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 시전집 1
오규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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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전집으로 읽기는 참 힘들다. 

전문적으로 시를 연구하는 학자라면 모를까, 한 시인이 평생동안 발표한 시들을 모아놓은 전집을 읽는다는 마음을 갖기는 힘들다. 

나도 마찬가지다. 가능하면 시집을 한 권씩 사고 싶어하지 전집을 사려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시집은 한 권 한 권 구입하기 힘들다. 이들의 시집을 구하기는 이제는 도서관에서나 보든지, 아니면 헌책방을 뒤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이들의 시들을 모두 모아놓은 전집이 발간이 된다. 

우선 반갑다. 그래도 망설여 진다.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번에 사지 않으면 또 품절, 판절이 되어 나중에는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여러 번 망설인 끝에 사기로 결정한다. 

사 놓고 한참을 망설인다. 죽 읽을 것인가, 천천히 읽을 것인가? 알고 있던, 읽고 싶던 시집부터 읽을 것인가. 어떻게 읽어도 된다. (참고로 나에게 오규원이라는 이름을 알려준 시는 '프란츠 카프카'란 시다. 이 시는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란 시집에 수록되어 있다) 

곁에 두고 틈나는 대로 펼쳐본다. 예전에 알고 있던 시, 처음 보는 시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또 마음 속에 깔린다. 

그러다 시 한 편을 발견한다. 마음에 와닿은다.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도 생각이 난다. 

오규원의 두 번째 시집 "순례"에 있는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란 시다. 부제가 순례 11이다.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불안정한 이 시대, 흔들리는 내 자신을 긍정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흔들리지 않으면 이미 죽어 있음을, 흔들림이 내가 살아 있음을, 흔들림으로써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음을 시를 통하여 확인하고 위안을 얻는다.  

이렇듯 시전집을 읽어가면서 마음을 울리는 시들을 만나게 된다. 또는 이성을 자극하는 시를 만나게 된다.

그렇지만 그의 시는 결코 편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초현실주의 시처럼 무척 난해하지도 않다. 그는 사회를 비껴가는 듯하지만, 사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듯 우리는 시를 통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의 전집을 통하여 그의 시세계 전부를 만나고, 그를 통하여 오규원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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