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위기 - 디자인,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위하여, 개정판
빅터 파파넥 지음, 조영식 외 옮김 / 서울하우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한 때, 아니 지금도 천주교에서 '내 탓이오' 운동을 하고 있다. 내 탓이오, 이는 어떤 일을 남에게 돌리지 않고,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나타낸다. 

우리 사회에 얼마나 내 탓이오 하는 모습이 없었으면 이 말이 하나의 운동으로 자리를 잡았을까. 

다른 말로 하면 내 탓이오는 책임을 인정하는 자세이다. 책임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잘못의 인정을 의미한다. 많은 일들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데,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인정을 하지 않으며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는 현실에서 인정이란 꼭 필요한 자세가 된다. 

나라가 망할 때 지식인의 역할이 얼마나 힘든지를 시로 남기며 목숨을 끊은 황현 같은 이도 있지만, 나라의 흥망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산 사람들, 그리고 남 탓만 하며 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 지구는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는데, 누가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가? 서구사회는 개발도상국에게 책임을 미루고,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기업가에게, 기업가는 해결을 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책임을 미루고 있지 않은가. 

신문을 보면 이젠 전세계에서 이상 기후가 일상적인 기후로 변했다는데... 이미 예측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우리 지구가 변했다는데, 인정을 하지 않고,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인정을 해야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서 나아갈 수 있는데, 인정을 하지 않으니, 제자리 걸음이 아니라, 뒤로 뒤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의 책임을 인정하 디자이너가 있는데, 그가 바로 파파넥이다. 그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있고, 인간이 만드는 디자인이 자연을 파괴할 경우에는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최고의 디자이너로 치는 사람들이 이누이트 족 사람들인데, 이들은 철저하게 자연과 동화되어, 자연을 파괴하거나 거스리지 않고 자연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디자인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서슴지 않고 그들을 최고의 디자이너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디자인은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해야 하며,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서도 나와 있듯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고 파파넥은 주장한다. 

그럼 이런 디자인에 대한 교육은 대학에서만 해야 할까. 파파넥은 아니라고 한다. 

그는 디자인에 대한 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한다. 유치원 때부터 디자인 교육을 해야 하는데 (물론 그 교육은 전문적인 지식의 수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교육과 관련된 부분으로는 학교의 외형에서 건축이나 환경적 측면에서 보는 학교의 구조적 영역과 의자, 책상 등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든,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든,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든, 이들은 모두 학교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학교 교육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디자인이란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이 지구라는 이 환경에서 조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노력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많은 쓰레기들이 양산되고,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가 제안하고 있는 분해와 조립이 자유로운 디자인을 하기, 독일의 자동차 회사에서 시도하고 있다는 분해가 자유로운 자동차 만들기 등은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리라. 

따라서 그는 디자인은 완제품보다는 반제품같은 조립할 수 있고, 분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하는 디자인의 첫걸음이라는 주장이다. 타당한 주장이고, 받아들여야 하는 주장이다. 분해와 조립이 자유롭단 말은 쓰레기가 줄어든다는 말과 상통하니 말이다. 

그처럼 인간의 책임을 인정하고, 그 인정을 바탕으로 더 나은 디자인으로 나아가는 이런 모습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인정을 했을 때에만 발전을 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이 책을 읽자. 환경이 급변하는 이 사회에서 우리들은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덧말 

267쪽에서 자동차가 사용자에 의해 완성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질 수만 있다면, 네 가지 뚜렷한 장점이 있다고 하고,  

2. ~ 완성하면 대량생산된 자동차보다 무려 네 배의 비용이 더 든다(267쪽)고 했는데, 문맥을 살피면 더 든다가 아니고 덜 든다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네 가지라고 했는데, 267-268쪽에 걸쳐 1,2,3,4하고 나와야 하는데, 3이 없이 곧장 4가 나왔다. 3이 무엇인지 번역상 빠뜨렸는지, 인쇄상의 실수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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