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 그곳으로부터 - 서울의 풍경과 오래된 집을 찾아 떠나는 예술 산보
최예선 지음, 정구원 그림 / 지식너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과거 한 나라의 수도로 500여 년을 버텨왔던 도시. 그런 역사가 축적되어 있는 도시를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

 

가끔 서울 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산 자락에 올라가 서울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도대체 서울의 어느 곳에 역사가 자리잡고 있단 말인가, 삐죽삐죽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기만 한 건물들, 서울의 역사적 특징을 전혀 지니고 있지 않은 콘크리트와 유리로 덮여 있는 건물들에, 죽죽 뻗은 도로들, 그 위를 질주하는 자동차들.

 

이게 산자락에서 보이는 서울의 모습이다. 멀리서 보면 서울은 그냥 대도시일 뿐이다. 메트로폴리스 또는 메갈로폴리스라 불리는 거대 도시. 회색도시, 사람들을 가두고 있는 거대한 공간.

 

그러나 서울은 깊다. 그 깊이는 직접 내려가 보아야만 느낄 수 있다. 멀리서, 위에서 보면 깊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찾을 수도 없다. 아무리 입체적으로 표현하려고 해도 결국 모두가 평면으로 보이는 조감도에 불과해진다.

 

서울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직접 걸어야 한다. 걸어서 찾아가야 한다. 발과 눈이 하나가 되어 마음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것이 서울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이 책은 서울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책을 읽어가며 서울의 다른 모습들, 현재 서울이라는 층에 켜켜히 쌓여 있는 서울의 역사를 알게 된다. 이렇게 서울이 깊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굳이 오후 세 시일 필요는 없다. 언제든 서울의 역사를 찾아 떠나면 된다. 그렇게 자신의 발로, 자신의 눈으로 서울의 역사를 보면 된다. 그러면 서울의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작은 제목이 '서울의 풍경과 오래된 집을 찾아 떠나는 예술 산보'인데... 이제 서울에는 오래 된 집들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다.

 

비록 예술가들, 저명한 사람들이 살았던 집이라도 남아 있기보다는 헐리고 만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아직 남아 있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집들을 찾아 사색에 잠기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예술가들의 집도 좋고, 박물관도 좋고, 예전 역사를 간직한 집도 좋다. 이 책에는 그런 집들, 동네들이 나온다.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과 작가의 글이 하나가 되어 오래된 집을 찾아 떠나는 길이 한 편의 예술이 된다.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이 책을 읽으면 마치 그 집 앞에 있는 듯한, 그 집에 살던 사람들과 마주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서울이 이렇게 깊은 도시구나, 우리가 찾지 않고, 또 보지 못해서 그렇지 서울이란 도시는 멀리서 눈에 보이는 대로만 존재하는 도시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서울을 걷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간 전철로 또 버스로만 다녀서 직접 발로 느끼지 못했던 동네들을 걸으면서 느끼고 싶단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이 책은 꼭 서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역사가 깊은 도시가 어디 서울뿐이겠는가. 전주도 그렇고, 부산도 그렇고, 경주도 그렇고, 공주도, 부여도, 군산도 역사가 깊은 도시들이다. 이런 도시들 걸으며 우리 역사에 켜켜히 쌓인 깊이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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