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고양이 -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대가'
어슐러 K. 르 귄.닐 게이먼 지음, 이재경 옮김 / 에이치비프레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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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요즘 도시 주변에서는 길고양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밖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 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까지. 이제는 비둘기와 더불어 도시 풍경의 하나로 자리잡은 고양이들.


고양이에 관한 소설하면 포우가 쓴 '검은 고양이'가 먼저 떠오른다. 음습한 분위기.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 결코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니다. 그러다 르 귄이 쓴 '날고양이들'이 떠오른다. 밝은 분위기 소설. 이렇게 같은 고양이가 나오더라도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다.


이 소설집은 두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르 귄의 소설과 게이먼의 소설. 내용도 다르다. 하지만 고양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유명한 말이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상자를 열기 전까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즉 살아 있기도 하고 죽어 있기도 한 고양이. 이렇게 고양이는 삶과 죽음 어느 한 편에 속해 있지 않다. 어느 편에 속해 있다고 하기보다는 경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쪽 저쪽 명확히 나누고 사는 것 같지만, 사실 이도 저도 아닌 경계에 머물 때가 더 많다. 또한 내가 한쪽에 명확히 섰다고 여기더라도 더 큰 관점에서 보면 어느 쪽이라고 말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더욱 확장해 가면 그렇다. 차원이 중첩되고, 나는 이곳에 속하기도 하고 저곳에 속하기도 한다. 르 귄 작품은 이 점을 고양이를 통해서 말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이먼의 소설은 '대가'라고 하는데, 보상이라는 말, 또는 보은이라는 말로 바꿀 수도 있다. 새로운 존재가 침범해 올 때 고양이가 맞서 싸워 막아주고 있는 모습. 오래 전에 본 영화 '고양이의 보은'이 떠오르기도 하는데...고양이의보은 포스터.jpg


  여기서도 고양이는 경계에 있다. 이쪽과 저쪽 사이에 있으면서 도움을 준다. 그런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쓴 소설. 어쩌면 우리 인생도 그렇다는 점을 말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명확히 편을 가르기 좋아하지만, 편가르기가 그리 쉽지 않다고. 이쪽 저쪽 경계에서 양쪽을 다 아우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넓게, 깊게, 차원을 다르게 생각하면 그 점을 알 수 있다고.


  아주 짧은 소설 두 편. 전혀 다른 고양이들이 등장하지만 고양이와 어우러지는 삶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는 소설들이다.


더불어 김중미가 쓴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는 작품도 생각나게 하고. 이 작품 역시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는 그런 소설이었는데...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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