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필 - 인권감수성을 깨우는 54개의 공감
공선옥 외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인권은 천부적인 권리라고 했던가. 천부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마치 공기의 존재를 잊고 살듯이 인권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공기가 오염되어 나를 괴롭히기 전까지는 공기의 소중함을 생각 못하고, 또 예전에 '물 쓰듯 쓴다'는 말이 있듯이 물의 귀중함을 잊고 살았지만 요즘은 물부족이다 물 오염이다 하여 물의 귀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듯이 말이다.

 

어느 순간 인권은 나에게 다가오게 된다. 그 순간은 내가 강했을 때가 아니다. 내가 약해졌을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이 때 인권은 내 문제로 내게 다가온다. 공기나 물의 소중함을 인식하듯이.

 

그렇다면 건강할 때, 또는 강할 때 인권을 생각할 수는 없을까? 이 때 인권을 생각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삶을 산다면 세상은 조금 더 건강하고 살 만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 인권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면서...

 

인권이 결코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남의 일이 아님을 머리 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아니, 이도 아니고 인권에 대해서 머리 속으로도 얼마나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가.

 

아직도 우리나라는 인권 후진국에 들지 않는가. 이것은 약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내가 겪어야 할 불편함과 내가 볼 손해를 우선 생각하지 않는가.

 

그리고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해서 상대를 배제하려고 하지 않는가. 겨우 차이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차별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너무나 잘 알려진 살색이라는 말을 제외하더라고, 예전에 많이 썼던 바른손이라는 개념도 이제는 거의 사라지지 않았던가.

 

우리 생활에서, 우리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인권의 문제를,아주 소소하다고 우리는 그냥 넘겼던 문제들을 인권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을 지니고 그것이 왜 문제인지를 보여주는 글들이 이 책에 모여 있다. 아마도 우리가 이것도 문제야 하는 이야기들도 나오리라. 하지만 확실이 그것도 문제다.

 

인권에는 문제가 아닌 것이 없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할 수 있으면 인권에 이미 한 발짝 들여놓았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다름과 틀림을, 차이와 차별을 구분할 수 있으면 말이다. 그렇게 문제를 인식하면 아무래도 자신의 행동이 조금씩은 변하게 된다.

 

어떤 문제들이 인권과 관련이 있을까?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을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생각나는대로 적어보면, 남녀, 인종, 차종, 장애유무, 군대에서의 문제, 통행권, 가족구조, 아버지의 직업, 공부에 대한 강요, 이주 노동자, 모유 수유 등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이 책에 나온 그 많은 인권 사례들도 아직은 다 고쳐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지 않은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남을 바로 또 다른 나로 인식하고 대우하는 일.

 

부처가 말한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여기에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칸트의 말,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목적으로 대하라는 말도 역시 통하고, 예수의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 다 인권과 통한다.

 

남을 나처럼 대우하면 곧 그것이 인권이 된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너무도 잘 드러나 있다. 읽으면서 내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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