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의 재구성 - 기본소득과 사회적 지분 급여
브루스 액커만 외 지음, 너른복지연구모임 옮김 / 나눔의집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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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허경영이라고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그래도 한 때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 그는 갖가지의 기행으로도 유명한 사람인데, 그가 대통령 후보로 나와 내건 공약을 보고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허황된 소리를 한다고 했었다.

 

그의 공약 중에서 위키피아에 있는 것 몇 가지만 보면 지금 보아도 앞서가도 너무 앞서 갔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건국수당 매월 70만원씩 지급

결혼수당 남녀 각 5000만원씩 지급 (재혼 제외)

출산수당 출산시마다 3000만원씩 지급

 

이것이 그의 공약 중 유명해진 것들이다. 다 복지에 관련되는 것들인데,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75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현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만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것을 앞서 간 것이다.

 

결혼이나 출산 수당은 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출산수당은 이야기되고 있지만, 결혼 수당은 아직(몇몇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실시하고 있지 않다. 여행 다니다 어느 동네에서 플래카드에 결혼을 하면 결혼 장려수당으로 얼마를 준다는 내용을 본 것 같기도 한데...) 이야기가 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 때는 저런 미친 사람, 하고 손가락짓을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무상급식이라 불리는 의무급식이 시행되고 있으며, 어린이들의 누리교육과정을 나라에서 책임지겠다고(말로는 그래놓고, 지자체, 또는 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하고 있지 않은가.

 

반값 등록금 이야기도 나왔었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반값 등록금으로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그에 준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공약도 현 대통령 공약이지 않았나.

 

그런데 그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어버려 문제가 많아졌지만, 이렇게 그런 공약이나마 내걸수밖에 없는 사회 현실이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갑자기 왜 허경영 이야기냐고?

 

요즘 계속해서 기본소득에 관해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 모두에게 조건없이 일정액을 지급하자는 기본소득.

 

허경영의 공약처럼 실현가능성이 없는 허황된 주장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하냐고, 꿈도 꾸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

 

유토피아, 그냥 유토피아가 아니라 가능한 유토피아라고 해서 '리얼 유토피아'라고도 하는 것 같은데, 기본소득에 관한 토론 내용을 담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분배의 재구성"

 

기본소득은 기본적으로 분배의 재구성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분배의 재구성으로 사람들은 실질적 자유를 누릴 수가 있게 된다.

 

이들은 평등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있고, 당당한 한 개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수가 있다. 무엇으로도 차별받지 않고 말이다.

 

다만, 기본소득으로 달마다 얼마를 주어야 하냐 하는 금액과 어디서 재원을 마련하느냐는 재원 마련의 문제, 그리고 기본소득과는 성격이 좀 다른 '사회적 지분'과의 유사점과 차이점, 그리고 어느 정책을 지지할 것이냐 하는 점이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반 빠레이스와 사회적 지분을 지지하는 액커만과 알스톳의 주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둘은 목표에서는 비슷하기도 하지만 과정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지급이 지속적이냐 일시적이냐, 소액이냐 거액이냐의 차이 말고도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것이 더 우리나라 상황에 합당하냐를 지금은 따질 수 없지만, 적어도 이런 논의들이 일어난다는 사실들이 기본소득이 먼 미래가 아닌 곧 우리에게 도래할 미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복지가 계속 뒤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이 번역되어 이미 몇 십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기본소득에 관해서 논의를 하고, 그 주장이 실현될 수 있게 구체화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나라 복지에 대해서 냉철하게 판단하는 눈을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 사람들이 실질적 자유를 누리면서 제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소득은 필수적이니, 그런 삶의 소득을 재분배해주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도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정당이 있고, 또 기본소득에 관해서 이론을 만들고 홍보도 아닌 단체도 있는데, 기본소득에 대해서 또는 사회적 지분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어보면 기본소득이 왜 필요한지, 무엇인지, 또 사회적 지분과는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것이 더 자신에게 와닿는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본소득에 대해 관심이 더 생기면 기본소득네트워크에 한 번 들어가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http://basicinco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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