 왜냐하면 반성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바로 피해자의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반성을 해야 할 대상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인데, 피해를 입은 사람의 입장에서 너 잘못했어, 반성해, 다시는 그런 일 하지 마라고 해봤자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해자는 반성하는 척해 이 때를 벗어날 뿐이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예로 들면 소위 생활지도부라는 곳에 가면 학생들에게 반성문을 요구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구구절절히 반성문을 써오는데... 그 반성문대로 행동이 변화된 학생이 얼마나 될까.

 

교정시설에 갇혀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단지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차원을 넘어 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교육도 하는데... 학교에서 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교육을 한다는 것.

 

결국 이들 역시 반성하는 척(?)을 하게 된다는 것.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저를 돌봐주신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이런 류의 틀에 박힌 반성문만을 쓰게 되고, 행동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반성의 역설이다. 반성을 강요하기에 다른 사람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은 전혀 변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반성을 시키는 것이 일으키는 부작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반성은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이니, 반성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피해자의 시선이 아니라 가해자의 시선으로 먼저 사건을 보게 하라고 한다. 자신이 왜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했는지를 글로 쓰게 하는 것이다. 그 글을 쓰다보면 이상하게도 첫부분에서는 피해자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글이 나오게 되고, 중간 부분을 넘어가면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반성하는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이것은 피해자에 대한 감정을 풀다보니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고, 이것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성찰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무턱대고 반성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랬는지 차분히 그 이유부터 들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어렸을 적에 나타난 문제는 앞으로 일어날 큰 문제를 막는 예방주사가 될 수 있는데, 앞뒤 안 가리고 반성하라고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봉합되어 버리고 이것이 나중에 크게 터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반성을 시키면 범죄자가 된다'는 말의 의미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반성문을 자신에 대한 성찰을 방해한다. 그리고 그 때만을 벗어나게 한다. 또한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원인을 차분히 밝히는 일을 막는다.

 

그러니 우선 너 잘못했어, 반성해 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왜 그랬는지 가해자의 입장을 우선 고려해 보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해자를 완전히 긍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목적은 가해자가 다시는 그런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니, 그렇게 하기 위한 근본적 치유는 원인을 감추고 당장의 행동을 정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의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원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가해자 자신이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하는데, 그것은 반성문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발견하면 그 다음으로 진정한 반성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안 좋은 행동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 이 책에서 제시한 내용 곱씹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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