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현대시 교육
손예희 지음 / 역락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시와 상상력은 긴밀한 연관관계가 있다.

 

시는 언어를 짤막하게 압축한 문학이므로, 그 짧음 사이에 비어 있는 공간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채워나가야만 한다.

 

빈 공간을 채움... 상상력이 발휘되지 않으면 시를 즐길 수가 없다. 그냥 외우기만 할 뿐이고, 또 시험에 대비해서 배워두는 고통스러운 과정일 뿐이다.

 

그러나 시를 상상력과 결합시켜 자신의 상상력을 한껏 펼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시는 참으로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 된다. 상상력 시험의 장이 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 시인들이 참 많고, 시는 9년간의 의무교육과 3년의 고등학교 교육, 그리고 대학 교육에서도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배움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레 시를 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는 학창시절에 접하고는 끝인 경우가 많고 이 책에 나오는 연구 대상자와 같이 몇몇 사람들의 경우나 시를 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문학교육의 목표가 학생들로 하여금 문학을 향유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면 문학과 멀어지는 그런 교육이 행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문학을 가르치는 목적 중에 하나가 학교를 벗어난 뒤에도 문학작품을 읽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데 있다는데...그것이 실패했다는 증거 아닐까?

 

학교 교육을 받음으로써 오히려 문학과 멀어지는 현상이 생기지 않았던가. 여기에 시는 더하다. 학교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받고, 무슨 말인지 난해한 시는 더욱 학생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된다.

 

무슨 말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 난해함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어려워하게 되는 현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니, 제대로 상상력과 결부된 시교육을 하지 않아서일까?

 

이 책은 이런 점에서 시와 상상력의 관계를 다층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시 독자의 상상 공간 구성, 서술시(이런 시는 읽기 쉽다. 이해하기도 쉽다. 따라서 시를 읽으며 머리 속에 그 장면을 상상해내기가 더 쉽다)에 대한 공감. 맥락 도입을 통한 상상적 시읽기, 시 해석에서 상상력이 차지하는 위치, 시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독자의 체험, 이미지화, 창작과정에 대한 비판적 상상쳑, 이미지 이해 과정과 교육 내용 등으로 짜여 있는데... 

 

학술적인, 너무도 전문적인 내용도 있지만, 시와 상상력의 관계에 대해서 다층적으로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책이다.

 

여기에 작품을 들고 해설을 해주고 있어서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 특히 시를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단지 시 이해를 위한 책이 아니라 시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시에 관심을 가지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교사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책.

 

하여 우리 사회가 정말 시를 즐겨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시를 가까이 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아무래도 공감 능력이 풍부한 사회일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