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 - 소속감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사회 치유의 역사
티나 로젠버그 지음, 이종호 옮김, 이택광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또래압력이라는 말이 좀 귀에 거슬렸는데... 웬지 내 의지는 없어지고 남의 뜻에 따라 행동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 말이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과연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나는 내 의지대로만 행동할까? 내 행동이 전적으로 나만의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고,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사람을 부적응자, 또는 은둔형 외톨이라고 해서 멀리 하겠는가.

 

그렇다면 또래압력이라는 말을 함께 생활해가는 사람들의 연대성이라고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사람과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조건으로 협동, 용서, 연대성을 들고 있으니, 혼자 산다는 일은 사람들에게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우리에게 친숙한 한자성어가 생각난다.

근묵자흑(近墨自黑), 근주자적(近朱自赤)

 

친구관계를 강조한 한자어다.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지고, 인주를 가까이 하면 붉어진다는. 동료들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말. 그런데 이 말은 좀 부정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

 

이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잘못된 또래압력이 한 사람을 범죄의 늪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면 올바른 또래압력은 늪에 빠진 사람을 구해낼 수도 있다. 431쪽

 

너무나 강력하고 나쁜 힘을 발휘하는 또래압력은, 더 강력한 또래압력만이 제압할 수 있다. 491쪽

 

이런 친구관계가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때 나만이 아니라 세상도 변할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말보다는, 무엇을 하지 말라는 말보다는 좋은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마련해 주고, 무엇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면 한 사람의 삶이 변하고, 또 그 사람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많은 동료들을 만나게 되고, 이는 결국 사회의 변화로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하고 있는 금연광고가 왜 청소년들에게 잘 먹혀들지 않는지 알 수 있었고, 또한 80년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지금, 세르비아의 '오트포르'활동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세상을 바꾼 또래압력은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 예방으로, 미국에서는 청소년 금연운동으로, 또한 대형교회에서 탈피하여 지역 공동체로 나아간 운동에서,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운동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아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또래압력이 사회를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에서도 역시 또래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으니...

 

함께 할 때 사람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우리는 더 좋은 쪽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음을... 그렇다면 지금 청소년 문제들을, 사회 문제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이 책을 통해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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