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과 함께 하는 청소년 인문학
도홍찬 지음 / 글모아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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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독일 작가이다. 외국 작가들 중에 우리들에게 친숙한 작가들 이름을 대라고 하면 헤세의 이름도 꼭 들어가는데... 특히 그의 작품 중에서 '데미안'은 청소년들의 필독서로써도 인기가 많다.

 

"데미안"이 성장소설이라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필독도서, 또는 권장도서로 권하고 있기도 하지만, 또 가끔 논술문제에도 나와 청소년들이 꼭 읽어야 할 책 목록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이 소설을 읽은 청소년들은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읽어내기가 만만치는 않은 책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른 독일 상황이기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책을 읽어나갈 시간도 부족한 우리나라 청소년들 상황이기도 하고, 또 학교 공부에 시달리느라 인문학에 관한 공부, 인문학에 관한 책들을 읽은 학생이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읽어치우고 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점을 극복하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청소년들이 이 책에 쓰여진 관점처럼 읽어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다면 "데미안"이라는 소설에서 무엇을 찾아내고,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도대체 소설을 읽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책이 "데미안"에 들어 있는 인문학을 끄집어내어 알려주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소설 한 편에 얼마나 많은 인문학적 성찰이 들어있는지를 하나하나 알려주고 있어서, 다른 소설을 읽을 때에도 이런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데미안"에는 우선 서양 사상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에 대한 내용과 고대 그리스 철학, 그리고 무의식을 다루는 심리학, 또 합리론, 경험론 같은 근대 철학 여기에 자연철학이 나올 뿐만이 아니라, 장자와 불교와 같은 동양 사상도 추출해낼 수 있다.

 

어떻게 찾아내고 어떻게 고민할 수 있는지는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책을 읽은 것으로 대체하고, "데미안"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이 '데미안'이 아니고 '싱클레어'라는 점은 지적하고 넘어가자.  책을 읽지 않고 제목만 본 청소년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유년시절부터 대학생이 되는 성년까지 싱클레어가 겪는 경험, 고민들을 중심으로, 그 고민들을 싱클레어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가를 보여주는 소설이 "데미안"이다.

 

안락한 가정에서 벗어나 사회로 나아갈 때 분리를 경험하고, 이 분리를 다시 통합으로 이끌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선과 악을 인정하되 분리된 것으로 파악하지 않고 통합된 것으로, 이것들이 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내부에 있음을... 그래서 결국 데미안은 싱클레어 자아임을 파악해 가는 과정. 이것이 바로 소설을 읽는 과정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 고민할 시간도 없이 오직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경주마처럼 달리고 있다. 이들은 싱클레어처럼 고민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과 거리두기를-이를 이 책에서는 낯설게 하기라고 한다. 자신을 타자로 볼 수 있는 관점- 하지 못하고 있기에 고민을 할 수조차 없다.

 

적어도 "데미안"에서 싱클레어는 다른 세계를 기웃거릴 여유나 또 자신 안으로 침잠해 들어갈 여유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그러한 여유조차 갖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니 말이다.

 

그러나 "데미안"을 자세히 읽어보면 이것은 핑계다. 자신의 모든 것을 외부에 돌리는 핑계. 외부의 세계가 아무리 나를 압박하고 몰아가고 결국 내 삶을 살아가는 주체는 나이고, 내가 나를 살 수밖에 없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인문학적 성찰이고, 이 책은 그래서 "데미안"이라는 소설을 놓고 청소년들에게 어떤 삶을 살지 고민하고 결정하라고, 다른 사람이 아닌 너 자신이 결정하라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너를 낯설게 볼 수도 있어야 한다고... 너 자신은 단일한 존재가 아니라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존재이니 그것을 하나하나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인정하여 또 다른   너를 찾아야 한다고 청소년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좀더 쉽게 잘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의 끝부분에 실려 있는 '부록'을 먼저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부록을 읽고 "데미안"에서 무엇을 찾아내서 고민해야 할지, 그 지점들을 인식한 다음, 이 책의 본문을 읽으면서 그것들을 구체화시켜 나가면 좋을 듯하다.

 

아마도 이 책은 소설을 이렇게 읽으면 좋다는 전범이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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