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위한 디자인 - 개정판
빅터 파파넥 지음, 현용순 외 옮김 / 미진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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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하면 그냥 포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포장 하면 상품의 실용성과는 상관없이 보기 좋게만 만든다는 의미가 떠오르고, 결국 디자인이란 말은 긍정적이 면보다는 상품성을 내세운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떠올리기 쉬운 말이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벗어나게 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파파넥의 인간을 위한 디자인. 원래 제목인 영어를 보면 진실한 세계를 위한 디자인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진짜 세상, 진실한 세상이란 바로 인간을 위한 세상이라고 보면 이 번역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라? 처음에는 인간을 위해 어떤 디자인을 하지? 그런 디자인이 가능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는 디자인이란 말을 좁은 의미로만 해석하고 있는 편협한 생각 때문이다. 

디자인을 세상을 디자인 한다고 보면, 세상을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우리 인간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대량생산의 신화, 폐물화에 대한 신화, 대중들의 욕구라는 신화, 디자이너의 통제능력 부족 신화, 더 이상 품질은 중요하지 않다는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파파넥의 주장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러한 신화에서 우리가 벗어나서 제3세계를 위한 디자인, 지적 장애인, 장애인, 불구자를 위한 교육과 훈련 장비의 디자인, 의료, 수술, 치과, 병원 장비를 위한 디자인, 실험 연구를 위한 디자인, 한계 상황 하의 인간 삶을 지속하기 위한 시스템 디자인, 획기적인 발상의 디자인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그가 관심을 지니고 있는 분야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이 물신주의 시대에 물질적 궁핍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한 나라, 라디오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깡통라디오를 보더라도 그의 디자인 원칙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그는 시혜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디자이너의 개입은 절제되어야 하고 최소화되어야 하며 민감하여야 한다고 하여, 최종적인 디자인은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이 그 사회-문화에 맞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한다. 

결국, 누군가에게 베푼다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함께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그가 디자인이라는 특별한 분야에 국한시켜서는 안되고, 통합의 관점에서 디자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데서 더 잘 나타난다.   

여러 학문을 통합적으로 배운 사람이라야 사회를 위한, 인간을 위한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2000년대에 접어든 지금에도 유효하다고 본다. 

파편화된 전공을 한 학생보다는  이것 저것 통합적인 전공 공부를 한 학생이 더 가능성이 있다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팀을 이뤄 일을 할 때, 더 잘 된다는 그의 주장은 우리나라 대학이 갈수록 파편화되고, 자신의 전문분야만을 추구하고 있는 현실에서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굳이 이 책을 디자인에 관한 책이라고만 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이 시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어떤 삶을 살아야 인간을 위한(여기서 인간을 위한이란 말은 다른 존재를 지배하고 인간만을 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 이외의 존재와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 진정 인간을 위한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삶을 살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렇다. 눈을 한 곳으로만 향하지 말고, 주위 여러 곳으로 향하면,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존재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이렇게 나에게 다가오는 존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내 삶은 더더욱 풍성해 질 수 있다.  

단지 디자인이 아니라, 삶 전반에 걸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멋진 디자이너, 파파넥, 이런 사람이 많아지길, 그리고 이런 이론에 동감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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