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질문들 - 마거릿 애트우드 선집 2004~202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재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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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이야기][증언들]이 내게 애트우드란 소설가를 각인시켰다. 몇 편의 작품을 더 읽었고, [나는 왜 SF를 쓰는가]와 같은 에세이도 읽었다.


읽을 때마다 실망하지 않았다. [페넬로피아드]만 봐도 그렇다.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타고난 이야기꾼은 그냥 되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가? 그렇지 않다. 이 책을 읽어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관심, 노력, 포기하지 않는 끈기 등등 작가에게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질문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질문은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만 보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무엇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질문이 없는 삶은 수동적인 삶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질문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전체주의 정권은 늘 질문을 막았다. 질문은 곧 자유와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자유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작가가 아닌가 한다.


이 책에서는 애트우드의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는데, 작가에 대한 글, 작품에 대한 글, 그리고 사회 문제에 관한 글, 자신의 글쓰기에 관한 글 등등.


어떤 글을 읽어도 좋지만, 이 책의 순서에 따라서, 시간 순서에 따라서 글들을 배치해 놓았기 때문에 순서대로 읽으면 더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려는 순간에 대한 애트우드의 분노, 그렇지만 그것들이 작품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글들.


글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도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는 애트우드, 특히 레이철 카슨에 대한 글을 보라. 그 글을 통해서 레이철 카슨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선물을 남겨주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자유를 억압하는 세력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옹호, 이런 것들이 이 책에 너무도 잘 나와 있다.


분명하고 명쾌하게, 그러나 너무 단정적이지는 않게. 작가는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는 사람,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래서 좋은 작품을 읽으면 사람들이 변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애트우드 역시 많은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고, 자신이 사는 세상이 좀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품고 살아왔으며,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애트우드가 어슐러 K 르 귄에 대해서 한 말을 고스란히 애트우드에게 돌려주고 싶다.


'다행히도 르 귄은 우리에게 다차원적 작품, 힘들여 얻은 지혜, 본질적 낙천주의를 남기고 갔다. 그녀의 분별 있고, 명석하고, 교묘하고, 서정적인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더 요긴하다. 우리는 거기에 대해, 그리고 그녀에게 감사해야 한다.' (524쪽)


여전히 애트우드는 우리 곁에 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녀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세상을 제대로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타오르는 질문들]


방대한 책이지만 읽기 시작하면 손을 떼기가 힘들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애트우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또 애트우드 작품이 어떻게 창작되었는지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사회에 대해서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 


질문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좀더 깊이 있게 볼 수 있다는 것. 단지 서양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를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책이다.


우리 역시 질문을 해야 한다. 아직도 해야 할 질문, 찾아야 할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이 책은 다른 책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수많은 책들과 연결시켜 주는 책. 좋은 책이란 바로 이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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