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카 짱 - 모리타 선생님과 2주간 특별수업
니시카와 츠카사 지음, 양윤옥 옮김 / 뜨인돌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스승을 찾아서 헤매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을까 싶은데, 우연히 자신에게 다가온 스승을 알아보고 함께 한다면 그 사람은 인생에서 가장 좋은 기회를 맞이한 셈일 것이다.

 

성장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어린 시절 경험담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거의 자폐 수준의 아이가 지적 성장을 이루는 과정을 다룬 소설이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담긴 작품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작가의 경험을 사실 그대로 쓴 수필이라고 하기보다는 작가의 경험에 자신의 창조력이 더 가미된 소설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지적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츠카사, 일명 카 짱은 자신이 궁금한 사항이 일반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이어서 우리나라에서는 특수반 또는 개별반이라고 하는 해바라기반에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만큼 그는 모자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그가 한 번도 자기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들은 적이 없다는 데서 기인한다. 답을 듣기는커녕 오히려 이상한 아이 취급만 당하니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자신을 비하하는데까지 나아가게 된다.

 

자신을 자신이 규정하게 되는 것, 자신이 지닌 잠재능력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속하게 되고, 주변 사람들 역시 잠재능력을 살피지 않고 겉모습만으로 많이 부족한 아이라고 치부하고 만다.

 

그가 전학을 가서 만나게 되는 선생님. 모리타 선생님. 그는 카 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가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것을 자극한다.

 

잠재력을 자극받은 카 짱은 자신의 능력을 서서히 발휘하게 되고, 2년이 지나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에는 그 학교에서 최우수의 성적으로 졸업하게 된다.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하게 될 때 형식적인 답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답사를 하면서 모리타 선생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카 짱. 졸업장에서 눈물을 흘리지만 이 눈물은 이제 어린 시절의 카 짱을 결별하고 새로운 카 짱으로 성장했음을 알리는 기쁨의 눈물이다.

 

이런 내용... 처음 부분을 읽을 때는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녔는데... 중반을 넘서서면서, 특히 모리타 선생님을 만나는 장면부터는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가끔은 이제 무딜대로 무디어진 내 감성을 자극해 눈물샘에서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훈훈한 선생과 제자간의 관계라니... 얼마만인가? 이렇게 따스한 사제관계를 그린 소설을 읽은 것이. 소설이 아니라 실화라고 하는 편이 좋겠지만, 소설이든 실화든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읽으면서 "창가의 토토"를 떠올리게 했으며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는 소설도 떠올리게 했다. 조금 나이가 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죽은 시인의 사회"가 연상되기도 한 소설이었는데...

 

무엇이 교사를 스승으로 만드는가? 또는 무엇이 학생을 제자로 만드는가 하는데 답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승은 제자의 숨어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제자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가 품고 있는 가능성을 알아채고, 그 가능성에 어떤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스승이 된다.

 

그런 스승을 만났을 때, 그렇게 스승에게 자신을 맡길 수 있을 때 학생은 비로소 제자가 된다. 스승과 제자. 이렇게 만나는 관계에서는 불꽃이 인다. 이 불꽃... 인생 전반을 통하여 내내 유지된다. 삶의 불꽃이 되고,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빛이 되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하는 불이 된다.

 

기다려줄 줄 아는 교사. 잘하는 아이가 앞서가게 하는 것보다 뒤처지는 아이들이 따라올 수 있게 하는 교사, 그런 교사가 이 소설에 나오는 모리타 선생님이다. 그리고 이런 선생님에게 배운 아이들은 남을 누르기보다는 남과 함께 하는 자세를 지니게 된다.

 

카 짱은 늦되었지만 모리타 선생님을 만나 자신을 바로 보게 된다. 한 번도 자신을 바로 보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카 짱이 모리타 선생님을 통해 자신을 바로 보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삶을 일으키는 불꽃을 간직하게 된다. 그 불꽃... 해바라기다. 특수반의 해바라기가 아니라 태양을 따라 함께 움직이는 지상의 태양, 해바라기가 된다.

 

이것이 바로 '해바라기 카 짱'이 의미하는 바가 된다. 

 

성장소설.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지만...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소설이다. 어른들은 이런 어린시절을, 호기심에 가득 차 있던 자신들의 어린시절을, 그 엉뚱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어린시절을 잊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어린시절을 생각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아이들이 남다른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어른도 모두 모리타 선생님을 만나기 전의 카 짱과 같았을테니 말이다. 그런 카 짱이 어떻게 변모되었는지를 안다면 우리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아이들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도 안된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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