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 & 빈센트 스탠리 지음, 박찬웅 외 옮김 / 틔움출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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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라는 이름을 최근에 들었다. 책임있는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고 하는. 그래서 그들은 환경에 최소한의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그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자연환경만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도 제대로 맺으려는 기업이라는 말을 들어서 흥미를 가졌던 기업이다.

 

최근에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나왔는데, 볼까 하다 너무도 슬퍼서 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그 영화는 기업의 책임이 도대체 이렇게 방기될 수도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는데... 일하는 사람의 몸에 그토록 해로운 제품인데, 어떻게 괜찮은 제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하는 영화. 영화를 보지 않고도 내용을 대충 짐작하게 된 건, "삼성반도체와 백혈병"이라는 책을 보아서 일텐데...

 

만약 파타고니아 기업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해결책이 나와 있었다. 그들이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데 판매하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을 들은 이 기업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문제는 포름알데히드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작업 공정을 바꾸게 된다. 이 약품을 쓰지 않고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 낸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옷을 만들 때도 유기농 면만을 사용하려고 한다고 한다. 자신의 기업이 살기 위해서 토양을 오염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일인데... 자연을 훼손 안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이 기업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인식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들 역시 기업을 운영하기에 이윤을 남기지 않으면 안된다. 이윤을 남기되 그것이 노동자와 사회와 자연에 가장 적은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 운영이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최소한 기업이 지녀야 할 책임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의 뒷부분 한국의 독자에게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사명 선언문은 "우리는 필요한 제품을 최고의 품질로 만들고, 제품 생산으로 환경 피해를 주지 않으며, 환경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찾아 널리 알리고 실천한다."이다.

 

이 선언문에는 노동자에 대한 것이 나타나 있지 않지만 이들은 노동자가 곧 소비자가 되고, 지역하회 주민이 되며,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가장 쾌적한 환경에서 자신의 노동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지낼 수 있도록 기업의 환경을 조성한다고 한다.

 

건강한 노동자로 살 수 있도록 기업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것에서 점차 확장이 되면 이 지구의 건강까지 나아가게 된다.

 

즉, 자신들이 고용한 사람들이 의미를 지니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기업, 그런 기업이 결국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 기업도 이윤이 너무도 안 날 때는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들을 해고한 적이 있었다고도 하니, 정말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결정하기가 어렵다.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그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기업이라면 나름 책임있는 기업이라고 할텐데... 왜 자꾸 우리나라 기업들과 비교가 되는지.

 

이들이 이 책을 쓴 이유는 단지 자기들이 이렇게 잘해왔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충분히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고, 앞으로 기업을 운영하기를 바라는 청년들에게 어떤 기업이 책임있는 기업인지, 좋은 기업인지를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하니...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기본적으로 이런 책 정도는 읽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지 이윤을 얼마나 많이 남기느냐 하는 책 말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기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착한 소비, 공정 무역 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착한 소비란 자신의 소비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는 비용이 들어있음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소비일테고, 공정 무역도 마찬가지일테다.

 

즉,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제품에는 그것이 쓰임이 다했을 때 어떻게 처리되느냐 하는 비용도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그들이 그런 소비를 하기 시작하면 기업들도 함부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요즘의 소비자들은 생산자이기도 하고, 또 폭넓은 정보력과 빨리 공유할 수 있는 통신망이 있으므로 비윤리적인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 비윤리적인 기업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윤을 남기기 힘들다는 것. 당장은 책임있는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남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멀게 보면 이런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남긴다는 것.

 

그래서 미국이 경제위기로 휘청거릴 때도 사회적 책임을 다했던 기업들은 높은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사례를 들고 있다.

 

자,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아니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지구의 한 부분을 파괴하는 것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그런 노력을 하는 기업이 바로 책임을 지는 기업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기업이 인정을 받고 자리를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단지 유행이나 편리를 따지는 기업보다는 말이다.

 

기업은 책임을 지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기업이 책임 있는 기업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로서의 우리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책임 있는 기업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하겠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너무도 유용한 책이다. 적어도 우리가 깨어 있다면 책임 있는 기업들이 더 많이 생겨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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