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파문 - 노자, 아나키, 꼬뮌
신철하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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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파문. 이 제목만 가지고는 도무지 노자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할 수 없다. 노자 하면 무위(無爲)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런 노자를 사랑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하고, 그 사랑이 퍼져 나가게 하는 것에 목적을 둔 사상을 노자의 사상이라고 정리한 저자의 노자 읽기는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하긴 철학(philosophy)이라는 말이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의미라고 한다면, 그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정치사상이라는 것에서 사랑이 빠져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이 출현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이 출현한 시대는 춘추전국시대이고, 그 시대는 조화가 무너지고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침범하는 시대 아니었던가.

 

이 시대를 이겨내는 사상들은 바로 사랑에 바탕을 둔 사상들이 아니었을까? 이 점에서 제자백가 중에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상들에는 기본적으로 사랑이 바탕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무엇에 대한 사랑일까? 단순한 지식에 대한 사랑? 그것은 아니다. 지혜란 단지 많이 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는가를 아는 것 아니겠는가?

 

잘 살아간다는 것의 기본은 바로 사랑이다. 이 사랑이 어떻게 실현되느냐에 따라 각 사상가들이 달라지고 있는데...

 

노자는 기본적으로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거대한 중앙집권적인 통치를 부정하고 자치를 주장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주장을 좀더 밀고 나가면 노자는 결코 춘추전국시대의 통일을 (노자가 살던 시대는 춘추시대니 주나라 중심의 통일을) 바라지는 않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는 중앙집권적인 거대 통치국을 바란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마을에서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하며 서로 돕고 사는 상부상조의 작은 공동체를 바라고 있으니, 오히려 춘추시대에 서로의 영토를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노자가 어떤 주장을 했느냐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보다는 지금 이 시대에 노자의 주장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또 어떻게 노자의 주장을 실현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좋다는 쪽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노자 사상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도덕경의 다른 해석본과 저자의 해석을 비교해서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그런 해석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사랑에 기반을 둔 작은 공동체들의 연합, 그렇다면 그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남북의 긴장이 완화되어 평화적으로 교류 되어야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자치가 확립되어야 한다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방자치가 지금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없는데, 그것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노자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하고, 이런 점에서 아나키와 코뮌을 노자의 사상과 연결지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상황과 또 플라톤을 비롯한 서양의 여러 사상가들의 사상, 그리고 우리나라 소설들에 나타난 상황들을 종합하여 노자의 사상을 적용하고 있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단지 노자의 사상을 먼 과거의 사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사상, 그것도 남북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노자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지방자치제를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가 노자의 사상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제목이 '사랑의 파문'이다. 노자 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이 멀리멀리 퍼져 나가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는다면 우리 사회가 좀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노자의 도덕경에 대한 해설서가 아니다.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저자 나름대로 소화해서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시킨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도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덧글

 

책을 출판사에서 보내주었다. 노자의 도덕경을 다르게 해석하는 법, 또 책을 자신에 맞게 소화시키는 법. 다양한 책들과 융합시키는 법을 보여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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