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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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영화로 봤다. 감명 깊게 본 영화였다. 당시에는 이 영화가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우연히 서가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보면서, '어라! 영화 원작이 있었어?'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빌려서 읽게 되었다.


시작부터 강렬하다. '나는 구속되었다. 퀴즈쇼에서 우승한 대가로.'(9쪽)


상금이 어마어마하다. 요즘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10억 정도의 상금이 걸린 (10억 루피라고 소설에 나오는데, 인도 1루피가 15원이 조금 넘는다고 하니 지금 환률로 환산하면 150억 정도 된다고 해야겠다. 150억을 상금으로 걸고 하는 퀴즈쇼는 없을테니, 10억 정도로 하자. 그래도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린 퀴즈쇼일테니) 퀴즈쇼에서 우승했다. 


우승한 대가가 구속이다. 자, 왜 주인공은 구속되었을까? 소설은 이렇게 첫문장부터 흥미를 유발한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고문을 당하는 (증거가 없을 때 증거를 만들어내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부패한 경찰이 생각하는 수단. 지금은 고문을 하는 나라는 거의 없고, 인도에서도 고문은 아마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겠지만, 부패한 경찰에게는 고문이든 뭐든 범죄자를 만들어내는 일이 더 중요하니) 순간, 변호사가 등장하여 그를 데리고 나간다.


변호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주인공. 이름이 람 모하마드 토머스. 람은 인도 힌두교에서 크리슈나 신이 환생했다는 '라마'를 의미하고, 모하메드는 이슬람교를 토마스는 천주교(기독교, 소설에서는 주인공을 키워준 사람이 신부니까, 천주교로 하는 것이 더 좋을 듯)를 의미한다.


즉 주인공의 이름에 세 종교가 들어 있듯이 그의 삶 또한 보통 사람들의 삶과는 달랐으리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 그리고 우연히 신부의 손에 자라지만 신부가 살해당하고 소년원(고아원)에 보내지고, 다시 팔려가서 탈출하고, 빈민가에서 자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그.


그가 살면서 겪게 된 일과 퀴즈 문제가 겹치면서 소설은 12번째 문제까지 삶과 문제를 연결짓고 있다. 아니, 12번째 문제에서는 퀴즈쇼를 하는 집단의 사기를 드러내고, 각 문제마다 그가 겪은 삶이 인도의 삶뿐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특히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거의 버려지다시피한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일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일들을 통해서 그의 몸에 각인된 지식이 퀴즈쇼에서 정답을 맞히는데 일조한다. 단순히 빈민가 삶을 이야기하지 않고, 각 계층들의 위선적인 삶, 진실한 삶 등을 잘 드러내고 있는데...


소설의 결말에서 주인공은 행복한 삶을 찾았지만, 과연 이렇게 행복한 삶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퀴즈쇼에 나오는 지식들이 삶의 지혜하고는 거리가 먼 단편적인 지식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그런 지식들을 직접 체험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에게는 단지 퀴즈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소설은 무엇보다도 각 문제에 해당하는 주인공의 삶을 보여주면서 인간들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부자지만 인색한 사람, 가난하지만 베풀 줄 아는 사람, 자신을 위해서 자식을 버리는 사람, 위선적인 가학성 성애자, 그럼에도 올곧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사람.


가난 속에서도 우정과 사랑을 잃지 않고 그것을 지켜나가려는 사람. 그래, 세상에 권선징악이 있다고 믿으면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이 되겠지.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악을 조금씩이라고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지.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그런 희망을 주는 소설이다. 흥미진진하게, 추리 소설의 요건도 갖추면서 전개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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