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성 - 그녀들의 가슴에 묻어 둔 5.18 이야기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기획, 이정우 편집 / 후마니타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저는 TV 뉴스를 보기가 싫습니다. 패거리 정치꾼들이 선거철이 되면 뱀처럼 혀를 낼름거리면서 국민을, 국가를 사랑한다고 하죠. 아무 죋 없는 그 많은 생명을 정치 야욕으로 무참히 죽여 놓고, 오늘날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하면 울분을 참을 수가 없어요."(이 책 237쪽)

 

"보수적이고 정치 음모를 꿈꾸는 소의 엘리트라는 사람들, 자기들 나름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애국자라고 생각하는 정치 패거리들, 그분들의 자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한번 만나 봤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들이 지금 우리나라 정치를 이끌어 가는 핵심이 디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저주스럽기까지 해요. 5.18이 정말 얼마나 알려졌을까를 굳이 숫자로 계량해서 이야기하면 20% 정도밖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 같네요." (이 책 239-240쪽)

 

"근대 민주주의의 한 대목을 차지하고 있는 5.18의 역사적 의미를 말살하려는 현 정부와 아직도 전교조를 탄압하는 세력을 이번 총선, 대선을 통해 심판하고, 참평화와 참민주주의의 꽃이 활짝 피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어."(이 책 313쪽)

 

원죄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이미 가지고 나온 죄. 그것은 기독교에서 말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운동권들이 하는 말이기도 했다. 우리는 광주를 원죄로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과연 원죄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고민을 하고 노력을 한 사람도 있지만, 원죄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이를 오히려 이용하여 자신의 영달을 추구한 사람도 있다.

 

원죄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이것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내가 짊어진 짐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고, 내 자율성을, 나라는 인간의 개별성을 원죄라는 사슬로 옭아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원죄라는 말 대신 빚지고 있다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빚지고 있다는 말에도 역시 무언가를 해서 갚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니, 광주는 우리에게 "넌 어떻게 살래?"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는 생각이 든다.

 

광주(지역이 아니라 5.18로 대변되는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이름이다)를 제대로 생각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광주에 비춰보곤 한다. 그래서 잘못살 수가 없다.

 

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광주는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추레하지 않도록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광주에서 직접 5.18을 겪었던 사람들, 그 중에서 여성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2010년에 광주 30주년을 생각해서 냈던 책인데, 다시 보충해서 냈다고 한다. 보충했다기보다는 광주라는 지역에서만 읽히지 않고, 전국에서 읽힐 수 있게 출판했다고 보면 된다. 광주는 특정한 지역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이들의 삶을 알게 되면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한창 대선 경쟁이 한참인 이 때 어떤 정치인이 광주의 정신을 제대로 계승할 수 있는지 비춰봐야 한다.

 

하여 광주는 원죄로, 빚으로 생각되어서는 안되고, 앞으로 우리가 안고 가야할 미래의 모습이라고 해야 한다.

 

그 때 너나없이 하나가 되어 사람사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 모습이 우리에게는 오래된 미래로 작동해야 한다.

 

오래된 미래가 이미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는데, 왜 다른 곳을 기웃거릴까?

 

이 책을 읽어보자.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가 담겨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적어도 이 글의 앞부분에 인용한 말들이 이들의 마음 속에서 사라지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광주는 과거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으로 존재하고, 또 우리의 미래로도 존재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기억의 동물이기도 하다. 기억해야 할 것을 제대로 기억했을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가 있다.

 

하여 이 책은 광주를 기억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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