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 히사이시 조가 말하는 창조성의 비밀 아우름 11
히사이시 조 (Joe Hisaishi) 지음, 이선희 옮김 / 샘터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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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는 내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그리고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라는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사람으로 다가왔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나에게도 그의 음악은 마음 속으로 들어왔는데...

 

그러다 "웰컴 투 동막골"의 영화음악도 담당했다는 말도 듣고, 영화를 보면서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그가 글로 자신의 음악 세계와 생각을 펼친 책을 펴냈다.

 

관심 있는 사람이 낸 책이니 안 읽을 리가... 읽으면서도 한편 한편이 마음에 들었다. 무어라 요약할 수 없지만,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일류의 조건'이라는 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일은 점(點)이 아니라 선(線)이다. 집중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작업을 끊임없이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

프로란 계속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프로로서 일류이냐 이류이냐의 차이는 자신의 역량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쪽)

 

그렇기 때문에 그는 영화음악을 만들 때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고 한다. 영감을 받아 한번에 일을 몰아쳐서 해서 끝낼 수는 있지만, 그것은 결국 점에 불과하다는 것. 한두 번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계속 그렇게는 할 수 없기에, 자신의 일을 규칙적으로 만들어 꾸준히 한다는 것. 선으로 일을 만들어 한다는 것.

 

이것에는 재능만이 아니라 의지도 필요하다. 의지 없이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음을 히사이시 조의 글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기교보다는 음악으로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음악은 기교들의 집합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작업이다. 음악을 통해서 잠시 잊고 있었던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므로 그는 음악에는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끌어올리려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창조성이란 이런 상태에서 발현되는 것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 가면 히사이시 조가 일본을 넘어서려는 모습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영화음악을 한 것과 중국 영화음악도 했다고 하니, 그는 음악이라는 보편적인 도구를 가지고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일을 한 것이다.

 

이렇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일본의 한계를 보게 되었다고 하는데.. 같은 음악을 연주해도 다른 느낌의 연주가 된다는 것.

 

남을 따라하는 데는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일본인이 창조적인 면에서는 매우 뒤쳐진다는 것, 그들에게는 혁신보다는 과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했다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역시 남을 뒤쫓아 지금의 자리까지 오지 않았던가. 이제는 뒤쫓을 일이 없어지면 우리가 앞서가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창조성을 발현하는 일이고, 혁신을 이루는 일이 아닐까. 히사이시 조는 한·중·일 삼국의 음악이 지닌 차이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작곡한 <여행을 떠날 때~>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을 중국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자 실로 편안한 대륙적인 소리가 나왔다. 한국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는 너그러운 느낌이 배어나왔다. 하지만 일본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조촐한 느낌이 전해졌다. (172쪽)

 

이렇게 같은 음이라도 전통에 따라서 또 습성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전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문화의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한편의 글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 그가 작업한 영화를 떠올리면서 읽어도 되고...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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