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배우는 토론학교 : 문학 - 문학과 토론의 행복한 만남 청소년을 위한 토론학교
문학토론연구모임 숨은그림 엮음 / 우리학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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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토론에 약하다. 자기의 의견을 합리적을 주장한다기보다는 자기의 주장을 고집한다고 보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각종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상대방의 주장과 논거에 대한 파악과 그것에 대한 비판보다는 오로지 자기의 말만을 하기 바쁘다. 그래서 토론 프로그램은 끝까지 볼 필요도 없다. 그냥 같은 말만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다.

 

토론이란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펼치는 말들의 싸움이라고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토론 모습은 말들의 싸움이 아니라 사람들의 싸움, 감정들의 싸움이기 일쑤다. 마치 토론에서 지면 자신이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처럼.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역사적으로 당파싸움부터 찾으면 이는 지나친 해석일까? 지금은 당파싸움을 일제가 우리나라를 비하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개념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당파싸움은 치열한 논리싸움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은 말 그대로 토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한 논리 대결은 말싸움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목숨, 심지어는 집안의 목숨을 담보로 한 논리싸움이기도 했다. 그래서 토론에서 지는 일은 자신의 목숨은 물론이거니와 집안의 사활이 걸린, 또한 자신이 속한 당파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여기에서 필요한 요소는 상대방에 대한 공감보다는 상대방을 철저하게 누르는 말의 힘, 또는 권력의 힘이었다.

 

윤휴의 예에서 볼 수도 있지 않은가. 생각이 다르면 안 쓰면 그만이지, 죽일 것까지야 없지 않는가라고 절규했다는 그. 그는 논리싸움의 연장인 당파싸움에서 자신의 목숨까지도 잃게 되었다. 이런 일들이 역사 속에서 일어났는데, 어찌 토론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지 않겠는가.

 

근대에는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거나 목숨을 잃는 일도 많았고, 지금도 빨갱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그 사람을 낙인 찍는 효과적인 구실을 하는 용어 아니던가. 모든 토론을 한 방에 끝내버리는 무소불위의 언어, 빨갱이.

 

이런 상황에서 토론을 통해서 공감을 배울 수 있다고 하는 책이 나왔다. 아니, 배울 수 있다고 하기보다는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라고 봐야 한다.

 

현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학생들이 읽었으면 하는 글, 또는 읽어야 하는 글 속에서 토론 주제를 찾아내고, 이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해봄으로써 나만의 입장에서 판단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입장도 고려해보는 연습을 해보게 하는 책이다.

 

다양한 주제를 주고, 이 주제에 대한 상반된 주장을 생각해보게 해주고 있다. 우리의 실생활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우리들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작품을 읽고 생각해보게 한다.

 

독서가 중요하다, 논술이 중요하다, 요즘은 디베이트(debate)라고 하여 토론이 중요하다고 말들을 많이 하는데, 단지 기교로써의 토론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하는 토론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은 이미 학교에서 쓰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 쓰일 가능성도 많다. 또 쓰인다고 하면 입시와 관련해서 왜곡되어 쓰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아직도 토론문화가 정착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어떤 용도로 쓰이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어떤 일이든지 한 가지 주장만 있지는 않다고...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입장이 존재한다고... 이 책을 읽으면 이것 하나는 얻겠지. 세상은 단일한 하나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고...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 구성되어 있다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토론을 하는 이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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