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 시대의 불꽃 16
김문주 지음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오윤.

그를 처음 만난 건 풀빛 출판사에서 발간한 "풀꽃 판화 시선"에서였다.

시집의 첫 장에 판화 두 장이 실려 있었고, 그 판화는 힘있는 민중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당극에서 걸개 그림으로 그의 그림이 이용되기도 했었고.

 

잊고 있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났음을. 이제는 우리 곁에 없음을. 그의 작품이 미완임을.

 

정권에 아부하는 미술과 서양의 추상적인 미술을 추구하던 미술계에서 우리 전통의 맥을 잇는 미술을 하고자 했던 사람.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이란 치열한 고민을 통해 현실을 드러내고 현실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것을 미술로 보여주고자 했던 사람.

 

그의 판화는 독일의 케테 콜비츠를 떠오르게 하기도 하는데.. 케테 콜비츠도 독일의 현실을 판화로 표현해내어 독일 민중의 삶을 자신의 작품세계로 삼았던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윤이 살았던 시대와 콜비츠가 살았던 시대가 다르다는 점과 전통이 다르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타나겠지만, 오윤의 작품에서는 민중들의 힘있는 모습이 잘 표현되고 있다. 그는 아무리 힘든 삶을 살아가는 민중이라도 그 힘듦 속에서도 변혁의 꿈을 잃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것을 그의 작품 속에서 나타내려고 했다.

 

그의 작품이 동학에서 전쟁으로, 그리고 통일로 계속 나아가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의 작품을 '한(恨)을 생명의 춤으로' 바꾸었다고 평가를 하는데... 그림들을 살펴보면 무언가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림에서도 이야기(스토리)가 있어서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알 수가 있다.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그에 대한 평전이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스러져간 사람들의 평전 시리즈로 기획된 책 중에 16번째 책인데... 그에 대해서 잘 모르던 사람들을 위해서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잘 쓰여져 있다.

 

한 가지 더 알게 된 사실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오윤이 '갯마을'로 유명한 소설가인 오영수의 아들이었다는 것. 참... 이렇게 세상은 서로 관계를 맺고 있구나.

 

그는 더 좋은 세상을 보지 못했다. 그의 사후 87년 민주화운동이 일어났고, 대통령 직선제가 이루어졌으며, 형식적 민주주의가 확립되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여 그의 작품이 과거에는 이랬지 하면서 과거를 회고하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남아 있었으면 했는데...

 

아니, 이런 오윤의 그 작품들이 지금에도 다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다니... 그의 '칼노래'이란 판화에서 잘라냈던 그 많은 것들이 아직도 우리가 잘라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가 '통일대원'이라고 빌었던 그런 그림들이 우리에게 아직도 진행형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까?

 

이건 우리의 잘못이 아닐까? 그의 그림을 역사 속에 간직하지 않고 다시 현실로 불러내야 하는 이런 현실은 무언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된 것이 아닐까.

 

그의 '원귀도'가 아직도 우리에게 다가오다니.. 이런... 참...

 

민중들의 삶에서ㅡ우리의 역사에서-그는 자신의 미술을 살아냈다. 이제, 그의 뜻을 미술에서뿐이 아니라, 삶에서, 우리의 현실에서 이루어내야 하지 않을까...

 

역사는 반복하지 않는다고 했다. 만약 반복이 된다면 이는 "지금-여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잘못이다. 그의 평전을 읽고 그냥 참 잘 살았구나 감탄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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