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 인간의 시대
최평순.EBS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팀 지음 / 해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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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기금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전체 인구가 한국인처럼 산다면 3.3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303쪽)


과연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개발도상국이라고 선진국을 따라가느라 정신없이 달려 왔는데,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개발도상국들이 저 뒤에 있다. 경제 능력만이 아니라 지구 자원을 소모하는 면에서도.


다른 나라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가 이렇게 선진국이 되었는데, 그렇다면 선진국에서 떨어져 나간 나라가 있던가. 없다면 또는 있더라도 선진국에 진입하는 나라보다 적다면, 이 얘기는, 지구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자원이 더 많이 소모된다는 뜻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인류세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따.


인류세란 말이 많이 쓰이고, 이 말이 지구가 위험에 빠졌다는 신호의 말로 읽히는데, 인류세라는 말이 만들어진 이유는 바로 인류에 의해서 지구의 역사가 바뀔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단지 생각이 아니라, 인류는 지구를 바꿔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세가 좋은 의미보다는 안 좋은 의미로 쓰이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이는 지구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인류의 활동이 지구를 파괴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류세라는 말에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이 포함된다. 공유지... 너나할 것 없이 함께 쓰는 공간. 그렇기 때문에 막 사용해서, 결국은 공유지를 파괴한다는 말. 공유지의 비극.


지구는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존재에게 공유지다. 공유지이기 때문에 함께 써야 함을 인식하고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되는데, 오히려 공유지이기 때문에, 내것이 아니기 때문에 막 쓴 결과 지구가 견디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그래서 지구라는 공유지의 비극은 인류세라는 다른 이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책은 교육방송 팀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인류세에 들어선 우리들의 모습을 취재한 결과다. 또 이 책에는 붕인섬이라는 지구를 1억분의 일로 축소한 곳을 대상으로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정리해주고 있다.


지구를 우리 눈에 들어오게 축소해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왔으며, 그들이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지구라는 생태계가 인류에 의해 어떤 변화를 겪었고, 또 얼마나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지금, 인류에 대항할 생물이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생물로 넓혀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해 팬데믹 상황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오로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는 인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 결말 부분에 있는 이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인간과 생존권을 두고 다투던 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이 풍경에서 우리는 이제 동물이 아니라 자연과 싸워야 한다." (314쪽) 


아니다. 자연과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과 싸워야 한다. 더 많은 지구가 필요할 정도로 소비하는 인간과 싸우지 않으면 지구라는 공유지는 파괴되고 만다. 우리 삶터를 우리 스스로 파괴하게 된다.


그러니 이제 인간은 다른 동물, 식물, 바이러스 등이 아니라 바로 인간 자신들과 싸워야 한다. 공유지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지구상의 다른 존재들과 인간에게 있지 않다. 지구라는 공유지는 인간들끼리의 갈등, 또는 인간들의 삶 자체에 비극이 내재되어 있다.


공유지의 비극... 극복할 수 있다. 함께 살아가야 할 공간이라는 인식을 하고, 그 공간이 파괴되었을 때 모두가 살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아야 한다. 지구라는 공유지에서 내 몫 이상을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나만의 이기심으로 지구라는 공유지를 더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우리들 삶을 바꾸어야 한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하여 에드위드 윌슨이 주장했듯이 지구라는 공유지의 절반을 보호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소비가 아니라 더 적은 소비, 더 많은 활동이 아니라 더 적은 활동. 더 빨리가 아니라 더 느리게... 여유 있게 우리 삶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지구의 절반을 보호하고서도 인류는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다. 


아니, 생활할 수 있도록 인류가 힘을 합쳐 지구라는 공유지를 보호해야 한다. 공유지의 비극은 특정한 장소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 지구라는 공유지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리고 그 위기를 우리는 기후 위기로, 각종 감염병으로, 사라지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 또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 먼지 등으로 겪고 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 또 극복하려는 활동을 하는 존재, 그 존재가 바로 '호모 사피엔스'다. 우리가 사피엔스,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지금 당장, 이 위기에 대처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점을 여러 자료를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인류세라는 말이 부정적인 뜻에서 긍정적인 뜻으로 바꾸는 것, 그것은 바로 우리 인류의 다음 활동에 달려 있다.


인류세라는 말이 공유지의 비극을 가리키는 다른 이름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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