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 - 나를 키운 것들 문지 푸른 문학
김종광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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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작가의 말을 인용한다.

 

'이 소설은 48편의 길고 짧은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삼았다.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겠다. 1960-70년대 출생한 시골 출신 어버이 세대는 이렇게 자랐구나! 편한 마음으로 봐주시기를.'

 

소설이다. 이 말은 꾸며낸 이야기란 말이다. 꾸며낸 이야기는 완전한 공상이 아니다. 꾸며낸다는 말 자체에는 이미 사실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설을 있음 직한 일을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쓴 글이라고 하지 않나? 그렇다면 이 소설은 어떤가?

 

바로 이 소설의 뒷부분에 실려 있는 작가의 말에 답이 있다. 시골출신 어버이 세대의 경험담이라고 한다. 여기에 작가의 고향인 보령이 구체적인 지명으로 등장한다.

 

하여 이 소설은 1970-80년대 어린시절과 청소년시절을 보낸 지금 아버지-어머니 세대의 이야기다. 어느 정도는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을 것이고, 작가가 들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지만, 지금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어른들이라면 그땐 그랬지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내용이 많다.

 

그냥 과거의 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과거를 현재에 불러온다. 현재의 청소년들에게 과거 어른들의 청소년기를 보여준다.

 

어른들도 너희들과 다르지 않은 시절을 보냈다고... 어른들도 이렇게 세상물정 모르고 사고치고,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보냈다고.

 

그 때 어른들이 자기들을 지금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대하듯이 다루기도 했다고.

 

여기에 더 기막힌 것은 충청도 보령이라는 시골의 장소성이다. 산업화를 겪지 않은, 기껏해야 탄광이 있고, 농사를 짓고, 동네에서 몇몇이 소위 출세라는 것을 한 시골의 장소성.

 

이들은 삶이 힘들기 때문에 진보적일 것 같지만, 이들의 생활에서는 진보적인 이념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오직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이들은 정부에서 전하는 홍보에 순응한다. 아니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한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빨갱이'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추방해야 할.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교사들이 얼마나 충실히 하는지, 얼마나 체벌이 일상화되어 있는지 소설의 곳곳에 나와 있다.

 

그나마도 이념의 균형을 잡아줄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소수이다. 시골에서는 이념의 중립, 또는 이념의 조화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오로지 텔레비전에서 하는 말이 진리다. 그 이외의 것은 없애야 할 것, 지금도 '종북좌파'라면 옴짝할 수도 없게 되지만, 이 시대에는 '빨갱이'라는 말 한 마디면 모든 것이 끝난다.

 

하지만, 이런 과거를 과거의 이야기로 하기 때문에, 그 시대를 살아낸 청소년의 처지에서 소설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내용이 무겁지 않다.

 

소년의 눈으로 내용이 전개되기에 이념 갈등도 없다. 그냥 가볍게 읽으면 된다. 읽으면서 때로 킬킬거리면 된다. 그만큼 소설을 끌어가는 작가의 힘이 잘 드러나고 있는 소설이다.

 

다만, 4-50대의 어른을이 읽으면 향수에 젖으며 킬킬거릴 수도 있지만, 지금 청소년들이 읽으면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웃어야 할지를 모를 수가 있다. 그 당시 상황에 대해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소설에 나타난 내용이 '반어'에 해당한다는 것, '풍자'에 해당한다는 것을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더라도,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는 사람에게 이 소설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하고 말기 쉽다.

 

하지만... 우리나라 70=80년대 상황을 안다면 이 소설은 참 재미있다. 그 어지러운 시대, 어려운 시대를 이렇게 경쾌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감탐을 하게 되기도 한다.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런 지식만 바탕이 된다면.... 아니어도 재미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웃어야 할 장면을 놓치기 쉽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가령, 이 책에 실린 소설 중에서 '시인'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다. 그냥 읽어도 좋지만, 보령 출신 우리나라 소설가, 이문구를 떠올리며 읽으면 이 소설이 가슴에 다가온다. 이문구의 아픔 또한 느낄 수 있고... 물론 이 소설에서는 이문구라는 이름은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문구를 연상할 수 있으면 읽는 재미가 두 배가 되니 얼마나 좋은가.

 

이런 식이다. 조금만 우리나라 사회역사적 배경을 알면, 더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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