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 - 도시 생활자가 된 동식물의 진화 이야기
메노 스힐트하위전 지음, 제효영 옮김 / 현암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시는 자연이라기보다는 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도시는 자연에 상반되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도시가 팽창한다는 것은 자연이 축소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도시화는 다른 생물들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에게도 무한한 잠재력이 있고,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듯이 다른 존재들에게도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 자신의 종이 지구상에서 멸종되기를 바라는 종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고, 멸종하지 않기 위해서는 환경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진화라고 한다면, 도시에서도 진화는 맹렬히 일어나고 있다고, 아니 자연에서보다도 더 빠르게,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에 맞춰 자신들의 몸이나 행동방식 등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한가? 진화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현상 아닌가. 그러므로 짧은 시간에 일어난 것은 진화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도시에서도 진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도시에 적응하는 생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이 이렇게 변화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기적 유전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모든 종은 자신들의 종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종의 유지를 위한 방향으로 변화한다. 이게 진화다.

 

도시화를 막을 수 없는 생물들 처지에서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시에 적응해야 한다. 도시뿐만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적응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생태계를 재편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핵심 종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21세기 어느 시점부터는 지구 생태계가 만들어내는 전체 에너지의 절반가량이 직간접적으로 우리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생태학에서는 이처럼 중심 역할을 담당하는 생물을 핵심 종이라고 한다. 인간은 전례 없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핵심종이다. 더 나아가 초 핵심종, 생태계를 조정하는 슈퍼 생물 종이라 할 수 있다.(313쪽)

 

이렇게 인간들로 인한 자연의 재편에 다른 생물들과 무생물들도 적응하려고 한다. 그들 역시 자신의 종을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변이들을 일으키고 후손들에게 물려준다. 그 환경에 맞게, 가능하면 빠르게.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배운 산업화 되자 나방들이 어두운 색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진화시킨 내용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종이 성공할까? 아니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많은 종들이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멸종위기 식물, 동물이라고 해서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들은 계속 나오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생물이 한 종류라면 도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생물은 수십 가지다. 도시는 진화를 촉발하는 발전소 역할을 하는 동시에 생물학적 다양성이 크게 사라지는 곳이기도 하다. 생물학적으로 얼마나 흥미 있는 현상이건, 전 세계 생물을 보존하려면 이와 같은 현상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감시하고, 탐구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311쪽)

 

그렇다. 도시화를 거부할 수는 없다. 그리고 도시화에 걸맞게 진화한 생물종들도 많다. 하지만 그보다 사라진 종들도 많다는 것, 종의 다양성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것이 인간의 생존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여 도시에서도 생물들이 진화하여 적응한다는 것을 밝힌 저자조차도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저자는 도시화가 되어도 생물은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듯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진화에 성공하는 생물도 있지만, 실패하는 생물이 더 많을 것이고 생물 종의 다양성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미 도시화가 된 것을 되돌리기는 힘들다. 도시에 적응한 생물들, 미생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고, 더이상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을 멈추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도시에서도 자연을 들여오는 노력도 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태계 최정점에 서 있는 우리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에서 사례로 든 도시에 적응한 생물들의 다양한 모습이 흥미롭고 놀랍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사례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가령 일본에 있는 까마귀들... 자동차가 정차했을 때 타이어 밑에 호두를 놓아두고 자동차 바퀴에 깨진 호두를 자동차가 떠나자마자 먹어버린다는 그런 사례... 또 우유병을 따고 속에 든 크림을 먹어치우는 박새 등등) 그런 것들과 더불어 우리 인간은 지금의 환경에 적응만 하는 종이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엔지니어 역할을 하는 핵심 종이라는 것을 명심한다면... 이 책은 지구라는 별에서 다양한 존재들이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여 저자는'다윈의 조언이 담긴 도시 설계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293-308쪽)

 

1. 내버려 둬라 

2. 반드시 토종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3. 청정 자연을 일부 남겨 두자

4. 분리하려면 제대로

 

이 말들이 지닌 의미를 곰곰 생각해 보자. 그게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미래 방향에 참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