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가 아직도 이미지로 보이니? - 우리가 몰랐던 이미지의 모든 비밀
주형일 지음 / 우리학교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이 책에서도 지은이가 말하고 있지만 지금은 이미지의 폭주 속에서 눈이 가장 피곤한 시대일지도 모른다.

 

눈이 피로한 시대, 이미지 과잉 시대 속에서 우리는 고정된 이미지를 안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규정하는, 자신의 사회를 규정하는 이미지를 은연중에 몸에 지니고, 그것을 잣대로 세상을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미지는 우리 생활 속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데, 이미지가 과연 무엇일까? 이미지를 어떻게 관계맺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가령, 이 책만 하더라도 주요 독자가 아마도 언론학, 광고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도 그렇고, 글을 전개하는 어투를 보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가 중고등학생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시험을 위해서 모든 것을 놓고 시험 하나만을 위해 달려가는 경주마와 같은 아이들... 그런 모습과 더불어 손에는 늘 스마트폰이 들려 있어서 그것에 온 눈을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 이런 이미지 아닐까?

 

지금 학생들을 이미지로 그려본다면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아니라 손에 든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리라.

 

그만큼 중고등학생들은 엉덩이로 공부한다기보다는 손가락으로 공부하는 습관이 더 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 손가락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엉덩이가 필요한 이 책이 얼마나 읽힐지...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우선 읽는 사람의 눈에 들어야 하는데... 손이 가게 해야 하는데... 그래서 책에서도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아마 그래서 이 책도 표지에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사용했는지도 모른다.

 

마릴린 먼로가 누군지 몰라도 앤디 워홀의 작품을 몰라도 이 그림은 눈에 확 들어와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런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기게 했다면 우선 성공이다. 이미지에 관한 책으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표지에 실어 책을 읽히게 한다는 면에서는 성공인데... 내용은 이미지학이라고 해도 좋을 책이다.

 

이미지에 관한 내용을 개괄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이미지의 정의부터 이미지의 역사, 이미지의 역할, 이미지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등 이미지를 깊이 있게 공부하기 전 개관할 수 있는 책으로는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들을 중고등학생들이 읽고 생각하고 생활에 접목한다면 우리나라가 문화국가가 되기는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과연 학생들에게 이런 시간이 있을까?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책을 읽는 이미지의 학생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 지금 홍수처럼 넘쳐나는 이미지들의 이면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학생들은 지금 시험에 쫓겨 다른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나만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서겠지.

 

이런 이미지를 깨는 일...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읽은 사람이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미지는 우리가 그렇게 이해한 세상을 가장 근접한 형태로 재구성해 보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이미지와 관련해 말하자면 우리는 어딘가에 있는 진리를 발견해 간다기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것을 만들어 갑니다.  237-238쪽

 

우리는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이미지에 대해 탐구하기보다는 현실과 이미지를 앞에 둔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현실을 만들어 가는 것도 나이고 이미지를 통해 현실을 보는 것도 나이기 때문입니다. 238쪽.

 

그렇다. 내가 살아온 경험에 의해서 학생들의 이미지를 시험에 쫓기는 모습으로 고정시켜 놓았을지도 모른다. 요즘 학교를 거부하는 학생들, 자신들의 꿈을 찾아 적극적으로 생활하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은 나는 청소년들의 이미지를 고정시키지 말고,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살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지닌 편견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다. 청소년들도... 눈 앞에 보이는 이미지에 휩쓸리지 않고 이미지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무언가 기초를 쌓아야 한다.

 

가끔은 엉덩이가 무거워져도 된다. 고맙게도 이 책은 너무 엉덩이를 무겁게 하지 않아도 된다. 편하고 재미있게, 그러나 여러가지를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다.

 

이미지의 홍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한 번 이 책을 보도록 하자.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앉아 있는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면서. 

 

덧글

 

이 책은 출간기념 서평 이벤트에 응모해서 받은 책이다. 이런 행운이 가끔씩 내게 찾아온다.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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