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토마스 이디노풀로스 지음, 이동진 옮김 / 그린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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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곳. 그곳에는 신성이 넘치고 평화가 넘쳐야 한다. 인간의 뜻으로 건설되는 도시가 아니라, 신의 뜻에 의해 건설되는 도시이어야 한다.

 

그런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과는 반대로 오히려 인간의 피로 점철된 도시, 그 도시가 바로 예루살렘이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모두 성지로 받들고 있는 곳이지만, 그 때문에 서로가 싸울 수밖에 없었던 도시.

 

예루살렘에 관한 책을 읽으면 세계사를 읽는 기분이 든다. 세계의 역사가 이 도시에 축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에 유대인들의 조상, 다윗이 이 도시를 신성한 곳으로 만들고, 정착한 이래로 유대인들에게는 예루살렘은 그들에게 신이 물려준 도시가 되었다. 그들에게는 영원한 신의 은총을 받을 수 있는 도시가 예루살렘이다. 그러나 유대국가가 멸망하고 그들은 예루살렘을 잃어야 했다.

 

다음에 물려받은 사람들은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 이들에게 예루살렘은 예수로 통하는 도시가 된다. 그러므로 예루살렘은 기독교도들에게도 신성한 도시가 되고, 성령이 넘치는 도시가 된다. 이러한 도시를 다시 이슬람이 장악을 하게 된다.

 

이슬람에게는 예루살렘은 무함마드와 관련이 있는, 그가 하늘로 올라갈 때 들렀던 도시로 역시 신성한 도시가 된다. 다만, 그들에게는 이미 메카와 메디나가 있어, 예루살렘은 제3의 성지가 되지만, 이도 역사를 통해서 더욱 신성한 곳으로 여기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잃은 것에 대해서는 더 많은 집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예루살렘은 유대인들이 장악하고 있다. 어쩌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고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하지 않고, 처음과 비슷해졌다면, 처음에는 겪지 않았던 일들을 겪은 다음에 돌아왔으므로, 더욱 현명한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수천년 동안 반복되어 왔던 싸움을 계속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예루살렘은 신성한 성지임에도 인간의 피가 자욱한 도시가 되고 말았다.

 

한 편의 역사서를 읽는 듯한 기분, 그리고 한 도시를 둘러싼 세 종교의 각축전을 긴박하게 엮어내어 예루살렘의 역사가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되는 책이다. 다만 2002년에 나온 책이라 그 후 십년의 이야기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예루살렘의 역사를 아는데는 그 후 10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왜 지금도 그렇게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이 책은 도움이 된다.

 

인간에게 안식과 평화를 주는 종교... 그러한 종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곳, 예루살렘.... 그 곳이 하루라도 빨리 평화로 물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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