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가 쓰는 인간의 조건 - 어떤 ‘삶’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김진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김진애 하면 4대강 사업을 반대한 국회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히 논리적으로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을 알린 국회의원.

 

아니 그 전에 건축가로서 알려져 있다.

 

나역시 김진애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오래 전에 읽은 "이 집은 누구인가"의 지은이로 건축가로 알고 있었다. 상당히 인문학적인 지식이 풍부한 건축가로.

 

만만한 건축가가 아니구나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는 역시나 했다.

 

그는 한나 아렌트로부터 시작한다. 자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 우리나라에서 아렌트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꽤 있다고 하는데... 김진애도 그 중 한 명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다.

 

아렌트의 책 "인간의 조건"을 빌려 김진애가 쓰는 "인간의 조건"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그만큼 이 책은 아렌트에게 헌정된 책이라고 봐도 된다.

 

이 책은 아렌트의 책에 나온 '활동적인 삶이란 노동, 작업, 행위'다라는 말에서 촉발되어 시작된다. 즉 인간의 삶이란 노동, 작업, 행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리라.

 

이러한 세 가지 편제에 맞게 이 책도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노동과 작업이 이 책의 전반부, 즉 김진애란 인간을 만들어내는 초기라면, 행위는 김진애란 인간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를 노동과 작업은 나를 완성시키기 위한 과정이라고 하고, 행위는 나에서 우리를 만들어가는, 즉 공적인 삶에서의 나를 완성시키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김진애가 건축가가 되고, 도시 계획가가 되는 장면까지가 바로 '나'를 완성해가는 과정이었다면, 이는 사적인 인간 완성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이러한 사적인 완성과정에서 자신의 선택들이 결국은 자신의 운명이 되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까지는 김진애의 개인사로 읽으면 된다. 물론, 여기에 계속 나타나는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이 있지만 말이다.

 

다음부터가 바로, 행위가 나오는 순간부터가 사적인 삶에서 공적인 삶으로, 사적인 인간 김진애에서 공적인 인간 김진애로 나아가게 된다.

 

행위를 소통이라고 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을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면, 이 행위에 해당하는 가장 큰 개념이 바로 정치이리라. 그래서 그는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아니, 우연인 듯하지만,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을 자신의 삶에서 구현하고자 했다면 필연적으로 밟게 될 과정이었다.

 

정치란 바로 공적인 삶의 대표 아니겠는가?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하고,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가기까지, 들어가서 어떤 자세로 어떤 활동을 했는가 하는 이야기들이 죽 펼쳐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삶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하여 정말로 김진애가 쓴 "인간의 조건"에서 핵심부는 바로 뒷부분이 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삶도, 사적인 삶의 완성에서 공적인 삶의 완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치를 비껴갈 수가 없다.

 

우리가 아무리 눈 감고 피하려 피할 수 없는 대상이 바로 정치이기 때문이다. 김진애처럼 국회로 들어가 정치와 즉 인간의 공적인 행위가 직접 맞닥뜨리지 못한다 해도, 우리 역시 너무나 많은 정치적인 행위들을 할수가 있다.

 

그러한 정치적인 행위들을 통해 우리는 공적 인간으로서의 우리 삶을 제대로 살아낼 수 있다.

 

그래 우리도 이 책의 표지에 나와 있는 말처럼 "어떠한 '삶'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에 관심을 가지고, "가치"를 추구한다면, 우리 삶은 사적인 삶의 완성인 나의 완성에서 공적인 삶의 완성인 '우리'의 완성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인간이게 만드는 인간의 조건이 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생계를 위한 노동, 자신의 완성을 위한 작업, 그리고 인간의 완성을 위한 행위. 우리도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서 행위에, 공적인 삶에, 자기 성찰에 힘쓰는 사람이 되자.

 

국회의원 김진애, 건축가 김진애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인간됨을 위해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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