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림이다 -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현대미술가 시리즈
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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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모르던 화가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그림을 많이 보게 되어서 좋았지만, 그는 우리가 화가가 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곳까지 나아간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 그것을 받아들여 거기에 그림을 그리고, 아는 사람들에게 보내주는 일을 한 화가. 사진을 찍고, 그 사진들로 작품활동도 하는 화가. 무대 미술에도 참여한 화가.


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의 그러한 활동들은 모두 그림으로 귀결된다. 그는 그림에 대해서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고, 사진이 그림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림은 바로 우리들의 삶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니 그의 그림이 한 유파로 정리될 수가 없다. 그는 시대에 맞게 또 도구에 맞게, 아니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발달된 도구들을 활용하여 그림을 그린다. 그에게는 도구가 중요하지 않다. 그림이 중요하다.


그림에 대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생각을 게이퍼드와의 대담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실제 현실만이 아니라 그에 대한 시각의 재현과 해석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201쪽)


'이미지는 항상 매우 강력했고 앞으로도 늘 그럴 것입니다. 만약 '미술계'가 이미지에서 멀어진다면 미술계는 주류에서 벗어난 활동이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힘은 이미지와 함께 있을 것입니다.' (201-202쪽)


이런 말들... 그렇지만 이 책의 매력은 말보다는 그림에 있다. 역시 힘은 이미지와 함께 있다. 호크니가 작업하는 사진도 실려 있고, 그의 작품도 실려 있으니, 이미지가 이 책에 많이 나와 호크니의 미술 또 그의 미술관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호크니의 그림 '월드게이트 숲 3월 30일 -4월 21일'. 2006년.  30-31쪽>




<월드게이트 , 2010년 11월 7일. 오전 11시 30분과 '월드게이트, 2010년 11월 20일. 오전 11시>

 234-235쪽. 호크니의 사진


같은 장소를 그림으로 그린 작품과 사진으로 찍은 작품이 있다. 시간의 변화에 따른 풍경의 변화와 그림과 사진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는 이런 활동을 통해서 우리에게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함께 감상해 보면 좋을 듯하다. 다만 그는 그림도 사진도 하나로 만들지 않았다. 여러 장으로 나누어 그린 다음 붙였다. 이 붙이는 과정에서 시간차가 나며, 그 시간차가 그림을 더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호크니의 이 말, '나는 항상 그림이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것이 없다면, 누가 무엇을 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봅니다.' (11쪽) 마음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우리가 눈을 뜨고 다닌다고 다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그림을 통해 우리는 보는 눈을 지닐 수 있고, 더 잘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필요를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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