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말하는 광대
베페 그릴로 지음, 임지영 옮김 / 호미하우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한 때 많이 쓰였던 말. 소셜테이너.

 

방송에 많이 나온 사람이 정치 문제에도 과감하게 참여한다고 하여 붙인 이름. 정치라는 말보다는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한다고 더 많이 말하고 있지만.

 

이런 소셜테이너라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서 얼굴을 보기 힘들어졌다. 그것이 의도이든 아니든 어쨌든 그들 얼굴을 보기 힘들어진 것은 사실.

 

지금이 옛날 비민주화된 시대도 아니니 무슨 보도지침이 있겠느냐마는, 또 누구와 닮았다는 이유로 출연이 정지당하겠느냐마는, 또 정치적인 발언을 했다고 검열을 당하겠느냐마는... 하여간 조심스러워진 것은 사실이다.

 

이탈리아도 이런 일이 있었나 보다. 베페 그릴로라는 이름을 다른 책을 통해서 들었는데, 그가 이탈리아의 코미디언이었다고 하니 말이다. 풍자 코미디를 한 이유로 방송 출연을 금지당하자, 아예 거리를 자신의 무대로 삼았다고 하는 사람.

 

그가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모아 책으로 펴내었는데, 그 내용들이 참... 남의 나라 일이라고 하기엔 이상하게 낯익다.

 

무슨 데자뷰 현상도 아니고.. 왜 이렇게 친숙할까 하고 생각하니, 지금 전세계의 모습이 비슷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나아가고 있다.

 

베를루스쿠니라는 언론재벌이 총리가 되어 이탈리아 정치를 좌지우지 했었는데.. 우리는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아도 제4의 권력이라고 하는 언론의 힘이 안 좋은 쪽으로는 굉장히 막강하니 말이다.

 

단지 차이라면 그릴로 같은 사람과 같이 거리로 나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부패부터 시작하여, 환경 문제, 국제 문제, 인권 문제, 아동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등...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있을 수 있는 문제이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

 

거침이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그런데 그 말을 비장하게 하지 않는다. 웃음이 머금어지게 말하고 있다. 역시 코미디언답다.

 

그런데 그 웃음이 있는 말에 칼이 있다.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고, 그의 블로그에 글을 쓰고 함께 하는지도 모른다. 그 함께 함에서 그는 더 힘을 얻고, 그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게 하고 있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이 말은 가장 무식한 말이다. 아니 무식하다기보다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말이다. 민주주의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주의이니, 정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다. 즉, 정치는 직업이 아니라 시민의 의무이자 권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개그맨이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제가 뭘 안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우리의 삶이 분절되었다는 이야기다. 전체에서 멀어졌다는 이야기다. 정치는 각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직업과는 상관없이 모두 참여하는 그런 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굳이 아렌트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이 아닌 다름 사람이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행위다. 그것 역시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행위다. 지금 기득권을 지닌 사람들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정치적 행위.

 

그래서 우리는 정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 삶 자체가 정치이기 때문에. 베페 그릴로도 아마 자신의 풍자 코미디가 탄압을 받았을 때 이를 처절하게 깨달았으리라. 그런 깨달음이 그를 진정한 정치의 세계로 나아가게 했으리라.

 

정치가 결코 삶과 분리된 것이 아님을, 우리가 겪고 있는 하나하나의 일이 모두 정치와 관련이 되어 있음을... 그는 그래서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미 그 자신이 정치인이다.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이 아니라 삶으로서의 정치인.

 

하나하나 읽어보면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다. 우리에게 적용할 것도 많다. 이탈리아가 겪었던 또는 겪는 일이나 우리가 지금 겪는 일이 그렇게 동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 이 책은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타산지석도 이런 타산지석이 없다. 이렇게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사람. 지금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 정당 저 정당 가리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이야기하고 있듯이, 우리도 정당에서 잠시 벗어나 무엇이 옳은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말은 세상을 바꾸는 무기가 된다. 이 말 중에 웃음을 품고 있는 말은 더 무서운 무기가 된다. 그래서 웃음을 머금은 말은 세상을 바꾸는 무기가 된다. 이것을 베페 그릴로가 보여주고 있다. 한 번 읽어보라. 그가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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