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외롭고 높고 쓸쓸한 우리학교 작가탐구클럽
소래섭 지음 / 우리학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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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우리나라 시인들이나 평론가들이 좋아한다는 시인.

 

1988년이 지나서야 우리 곁으로 돌아온 시인.

 

단지 자신의 고향인 북한에 머물렀다는 이유로 한 때 금지되었던, 그래서 백석도 아니고, 본명인 백기행도 아니고, 백0으로 알려졌던 시인.

 

대학에 들어갔을 때 문학에 관한 책을 보다가 작가 이름에서 절망한 경우가 있었다.

 

정0용, 김0림, 임0, 김0천... 도대체 뭐야? 김0림 같은 경우는 아예 편석촌이라는 이름으로도 나왔으니, 편석촌이 김기림의 호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이것이 바로 분단의 비극이었고, 우리 문학이 반쪽으로 흘러온 절름발이 문학사의 역사이기도 했다.

 

다행히 월북, 납북, 재북 문인들이 해금되었다. 그들의 작품은 이제 거리낌없이 우리들 곁에 머문다. 그들 작품을 읽고 연구하고, 그래서 정말로 우리 마음을 울리는 작품들만 우리 곁에 둘 수 있게 되었다.

 

읽을 수가 없어서 지녔던 신비주의도 없어졌고, 막연한 이데올로기 공세도 사라졌으니, 이제는 작가와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 셈이다.

 

이 책은 그러한 작가들 중 한 명인 백석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설명해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마도 고등학생 정도를 독자로 생각하고 썼으리라. 중학생이 읽기에는 내용이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용어들도 고등학생 정도는 되어야 이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백석'을 모르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대답할 것이다.

 

학교에서 교과서에서 배우지 않으면, 하다못해 수능을 위해서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의 이름을 외우지 않으면 우리는 문학가들에 대해서 잊고 만다. 관심을 두지 않는다.

 

노벨문학상 발표 때가 되면 그 때서야 반짝 우리나라 작가 중 누가 후보에 올랐다더라 라는 말들이 도는 정도이니, 과거의 인물인 백석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슬픈 일이지만.

 

백석은 당대에 '모던 보이'로 알려졌다. 상당히 멋을 부린, 그것도 영어 전공자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는 정반대다. 시는 토속적인 우리나라 전통을 다루고 있다. 어쩌면 가장 앞서 나간 사람이 그 근본을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외모와 시가 반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나, 둘 다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시인이 바로 백석이다.

 

그의 삶을 학생들에게 시와 관련지어 알려주려고 했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작가를 통해 그의 작품을 더욱 잘 이해하게 해준다는 목표에 비하면, 이 책은 시를 더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시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시를 통해 작가를 설명하고 있어서, 작가를 통해 시를 설명하는 편이 중고등학생들에게는 더 쉽게 다가갈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최근에 안도현이 쓴 "백석 평전"이 그동안의 자료들을 집대성해서 백석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이라면, 이 책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니 여기서 만족해도 될 듯하다.

 

백석이라는 사람이 일제시대에 살았는데, 모던 보이 소리를 들었고, 연애에 실패도 했으며, 만주에서도 살았고, 우리나라 토속적인, 특히 평안도 사투리를 시에 많이 썼다는 사실 정도는 확실히 머리에 들어갈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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