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미지와 시 - 우리시대의 지성 5-017 (구) 문지 스펙트럼 17
오규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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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 시전집을 읽으면서 날이미지시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했다. 시만 읽고 이해하기엔 내 시적 독해 능력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규원이 날이미지시에 대한 자신의 시론을 글로 발표했던 것들을 하나로 묶어놓은 책이다.

 

그래서 오규원이 주장하는 날이미지시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는 날이미지시를 이렇게 말한다.

 

현상 그 자체가 된 언어를, 즉 사변화되거나 개념화되기 전의 현상화된 언어를 '날이미지'라고 하고, 날이미지로 된 시를 '날이미지시'라고 이름 붙였다. (오규원, 날이미지와 시, 문학과지성사. 7쪽)

 

'날이미지시'는 개념화되거나 사변화되기 이전의 의미인 '현상'을 이미지로 하고 있는 세계이다. (89쪽)

 

따라서 이런 날이미지시는 은유의 수사법보다는 환유의 수사법에 더 친근하다고 한다.

 

은유는 유사성에 의한 선택과 대치라는 우리들 사고의 한 축이며, 환유는 인접성에 의한 결합과 접속이라는 한 축이다. (14쪽)

 

은유는 대체할 수 있는 사물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환유는 인접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불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은유적 사고에서는 끊임없이 다른 사물로, 또는 다른 대상으로, 관념으로 대체하려는 사고를 하게 되는데, 환유적 사고는 사물을,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환유적 사고에서는 인간의 주관적 관념을 배제한 날것 그대로를 시에 드러내려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시들은 결국 어떤 대상에서 우주 전체를 보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한다. 시에 관해서는 철저해서 자신의 시도 들여다보고 들여다봐 날이미지시에 맞게 고쳤던 시인.

 

그가 자신의 시를 예로 들면서 날이미지시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어서, 현상을, 언어를 인식으로 예술로 표현하는 그 시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고나 할까.

 

김춘수의 무의미시와 오규원의 날이미지시에 대한 비교가 이 책에 나오는데, 날이미지는 리얼리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그래서 현실에 간여를 하지 않는 것 같으나 시 자체로 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무의미시와는 이런 점에서 갈린다고 할 수 있다.

 

시인에게는 시인 자신만의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는 오규원의 주장. 좋다.

 

오규원의 시를 깊이 있게 읽고 싶은 사람은 이 작은 책을 참조하는 것도 좋겠다.

 

덧글

 

92쪽의 표에서 인식, 내용 밑에 있는 사실적 현상은 사실적 환상으로 바꾸어야 한다.

 

117쪽의 1994년 에밀 베르나르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는 세잔이 이 때 살지 않았으므로 년도가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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