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이렇게 세상을 본다 재원미술총서 15
박우찬 지음 / 재원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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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작가는 '미술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예술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우리의 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눈이 전부는 아니다. 눈으로 본 것을 표현할 재능이 있어야 하니, 재능은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눈이 본다? 도대체 눈이 무엇을 볼까? 신기루라는 것도 있고, 우리 눈은 가끔 제 필요한 것만 보고 보지 않고 지나치는 것도 많지 않은가?

 

그럼에도 눈으로 보는 예술이 미술이라면 어떻게 보느냐가 미술에서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미술의 역사를 르네상스부터 시작한다. 그 전에 나온 미술품들은 미술이 아니라 종교, 숭배의 대상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니 예술에서 제외하자고.

 

왜 르네상스인가? 이때부터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사물을 인간에게서 떨어뜨려 놓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 그렇다면 그 전에는? 그것은 우리가 우리 눈으로 본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신의 눈으로 본 것밖에는 되지 않았다고.

 

이제 인간의 눈으로 보게 되니, 사실성이 문제가 된다.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잘 보았다고 하고, 그것을 보이는 대로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이 때 나온 것이 '그리드'라고 한다. 격자창이라고 하면 좋을 듯한데... 줄무늬가 그려진 창으로 대상을 보고 그리는 것, 그러면 원근법을 살릴 수 있기에 사물의 모습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그리드'를 이어 사람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바로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미술에 원근법이 들어온 다음에 '빛'이 들어온다. 빛이 하나의 대상으로 미술에 들어오고, 한 시대를 풍미한다.

 

그러나 우리 눈으로 무엇을 볼 수 있나 하는 문제는 '카메라'가 나오면서 미술에 위기가 닥친다. 카메라는 인간의 눈보다 더 정확히 사물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나온 뒤 미술은 변화를 추구한다.

 

무엇으로? 추상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추상, 인간이 볼 수 있는 대상들을 원초적인 물체로 바꾸어 놓고, 그것을 평면에 모아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입체파라든지, 추상화가들이 이렇게 해서 등장하는데... 단지 추상만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까지도 보려고 한다. 미술은 거기까지 나아간다. 초현실주의다.

 

여기서 그치면 미술이 미술이 아니다. 그러면 미술은 이미 우리 시대에 사라졌을 것이다. 미술은 이제 최첨단 기기들을 이용한 단계까지 나아간다. 그런 기계들과 함께 미술행위 자체도 미술이 된다.

 

이것이 미술이 세상을 보는 방법의 변화이고, 그런 방법이 미술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과정이다.

 

그 점을 이 책은 아주 간단하고도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용어에 관해서는 용어를 분석해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에, 미술에 관심있는 초보자에게는 아주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만을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도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은 변화하지 않고 가만히 정지해 있지 않는다. 쉬임없이 변화하고, 요즘 세상은 너무도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미술의 많은 유파들이 세상을 보는 눈, 방법을 바꿨기 때문에 나왔듯이 우리 역시 세상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삶의 방식들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아마도 작가는 그 점까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부분에서 안견과 안평대군의 예를 들면서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상상력은 있지만 그림 재능은 없는 안평이 안견의 도움으로 예술 작품을 남길 수밖에 없었으니, 지금 시대에는 상상력이 있는 안평이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반면, 그림 재능만 있고 상상력이 부족한 안견은 제대로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가상의 이야기...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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