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전환 - 21세기 노동해방과 녹색전환을 위한 적록동맹 프로젝트
김현우 지음 / 나름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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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

 

전환이 필요한 때임은 확실한데, 어떤 전환을 이루어야 하느냐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이 우리나라보다는 외국에서 먼저 쓰였고, 영어로는 'just trasition'이라고 하는데, 이 개념이 어렵다면 조금 쉽게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이 결합하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예전에 "녹색은 적색이다"라는 책도 있었고, "녹색희망"이라는 책도 있어서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운동, 그리고 환경운동이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함을 주장하기도 했었는데, 이 '정의로운 전환'은 이를 현실에 맞게 구체화시킨 운동이라고 보면 된다.

 

하여 사회를 위협하는 일자리를 그냥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자리를 사회에 유용한 일자리로 전환하는 노력을 하고, 그렇게 하자는 운동, 이것이 바로 '정의로운 전환'이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배기가스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니 자동차 산업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겐 자신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이니, 자동차 노조에서 자동차 산업을 폐기하자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여기에 적용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은 무엇인가?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이를 친환경적인 산업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자동차 기술이 다른 교통 관련 기술에도 쓰일 수 있으므로, 이들의 기술을 친환경 분야의 기술로 전환하게 하여 고용과 환경을 함께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것이 바로 '정의로운 전환'이다.

 

이러한 '정의로운 전환'이 우리나라에서 언제 시도가 된 적이 있었나? 적어도 전환까지는 안 갔더라도 함께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그래서 '정의로운 전환'의 단초를 보여준 일이 바로 밀양의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에 영남권 건설 노동자들이 밀양 송전탑 공사 협조 거부 의사를 밝힌 적이 있고, 반대 운동에 함께 했던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노동자와 송전탑' 참조)

 

건설 노동자들은 송전탑을 건설해야 하지만, 그 송전탑이 환경에도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은 건설 협조 거부 표시를 한 것이다. 이렇게 서로 함께 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원자력 발전, 즉 핵발전에서도 마찬가지다. 핵발전노조는 그들의 기술이 재생에너지 기술로 전환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전환이 가능함을 보여주어야 하고, 환경 운동도 마찬가지로 "핵발전 폐기하라"에서 한 단계 나아가 핵발전을 폐기하고, 이런 발전으로 전환하면 노동자도 좋고, 시민들도 좋고, 자연에도 좋은 방법이 있음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사례들은 이미 외국에서도 많이 나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것은 노동자들과 환경 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될 일이고, 그래서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진 이들간의 만남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도 나오는데 누군가 그랬다고 한다. 노동운동 단체와 환경운동 단체에서 한 명씩이라도 서로 사람을 파견보내 인턴 근무를 하게 하자고. 돈이야 각 단체에서 대면 되니, 이렇게 인적 교류가 이루어지면 자연스레 내용 교류도 이루어지고 대안을 함께 마련해 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이 책 244쪽부터 248쪽 참조)

 

이것이야말로 노동운동이나 환경운동 단체의 지도부가 먼저 해야할 일 아니겠냐고. 지도부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하는 것이 아니라 당면문제부터 먼 과제까지 내다보고 대책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지도부가 힘든 것이기도 하겠고.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에 지은이가 한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좋은 말은 역시 입에 쓰다. 그러나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

 

이제는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이 함께 가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그러니 이 책에서 말걸기를 시도한 지은이의 말에 적극 응답해야 한다.

 

'... 민주성과 계급성을 잃지 않고 조직을 잘 지켜온 노동조합들이 지역사회 실천과 녹색전환에서도 앞장서고 있다. 이미 코앞으로 다가온 미래를 선취하지 않는다면 궁색하고 외로운 방어 투쟁으로 끊임없이 후퇴하고 말 것이다. 후퇴가 아닌 공세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면 이제 거기에는 노동과 산업 자체의 전환, 우리의 살림살이와 유대 방식의 전환을 위한 모색이 함께해야 한다. ... 이 책은 그런 기대를 담아 적색과 녹색, 녹색과 적색의 씨앗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말 걸기다.' (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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