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반일 종족주의> 비판
김종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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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보수는 기본적으로 민족적이다. 민족의 이익을 우선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는 민족의 이익을 우선하는가? 그 점에서 의문을 가지게 된다. 특히 친일파에 관한 문제에서는.

 

[반일 종족주의]를 쓴 저자들이 '반일 민족주의'라는 말을 쓰지 않은 것은 아마도 그들이 보수를 자칭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수에게는 반일을 통한 민족주의를 비판적 의미로 쓰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반대해서 똘똘 뭉친다고 한다. 합리적인 비판이 아니라 그냥 싫다는 이유로 뭉치는 것, 이것이 종족주의다. 그러니 이런 종족주의에는 보수든 진보든 그러한 이념이 작동하지 않는다.

 

종족주의는 우생학과도 연결이 되고 혐오 감정과도 연결이 되며,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배제의 원리만이 존재한다. 유럽에서 이런 종족주의가 심하게 발현된 것이 바로 유대인에 대한 탄압이다. 유대인이라는 종족에 대해 혐오감을 표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목숨까지도 빼앗으려 했던 역사적 사실이 있다.

 

그러니 제목을 [반일 종족주의]라고 붙인 것은 바로 이런 유대인에 대한 혐오, 탄압들이 잘못된 것이었듯이, 일본에 대한 반감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하려고 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제목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이 보수임을 드러내면서 그것에 상처받지 않기 위한 장치가 바로 '민족주의'라는 말 대신 '종족주의'란 말인 것이다.

 

민족주의는 이와는 다르다. 물론 다른 민족을 대타로 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이념으로 작동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민족만큼 다른 민족도 인정해 줄 때 제대로 된 민족주의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배타적 민족주의는 반대한다.

 

그렇다면 [반일 종족주의]란 말 자체는 이미 문제가 있다. 정당한 비판을 종족주의라는 틀에 가두고, 합리적 비판을 비합리적 비판으로, 맹목적인 비판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논거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렇게 [반일 종족주의]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친일 청산에서부터, 위안부 문제, 징용 문제, 독도에 관한 영유권 문제, 그리고 일제 강점이 우리나라를 근대화 했다는 논리까지 [반일 종족주의]에서 주장한 것을 근거를 들어 비판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을 친일파라고만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논리가 왜 잘못인지를 제대로 비판하는 것이다.

 

어차피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은 어떠한 논리에도 설득되지 않는다. 이들은 이미 우리나라를 강제 점령했던 일본을 우리나라를 도와준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믿음 앞에서는 논리가 잘 작동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설득할 사람들은 이들이 아니라 바로 다른 사람들이다. [반일 종족주의]를 읽을 만한 사람이 그에 대해 비판하는 책도 읽을 수 있다. 과연 그럴까라고 의문을 지닌 사람들에게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 역사적인 자료를 통해서 하나하나 비판하는 것, 이 책은 그 역할을 충실히 잘하고 있다. 그래서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이 어떻게 자료를 이용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굳이 [반일 종족주의]를 읽지 않아도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 어떻게 자료들을 곡해하고 있는지, 또 통계를 어떻게 악용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고, 여기에 더해 그들이 일본의 극우세력과 연결되어 있음을, 그들의 이런 움직임이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극우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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