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며칠 전에 영화 <노예 12년>을 보고 왔다. 원작을 다 읽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실화라는 점에서 원작이 책이든 영화든 먼저 볼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을 선택하고자 했다. 무비꼴라주에서나 상영할 법한 영화인가 보다. 시간표가 아예 잡히지 않는 극장도 있었다. 이곳 극장에서도 많아야 하루에 세 타임 정도. 그런데 놀라운 일은, 아카데미상 발표가 나자마자 하루에 다섯 타임으로 상영 횟수가 늘었다. ^^ 기뻐해야 하는 일인지 어떤 건지 그다지 마음의 동요가 없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원작이 보고 싶어졌다. 순서가 거꾸로 되긴 했지만 결론은, 원작 때문에 이 영화가 보고 싶었던 게 맞다.

내가 읽다가 만 책은 펭귄클래식이었는데, 다양하게 나왔구나 싶어서 골라 읽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원작도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이다.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 기분으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나는 아직 원작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억울하게 12년을 노예로 생활했던 이가 적었다는 그 마음, 억울함, 분노... 뭐든 공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인간을 사고파는 일이 가능했다는 건 어떤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늘날에도, 노예라고 부르지 않을 뿐이지 그런 악행이 어딘가에서 버젓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심은 멈추지 않는다. 솔로몬 노섭이 플랫이란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그 시간, 어떻게든 목숨 부지하고 견뎌내야만 했던 시간이 생생하게 들려온다. 이런 일이 가능해? 언젠가부터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무조건적인 신뢰 보다는 의심부터 하는 버릇이 생기기도 한 건, 그 세상 속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를 만들어갈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솔로몬이 워싱턴으로 그 사람들을 따라갔던 건, 서커스와 함께 하는 자신의 연주, 좋은 보수, 그리고 그런 자리를 만들어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였는데...

무엇보다 인간을 사고팔면서 사유재산이라 부르고,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노동력을 착취하는 일, 인간 이하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하는 절대 이해 못할 일이 실제였다고 솔로몬 노섭이 증명한다. 두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이 지루함보다는 안타까움으로 내내 지켜보게 했다. 특히, 남녀 노예의 혼숙, 솔로몬의 옆자리에 누워있던 여자가 솔로몬의 손을 자기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보였던 눈빛, 그리고 흐느끼던 그녀의 울음소리를 쉽게 잊기 힘들 듯하다.

 

 

 

<우아한 거짓말>

영화를 보기에 앞서 원작을 다시 읽었다. 처음 출간했을 때 읽었으니 세세한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났다. 그저 막연하게 ‘이런 내용이었지.’ 하는 느낌만 남아있었다. 그런데 다시 읽고 보니 김려령이라는 작가가 참 매력 있어 보인다. 지금껏 만났던 김려령의 작품은 쉽거나 가볍거나 했던 게 없었다. 심지어는 어린이 도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웃음 코드를 만드는 것 같으면서도 허를 찌른다. ‘그냥 웃고 넘길래?’ 하고 따져 묻듯이... 거짓말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 앞에 ‘우아한’이란, 참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를 왜 붙였나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알겠다. 그 우아한 거짓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듯하면서, 결국은 죽은 이가 죽음을 준비하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주는 느낌.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말로 살인이라도 가능하게 했고, 누군가는 알면서 침묵했다. 훈계하듯 가르치려 들지도 않았다. 좋은 말로 마무리하지도 않았다. 그저 보여주었다. 있는 그대로...

곧 개봉할 영화는 어떨까... 개인적으로 김희애라는 배우나 영화가 원작을 얼마나 새롭게 했을까 하는 기대감보다는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세 명의 아역배우와 유아인이 궁금하다. 극장에서 예고편을 보니 유아인이 잠깐 등장하더라. 긴 머리 휘날리듯 넘기는 그 장면을 보니 아마도 유아인은 원작 속의 ‘오대오(추상박)’ 역할인 듯하다. 그리고 세 명의 아역배우들. 김유정과 고아성, 김향기. 주인공들의 입장에서, 그 나이의 여학생의 모습을, 다 알아채기 어려운 그 심리를 얼마나 잘, 자연스럽게 표현해줄지 많이 궁금하다.

 

 

 

<여자만화구두>

아, 이 원작 정말 로맨스소설스럽다. 이야기가 만화의 컷과 대사, 지문으로 바뀐 것뿐이다. 출간 당시에 읽고 얼마나 설렜던지. 어렸을 때나 만화를 보고 커서는 별로 관심 갖지 않았는데, 이 책으로 만화에 대한 선입견도 버리고 하나의 작품으로 대하게 되었다. 이십대의 여자 신지후가 회사 선배인 오태수 대리를 좋아하는 마음이 두근거린다. 표현하지 못하고 입만 벙싯벙싯.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어떻게 숨겨지겠나. 그런데 상대는 오대리다. 오대리는 사랑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편에 속한다. 회사 동료에게 연애나 결혼에 대해 현실적인 마음을 늘어놓는다. 그런 오대리에게 꽂힌 신지후라니 마음이 아파지려고 하는데, 여기서 뭔가 통해야 한다. 소소한 에피소드와 함께 하는 시간으로 둘은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아~ 기뻐라~ ^^

이 원작이 10분짜리 미니드라마로 만들어졌다. 현재 4회까지 방송되었다. 1회부터 4회까지 다 방송되었다 하더라도 그 시간은 일일드라마 1회 분량에 가깝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그것도 10분씩 보는 맛이 아주 간질간질하다. 처음 캐스팅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안 보려고 했다. 내가 생각했던 신지후는 배우 서지혜였으니까. 원작을 많이 비켜갈 거라는 생각에 안보다가 우연히, 정말 딱 10분씩 봤던 1,2회에서 마음이 움직이더라. 원작과 똑같은 장면을 넣기도 했고, 드라마적인 장면이나 설정이 새롭게 보인 것도 있다.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내든, 원작을 재해석해서 새로운 드라마로 만들든, 이제 내 눈에는 그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보면서 살짝 설렜다. 이제 점점, 아니라고 생각했던 자신들의 마음을 인정하는 순간을 볼 듯하다. 기다리기 지루해서 매주 2회 분량을 몰아서 보고 있는데, 이것도 성에 안 찬다. 그리고 슬픈 일은, 10분짜리 이 드라마가 금방 끝날 거라는 거. ㅠㅠ

이 드라마의 원작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실망보다는 입꼬리에 웃음이 걸리게 만족감을 주었으면 하는, 지극히 사심 가득한 바람으로 남은 시간도 챙겨봐야지.

 

 

 

<두근두근 내 인생>

이런 책을 만나게 되다니...! 펼쳐들기까지 아무런 기대도 그럴싸한 정보도 없었다. 어쩌다 보니 구입한 책이고, 어쩌다 보니 출간된 지 반년이나 흐른 후에 읽게 된 책이다. 아, 페이지가 줄어들어 아깝다는 건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게 그대로 알아질 정도였다. 김애란이란 작가의 이름을 단 한 번에 기억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어가는 속도와 몸이 늙어가는 속도가 다른 아름이의 그 이름을 잊을 수가 없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어도 이 책에 대해 저절로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입이 근질근질했던 기억이 난다. 취향 차이가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선뜻 책 추천 안 하는데, 이 책은 고민 없이 추천하고는 했다. 뭐, 읽는 건 각자의 몫이지만 그래도 한번은 읽어봐도 좋을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는 했다. 그래서였다.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닥치고 기다렸던 이유는...

영화가 언제 개봉할지는 모른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건 캐스팅되었다는 두 주연배우뿐이다. 아름이의 철없던 엄마 아빠의 모습을 이들이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는 게 슬플 뿐...

 

 

내가 읽은 책이 영화나 드라마, 혹은 다른 영상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면 궁금해지는 게 사실이다. 책과 얼마나 다를까, 원작의 느낌을 얼마나 잘 살려놨을까, 원작을 넘어서는 작품으로 만날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리는 마음. 역시 설렘이다. 그래서 기다리는 듯하다. 어찌되었든 뚜껑은 열어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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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초봄과 가을처럼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더니,

정오 전후로는 초여름 같더라. 얇게 입고 나갔던 스웨터 한장으로도 땀이 날 정도였으니...

저녁이 시작되기 전의 늦은 오후는 다시 겨울 속으로 들어간 듯했다.

몸이 흔들릴 정도의 센 바람, 눈이 내릴 것 같은 무겁고 어두운 하늘, 추위를 느낄 정도의 오소소한 소름까지...

 

같은 거리를 2~3번 왕복할 정도로 기억력이 깜박이던 날이기도 하다.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을 3번이나 왔다 갔다... 적당한 걷기도 아니었으니 다리가 후덜덜...

심각한 운동부족인 건 알지만 그래도 걷는 것은 자신 있다고 자부했는데,

이것도 안 되겠나보다...

다른 운동은 못해도 꾸준한 걷기는 꼭 지켜야겠다는...

 

 

관심있던 고전을 두권 구매했다. 구간이기에 구매한 이유도 크다.

도서정가제 시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모양이다. 그래서 신간보다는 구간에 대한 마음이 급하다.

지금이 아니면 이 정도의 할인율로 구매하는 건 어려운 일이 될 터이니...

그 책값에 만족하는 길은 꼭 읽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속이 덜 쓰릴 듯... ^^

 

 

어제 예판 주문했던 은희경의 신간을 받았다. 넘버링 이벤트 때문에 예판 주문했건만, 역시 이런 것은 안 통한다. ㅎㅎ 행운의 숫자는 나에게 오지 않았다. 에이~ 서운해.

하루키의 더 스크랩...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에세이보다는 장편소설을 읽고 싶다. 작년, 재작년에 만났던 하루키의 에세이는 나에게 맞지 않는 편이기에, 괜히 혼자 섭섭해 했다는...

 

 

 

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을 다시 읽고 있다.

영화까지 봐야할지 어떨지 아직 결정을 한 건 아니지만, 우아한 거짓말이라는 원작이 썩 괜찮았기에 고민하는 것이다. 특히 아역배우 3명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하다. 한 자리에서 보기 힘든 조화 같은데, 그래서 더욱 고민고민...

상당히 무거운 내용의 이야기에, 청소년소설임에도 읽으면서 마음까지 묵직해졌던 느낌을 기억한다. 다시 읽어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잊혔던 기억을 다시 꺼내게 한다. 내가 김려령이라는 작가에 대한 호감을 가지는데 상당히 큰 역할을 했던 작품.

 

 

 

 

 

투명 사회... 작가의 전작을 두권이나 소장하고 있음에도 정독까지 하지는 못했다. 마냥, 막연하게 넘겨보려 했을 뿐이다.

그런데 벌써 신간이 나왔다.

살짝 마음이 급해진다. 가능하면 저자의 신간은 전작을 만나보고 난 후에 이어가는 책읽기로 만나고 싶었는데...

게으른 독자의 모습이라 많이 부끄러워진다...

 

 

 

 

관능시리즈라고... ^^

한 권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세 권이 시리즈였다.

에로티시즘 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소개글에 웃음이 났다.

비웃음이 아니라 그냥 웃음...

표지가 예뻐서 눈에 담았다가 의외의 내용에 반전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스타일리시 일상 미스터리소설이란다.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되려나?

정확하게는 어떻게 다른 분위기일지 모르겠으나, 제목부터 표지까지, 내용까지 완전 끌린다.

독자에게 몰입을 선사해줄 작품 같아서 기대하고 있는 중...

 

 

 

 

 

있잖아, 누구씨...

관심 가던 그림책. 그런데 많이 슬플 것 같은 느낌...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하더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인간사...

그리고 고독...

그림만 보면 참 뭔가 선명할 것 같았는데, 막상 펼치면 흐려질 것 같은...

 

 

 

몇 권의 책을 더 주문하고 곰곰 생각한다.

충동구매하지는 말자고...

또, 그만큼 읽으면서 구매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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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안 먹어도 졸린 계절... 오긴 왔나 보다.

눈이 스스로, 알아서 무거워진다...

 

 

특히 <품 안에 남자> 너무 읽어보고 싶게 한다. 궁금궁금... ^^

 

 

 

 

 

 

영점 영일의 확률...

이거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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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을 모두 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소 짓는 사람』에서 하는 말처럼 책 놓을 공간이 없어서 살인도 불사하게 될지도 모르고(웃음), 책 구입에 관련된 금전적인 문제의 해결도 힘들다. 내가 책 구입에 있어서 망설이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다 읽지도 못한 책이 옆에 쌓여있는데, 또 구매하면서 그 옆에 더 쌓이는 책의 모습이다. 상당히 스트레스다. 책을 좋아하지만 많이, 빨리 읽지 못하니 소화하기는 어렵고,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혹은 뜻밖의 구간을 발견할 때마다 바로 구매로 이어진다면 아마 책으로 가득한 공간에 내가 서 있을 자리조차 없어질지 모른다. 그럼 무슨 소용인가? 내가 그 공간 안에서 함께 하지 못하면 그 공간을 차지하는 책이 무슨 의미인가 싶다.

 

도서관은 나의 이런 책 구매 욕구를 조금은 잠재워주는 곳이기도 하고, 시간이 허락할 때 서가 사이를 돌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게 하기도 하고, 읽고 싶은 모든 책을 구매할 수 없는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도서관에도 없는 책이 많다. 그런 경우, 직접 책을 구입하거나 기다릴만한 시간 여유가 있다면 희망도서로 신청하기도 한다.

 

도서관 이용한지 10년이 조금 못된 듯하다. 처음 여기 도서관을 이용할 때는 본관 1곳, 분관 1곳, 이렇게 두 군데였다. 그런데 몇 년 사이에 분관이 두 곳 더 생겼다. 거기에 구석구석 작은 도서관이 형성되었고...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은 시립도서관 4곳이다. 각 도서관마다 비치된 도서가 다르기도 하고, 어떤 목적으로 가느냐에 따라 장소를 고르기도 한다. 조용하게 좀 더 머물고 싶을 때는 가장 최근에 개관한 4번 도서관에 가고, 조금 시끄러워도 가까운 곳에 빨리 다녀와야 한다면 2번 도서관에 간다. 조금 오래된 도서를 찾아야 할 때면 개관한지 가장 오래된 1번 도서관에 가고, 넓은 공간에서 숨 좀 쉬고 싶을 때는 본관으로 크게 지어진 3번 도서관에 간다. 작은 동네에서 도서관이 4군데나 있다는 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 걸어서 이동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필요한 장소에 적당하게 개관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말은 즉, 하루에 도서관 4곳 모두 돌기 힘들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필요한 도서가 각각의 도서관에 흩어져서 비치되어 있을 때는 시간 넉넉할 때 아침부터 움직여야 한다. 그래도 다행이지 뭐. 도서관이 없다면, 책을 대하고 싶지만 여러 이유로 가까이 갈 수 없는 사람들 무지 많을 테니, 감사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허나~! 내가 내는 혈세로 움직이는 곳이니만큼, 조금 더, 잘,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도서관 몇 년 이용하면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했으니, 어떤 경우가 옳은 것이고 어떤 경우가 그릇된 것인지 알만한 입장이다. 원칙과 규정이 있으니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안다. 상황에 따라서 그 규정을 살짝 어기면서도 융통성이라는 것을 발휘하는 직원에게 음료수라도 한 개 사다주고 싶기도 한다는 거다. 물론 이용자가 생 때 쓰는 경우는 안 되겠지만.

 

 

도서관에 관련하여 기억나는 몇 가지가 있다.

- 가끔 소장하고 있는 도서가 너덜너덜 해질 때가 있다. 일명 쩍벌이 책이 되었다가 페이지가 우수수 떨어지기 직전인 상태. 그럴 때는 미안한 마음으로 도서관에 들고 간다. 그리고 출납 데스크에 있는 남자 직원에게 호침을 박아달라고 공손히 부탁한다. 그럴 때, 호침도 박아주고 깔끔하게 호침 위에 테이프까지 붙여주는 직원도 있다. 도서관이나 책방에서는 엄청 큰 호침이 있다. 아무나 못하고 힘을 많이 써야 해서, 도서관에서도 여자 직원은 잘 못한다고 했다. 일부러 해야 할 일이 늘어난 것이니 나도 미안하지만, 고맙기도 하다. 그래서 굳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음료를 가져가기도 한다.

- 도서가 연체되었다고 했다. 대출한 도서가 없는데 연체가 되었다니? 확인해보니 내가 알지도 못하는 책이 내 이름으로 대출되어 있고 오랜 시간을 연체중이었다. 그 당시 오랫동안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던 터라 당연히 신경 쓰지도 않았었다. 전화로 해도 될 것을 도서관까지 달려가서 확인했다. 분명히 내 이름으로 대출 되었고, 연체중이었다. 날짜와 시간을 보니 내가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나간 이후였다. 나는 그 시간에 도서관에 있지도 않았고 그 책은 제목도 들어보지 못한 책이라고 했다. 담당자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연체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나는 책을 찾아봤냐고 담당자에게 물었다. 담당자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한참을 어영부영 같은 상황만 반복되다가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너무 억울해서 이대로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니 화가 나고 언성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 담당자가 그때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나보다. 안면을 싹 바꾸더니, 죄송하지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렇게 몇 분이 더 흘러서 내가 제대로 폭발하기 직전, 담당자가 벌게진 얼굴로 서가에서 내가 연체중이라는 책을 찾아왔다. 정말 황당한 상황. “내가 연체중인 책이 거기에서 뭐하고 있었대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비비 꼬아서 나온다. 담당자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한다.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나는, 나에게 사과하지 말라고 했다. 당신의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대신, 당신의 이름은 분명하게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관련부서 통해서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 담당자 아직도 그 도서관에서 일한다. 그 이후로 나를 봐도 눈길을 피한다. 내가 진상짓(게시판에 글 올릴까봐) 할까봐 한참을 걱정했을 듯하다.

 

 

이동도서관

이곳 시립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이동도서관이 있다. 대형 버스 안을 개조해서 만든, 말 그대로 이동하는 도서관이다. 이곳 말고도 다른 시에서도 운영하는 곳이 많다고 들었다. 보통은 주택가나 아파트 밀집지역, 시립도서관과 거리가 있어서 쉽게 이용 못하는 사람들, 특히 어머님들을 위해 운영하는 듯하다. 시립도서관의 축소판인데 비치된 도서의 비중이 좀 다르다. 어린이책과 소설류가 60% 정도, 40% 정도는 그 외 분야의 도서다. 차량에 싣고 다닐 수 있는 도서 양의 한계가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신간을 입고하면서 한 번씩 차량 내 책 정리를 한다. 대출 빈도수가 낮은 도서나 찾는 사람이 없는 너무 오래된 도서는 따로 빼서 도서관 보관실에 보관하고 그 빈자리에 신간을 채워주는 방식이다.

 

운행 시간은 2주에 한 번씩 지정된 장소로 찾아오는 방식이다. 그러면 그때 이미 대출한 도서는 반납하고 다시 도서를 대출할 수 있다. 정차 시간은 장소나 이용자 빈도수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보통 한 장소에 30분 정도 머무른다. 나는 주로 시립도서관을 이용하니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동도서관을 이용하는 빈도수는 낮은데, 꼭 이동도서관에만 있는 도서도 있기에 가끔 필요한 경우에 일부러 시간 맞춰 찾아가기도 한다. 근데 정말,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런 방문형 도서관은 좋은 것 같다.

 

 

앞문으로 올라서면, 바로 운전석 뒤쪽에 도서출납 데스크가 있다. 차량 운행하시는 기사님과 도서관 직원 한분, 이렇게 두 분이 함께 다닌다. 상당히 친절하시다. 특히 도서관 직원은 나이가 좀 있으신 여자분인데, 어머님들과 얘기도 잘 통하고 아이들에게 살갑게 대하셔서 이용자들이 좋아하고 편하게 대한다. 전에 공인근무자나 다른 직원이 다닐 때는 엄청 불친절해서 도서관 홈페이지에 직접 불만의 글을 올린 사람도 있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내가 그 직원에게 아무런 유감이 없음에도 불친절이 그대로 보였다. 다시 이용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러니 다른 사람 눈에는 그게 안보였을까.

 

 

 

내부에 들어서면, 이렇게 되어 있다. 오른쪽 고스톱 방향으로 돌면, 문학이나 에세이, 실용서가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는 철학이나 경제경영서적, 역사서적, 인문서가 있고, 마지막 왼쪽은 유아동 도서가 있다. 아무래도 이용대상이 어머님들이다 보니까, 아이들 책을 많이 대출해가시더라. 어머님들은 주로 소설이나 에세이, 실용서를 많이 보시는 것 같고...

 

 

 

 

 

 

 

 

 

 

나는, 제법, 착한, 이용자다. ^^

- 서가 사이를 돌면서 책을 찾을 때 유독 내 눈에 띄는 것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책이다. 직원이 실수로 잘못 꽂았거나, 이용자가 고의적으로 다른 자리(자기만 아는 익숙한 자리)에 꽂아둔 책이 내 눈에 들어오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 한다. 굳이 꺼내서 제자리를 찾아준다. 검색해보면 비치된 자료인데 제자리에 없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들은 장서점검을 하지 않는 이상 찾기 힘들다. (이곳 도서관은 보통 1~2년에 한 번씩 장서점검을 한다.) 비치된 자료인데 찾지도 못하고, 그러니 대출도 못하고... 필요한 책이라 굳이 발걸음을 한 상태에서는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나. 결국 찾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걸. 그런 경우를 경험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책을 보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 나 같은 경험을 하지 않도록, 찾는 책이 제자리에 있었을 때 눈이 번쩍 뜨이도록... ^^

 

 

 

 

- 여러 이용자가 책을 대하다 보니, 책이 내 책처럼 블링블링하지가 않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책을 보니 앞뒤가 쩍벌이더라. 나도 모르게 본능이 앞선다. 가끔 내가 가진 책도 쩍벌이가 될 때 내가 수술을 해주고는 하는데, 그 수술을 도서관의 책에게도 해주는 것이다. 끝이 뾰족한 풀로 얇게 발라서 덮어주고, 무거운 사전 같은 것으로 꾹 눌러준다. 그럼 언제 나 쩍벌이였나 싶게 감쪽같이 붙는다. ^^

 

 

 

 

 

- 대출한 책을 연체하면, 연체일수만큼 대출이 불가능하다. 그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런데 연체자가 감당해야 할 몫을 떠나서, 그 책이 필요한 또 다른 이용자를 생각해보면 연체는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게 맞다. 연체하고 싶어서 연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 꼭 필요한 책이었는데 앞서 대출한 사람이 한 달이 넘게 반납하지 않은 적이 있어서 기억난다. 결국 언제 반납될지 모를 그 책을 기다리지 못하고 책을 구입했었다. 내가 낸 세금이 괜히 억울해지는 순간이다.

 

 

이런 양심 없는 이용자는 되지 말자.

- 예전에 나는, 내가 가진 책에 밑줄을 그어가면서 본 적이 있다. 대부분 그렇게 봤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 책을 접지도 않고, 밑줄은 더더욱 긋지 않고, 겉표지가 때가 탈만한 색이면 비닐 옷을 입혀주기도 한다. 가지고 있는 책이 많지 않으니 시간 날 때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나 같은 독자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 주변에 이런 독자들 있는데... ^^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 이런 경우 나는 막, 화가 난다.

밑줄이 좍좍 그어져있다. 내 책으로 뭘 하든 그건 각자의 마음이지만, 공동으로 사용하는 책에 굳이 저러고 싶을까 싶은 마음에 우울해진다. 저 한 페이지만 그런 게 아니고, 책 전체가 저 정도였다. 밑줄에 괄호에 메모까지... 저 정도로 밑줄을 모든 페이지에 그어놓을 정도로 글귀가 좋으면(필요하면), 메모하던지 스캔이라도 뜨던지, 무리해서라도 구매를 하던지... 안타까운 일...

 

 

 

 

 

 

 

가능하면, 규정은 지키자는... ^^

- 도서관 자료실에 들어갈 때는 음식물 반입 금지다. 뚜껑 있는 음료수는 허용해 주는데, 냄새가 풍기는 음식이나 뚜껑 없는 음료는 반입금지다. 냄새 때문에 다른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할 것이고, 음료를 흘려서 책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 예방 차원에서 정해진 규정일 것이다. 그런 의미라니 지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술 먹고 도서관 이용하는 것은 좀 자제해줬으면 한다. 책을 고르고 바로 대출해서 나가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지만, 자료실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테이블에서 술 냄새 풍기면서 몇 시간을 머무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 대낮에 술 드시고 오신 어떤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언급해 본다. 들어오셔서는 신문을 3시간도 넘게 읽다가 가신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생각하게 된다.

내가 도서관 직원이었다면? 내가 도서관 이용자라면? 내가 다른 이용자라면?

서로가 유감스러운 일 안 생기면 좋겠지만, 내가 경험해보니 의도하지 않았어도 유감스러운 일이 생긴다. 나 역시도 그런 경험해봤고,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순간적으로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보면 한발 뒤로 물러서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이성을 앞세워 조목조목 따지는 일이 발생하겠지. ^^ 하지만 일반적으로 서로의 입장을 조금만 생각하면, 서로 얼굴 붉어지거나 언성 높일 일은 생기지 않을 수가 있다. 민망한 기억에 서로 눈길 피하면서 다닐 필요도 없다. 본의 아니게 나는 도서관에서 그런 유감스러운 경험을 많이 한 듯하다. 여기서 다 말하지 못한 일들도 있으니까. 그럴 때마다 꼭 한 번은 생각해봐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 상황을 바꿔서 한 번은 생각해보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자고...

 

 

오늘, 미처 반납하지 못한 책이 있어서 미친듯이 불어대는 칼바람 속에서 도서관 문 닫기 바로 직전에 다녀왔다. 너무 열심히 뛰어갔던지 등에서 땀이 다 나더라.

도서 반납을 하려고 자료실에 들어갔더니, 담당자와 이용자(학생) 사이에 실랑이 중이었다. 그 이용자가 내가 경험했던 일과 똑같은 상황을 마주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지켜보게 되었다. 이용자의 입장도 알겠고, 담당자의 처리 결과도 알겠더라.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이용자의 안타까운 마음은 알겠지만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문제였고, 담당자의 융통성으로도 처리할 수 없는 문제였다. (전산 시스템 자체가 도서 바코드를 읽어줄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그래서 이용자가 원하는 도서 자체가 대출이 안 될 것이므로...) 해결 방법은 딱 하나였다. 그 도서관이 아니라 다른 분관으로 가서 해당 도서를 대출해야만 하는 것. 그런데 그 학생은 아마도 그 동네에 위치한 그 도서관만을 이용하는가 보다. 다른 분관으로 갈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해결될 일이 아니니... 그냥 안타까울 뿐...

돌아오는 길은 갈 때와 다르게 조금 천천히 걸어왔다. 내 경험과 똑같은 이용자를 보고 나니, 나도 오래 전 겪었던 이런 저런, 크고 작은, 기억들이 생각나서 끼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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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2-22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이야기 재미있어요!
책을 직접 보수도 해주시는 착한 이용자시네요^^
역지사지 명심하겠습니다~~~

구단씨 2014-02-23 23:29   좋아요 0 | URL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요.... ^^
시간이 될 때나, 제 기분 내킬 때 하는 정도거든요.
사실은, 성격 때문일 수도 있고요. ^^
 

 

 

일주일을 실컷 앓고 나서 하는 짓이

알라딘에서 알림 메일로 보내준 <젠틀 매드니스>의 구매를 하는 일이다.

친절하게도, 알라딘은 종종 이런 메일을 보내온다.

보관함에 담았던 책, 장바구니에 머물러 있는 책...

언제 담았는지 날짜도 알려준다.

몇 년 전에 담아두고 비싸다고 생각해서 구입을 망설였는데 반값 할인 시작했다고...

반가우면서 이런 메일 자주 안 왔으면 싶다.

모르는 게 약이 될 때도 있는데, 이런 경우다.

자꾸 이런 메일 확인하게 되면, 계속 사고 싶잖아...

 

 

 

책이 두껍다. 수건을 올려놓고 누워있어도 될 높이다.

던지면, 혹은 떨어지면 무기가 될만한...

나는 책 수집가는 아니지만, 책을 수집하는 사람의 사람을 마음을 아주 모를 것 같지도 않다.

놓을 공간만 있다면 나도 책 수집을 강행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좁은 공간이고, 치우기는 더더욱 싫어해서 정리가 안 되는 방에 책을 쌓아두고,

읽었거나 더 이상 읽지 않은 책을 내다 팔거나 나눠주기도 하는지라...

궁금했던 책이라 조금만 망설이다가 결제했다.

책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따라갈 수는 없으나, 그 열정의 온기는 조금 느껴보고 싶어진다.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책 제목 외우기는 포기해야겠다.' 였다.

하루키의 다자키 쓰크루~ 못지 않게 제목이 잘 외워지지 않는 책이다.

분명 신간 나왔다기에 검색했는데,

계속 제목이 생각이 안 나서 실패하다가 결국 작가 이름으로 검색했다.

그리고나서야 겨우 알아냈다. '눈송이'란 단어 하나... ^^

앞으로 이 책의 제목은 눈송이만 기억날 듯하다.

혹시나 장편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기대했는데, 단편집이라고 하니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지만...

은희경의 신간이 반가운 건 사실이다. 그녀의 작품은 나에게 아주 잘 맞는 것도, 아주 맞지 않는 것도 아니기에...

이 조화가 언제 달라질지 기대하는 마음도 있다. 예판 구매했으니 열흘 뒤에나 오겠네...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

출간 때부터 궁금했는데, 이제야 읽어볼 듯하다.

운이 좋았는지, 좋은 기회로 득템하게 되었다.

내 손에 오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그동안에도 기다렸는데 이 며칠을 기다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미 입소문이 퍼질만큼 퍼져서 그 기대치가 한층 상승했는데, 막상 펼치면 어떨지 모르겠다.

음,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오는 건 좋으나, 너무 많이 쥐고 흔들지는 말았으면 싶은 염려가 생긴다.

일반소설인줄 알았는데 로맨스에 가깝다니 부담 내려 놓고 만나도 좋을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그의 작품 3권 중에서 한권만 읽어봤다. 내 주변에서 그의 작품은 입소문이 아주 좋다. 재밌단다. 신간이 나오면 저절로 구매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그런데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은 그냥 평범했다. 갈증을 해소해줄 정도는 아니었고, 이슈가 되는 작품이니 읽어봤기에 된 것 같다는 정도? 그런데 그의 다른 작품을 아예 읽지 말아야지 하는 것도 아니다. 시간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굳이 피해갈 작품은 아니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있다. 이상하게도, 나에게 그의 작품은 겨울에 접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 이번에도 신간이 두편이나 출간된단다. 가는 겨울의 늦추위를 사라지게 할 뜨거운 작품이 되길...

 

 

 

제목과 저자의 저 표정 때문에 웃음부터 나게 하는 책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다. 제목이 참, 음... 무슨 비디오 제목 같다. ^^ 진지함보다는 이야기로 즐길 수 있는 재미를 더 주지 않을까 싶어서 찜해본다.

한국문학 두권을 함께 구매했더니 적립금도 주더라. 단편집은 사실 평소에 꼭 챙겨서 보는 편은 아니지만, 약간 부담스럽더라도 한번씩은 보고 싶은 단편집이 생긴다. 백수린의 <폴링 인 폴>은 표지와 제목에서 괜히 더 사람 맘을 끌어당긴다. 익숙한 작가는 아닌데, 아무래도 추천사에서 내 기대감이 높아진 듯하다. 문학동네 수상작은 웬만하면 챙겨보는 편인데, 이번 청소년문학상을 받은 <흑룡전설 용지호>는 존재감 없는 주인공이라는 소개에 궁금해진다. 얼마 전에 읽은 <미소 짓는 사람>의 주인공도 그 존재감이 거의 없다고 나오던데, 알면 알 수록 알기 어려운 게 사람이라는 생각이 진해진다. 용지호의 변신 같은 모습도 나 혼자 그려보기도 하고...

개봉을 앞둔 영화 <우아한 거짓말>의 원작을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듯한데, 다시 읽어보려고 꺼내놨다. 천지가 죽었다는 강렬한 첫 문장이 아직도 기억난다. 김려령의 매력과 청소년문학의 깊이를 동시에 맛볼 수 있을 듯하다.

 

 

정여울이라는 이름으로 관심 갖게 되었던 책 <내가 사랑한 유럽TOP10>은, 사실 여행서를 그다지 챙겨보지 않으면서도 기대했다. 좀 더 색다른 분위기가 아닐까 싶은 나 혼자 만든 기대감일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줄지 몰라서 구매를 망설이다가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저자의 글은 좋아하지만, 이 책은 선뜻 구매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18세상> 제목의 어감이 강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어느 정도 예상하게 된다.

강하면서도, 속내의 이야기가 풀려나오는 건 아닐까 궁금해진다.

늘 회자되는 문제들이 다시금 튀어오를 것 같기도 하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이야기가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꾸준히 듣고 싶은 이유도 만들어준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조카가 생각나서, 나와는 다른 분위기의 그 시간을 지나온 것을 알기에, 이 책으로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미래에서 기다릴게>는 문장과 사진이 예뻐서 눈에 담게 되는 김효정의 에세이다. 밤삼킨별이란 이름이 더 익숙한 작가이기도 하다. 직접 받아본 그녀의 손글씨는, 깔끔하다. 책에서 느꼈던 분위기의 연장선 같더라.

요즘 대세라는 <겨울왕국>의 다양한 버전의 책이 있더라. 이 영화를 안 보면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도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그런가 싶어서 뒤늦게 자막으로 영화를 봤다. 더빙은 애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싫어하는데다가, OST를 제대로 듣고 싶어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영화는 보통이었다. 렛 잇 고~ 하는 후렴구만 자꾸 입에서 맴돌 뿐... ^^

 

 

 

거의 일주일을 앓으면서 남은 것은 축 늘어진 몸과 멍해진 머리...

약에 취해 살다보니 눈에 들어오는 게 거의 없다. 책을 보기도 힘들다. 글자가 눈에 안 들어온다.

그런데도 내일 배송될 책을 기다리는 마음은, 약간의 설렘이다.

오랜만에 읽고 싶었던 책, 궁금했던 책을 마주하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다.

 

 

담주부터 동해안 쪽에 다시 또 눈이 내린다던데...

사람 키 높이만큼 쌓이는 눈을 보지 못해서 그 긴장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뭐든 적당히, 내릴 만큼 내렸으면 하는 마음...

 

저녁 식사 후에 먹은 약이 이제야 힘을 발휘하는가 보다.

눈꺼풀이 자꾸 내려온다. 얼른 눈 감아줘야 눈이 덜 아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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