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세트 - 전4권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김홍모 외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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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전문에 나오는 민주화 운동은 4.19다. 아직 5.18과 6월 민주화 운동은 아직 헌법 전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4.3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5.18에 대해서는 여전히 악의적 중상이 횡행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니, 지금 어느 정도 민주화를 이룬 시점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 헬기 사격에 관한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에서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을 만화로 기획하고 출판했다. 민주화 운동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좀더 다가가기 쉬운 방법은 없을까? 그런 고민으로 시작된 작업이 꼬박 2년이 걸렸습니다. 그저 만화라는 양식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만화작가들의 시선으로 본 민주화운동이야기입니다'(4쪽)라고 책을 낸 취지를 말하고 있다.

 

4명의 만화가가 참여했는데... 김홍모 작가는 제주 4.3을, 윤태호 작가는 4.19를, 마영신 작가는 5.18을, 유승하 작가는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참여 했다.

 

  제목을 보면 제주 4.3은 '빗창'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제주 해녀를 주인공으로 하여 일제시대에 해녀투쟁과 해방후 4.3을 연결지어 표현했다. '빗창'은 해녀들이 전복을 딸 때 쓰는 도구라고 한다. 해방된 조국에서도 억압받고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슬프게 전개되고 있다.

 

  이 만화를 보면 친일파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남북 분단으로 인한 이념의 대립이 무고한 사람들을 옭아매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가 흘렸던 피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사일구'라고 숫자가 아닌 한글로 제목을 달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엮어서 4.19가 일어났던 시대,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과 지켜본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5.18은 제목에서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아무리 얘기해도'라는 제목이다. 현재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어쩌면 젊은 세대들이 매체의 영향으로 잘못된 관점을 지니게 된 경우가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얘기해도 잘못된 관점을 지니고 있으면 바꾸기가 힘들다. 확증편향이라고 자신에게 맞는 정보만을 찾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확증편향을 공고하게 하는 매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지금 환경에서 '아무리 얘기해도'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더더욱 이야기해야 한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 '1987 그날'이라는 제목. 박종철과 이한열이 등장한다. 만화는 1986년부터 시작한다. 상계동 철거민들과 대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촛불시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대통령을 평화적으로 탄핵하여 정권교체를 할 정도로 민주주의가 성숙하게 된 과정에는 4.3으로부터 1987년 민주화운동까지 수많은 피들이 흘렀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화라는 매체가 흥미를 유발하고 읽기를 수월하게 한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또 그림이라는 매체를 통한 전달이 글로만 전달할 때보다 접근하기 편할 때도 있다.

 

읽다라는 표현과 보다라는 표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매체를 이용하여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어서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이것보다도 읽다(보다)보면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느낄 수도 있는 작품들이다.

 

자칫 잊기 쉬운 역사. 그 역사가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만화로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알려주는 이 작업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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