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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거라고 하더니 아침부터 흐리다.

여름인 것 같은 며칠동안의 날씨에 덥다고 노래 부르며 지냈는데,

하룻밤 사이에 서늘해졌다.

이런 서늘함과 분위기가 책 읽기에는 더없이 좋은데... 마음이 따라주지 못해 아쉬울 뿐.

 

 

신간평가단 에세이 4번째 관심 도서.

 

 

 

제목에 확 와닿는다.

술을 많이 알지도 못하고, 많이 마시거나 자주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술자리 특유의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좋아한다.

(물론 너무 과하면 화기애애는 물 건너 가겠지만)

 

술과 함께한 저자의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

아마도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 자연스러운 풍경과 삶의 한 자락을 공감하고 싶어진다.

 

술과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 만나고 싶다.

 

 

 

 

 

 

궁금했다. 소년, 남자가 된 이들이 거쳐온 책이 무엇일지...

누군가에게 접근하는 책이 다 다르겠기에 새삼 궁금한 건 아니지만,

약간 삐딱해 보일 법한,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책들.

제목부터 땡기잖아. ^^

 

책 속의 책이라는 큰 타이틀을 벗어날 것 같진 않지만,

그 뻔함 속에서 다가오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기대된다.

아, 궁금해... ^^

 

 


 

 

 

작가의 소설 <목요일이었던 남자>를 가지고 있는데 아직 못 읽었다. 

그런데 그가 쓴 에세이라니, 이것부터 만나도 되려나 싶어 살짝 갸우뚱.

 

역설의 귀재라 불렸단다.

온갖 분야의 주제에 독설을 퍼붓는단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믿음과 매사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삶의 방식이 드러나 있다고 하니...

펼쳐보고 싶다.

특히 그가 하는 독설에 빠져들고 싶다.

 

 

 

 

 

 

 

전당포에 맡겨진 온갖 물건들의 사연인가보다.

전당포라는 곳도 가본 적 없고, 무얼 맡겨본 적은 더더욱 없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들은 기억한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생각했던 건,

저렇게 물건을 맡긴 사람들이 그 물건을 되찾아가긴 할까? 였다.

전당포에 아끼는 물건을 맡길 정도면, 그만큼 돈이 급했다는 건데,

그 정도의 여유를 찾지 못해 물건을 맡긴 거라면

그 물건을 찾아갈 여유가 생기기는 할까, 싶은 노파심과 안타까움, 염려...

 

열일곱 살에 전당포와 인연을 맺은 저자가 30년 동안 전당포를 운영하며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

울고 웃으며 보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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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먹는 행위나 음식 자체에 엄청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나지만, 그 음식이 면이라면 생각이 달라진다. 여전히 빠르고 쉽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 같은 걸 선호하지만, 그 패스트푸드에 면을 포함하고 싶은 거다. 간단하게 사 먹거나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빠른 시간에 해결할 수 있고. ^^ 물론 간단하게 만든다는 것은 포장된 걸 단순히 끓여 먹는 수준을 말하는 거고, 먹는 속도도 남들보다 느리지 않다. 맛은 보장 못 한다. 제대로 만들어서 파는 전문가의 손길만 하랴. 그저 흉내만 내는 맛, 그렇게라도 한 끼 해결하고 비슷한 맛을 내는 정도로 만족하는 것도 감지덕지. 반드시 끼니를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면 음식은 더욱 나를 반긴다. 특히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자랐는데도 엄마와 난 식성이 다르다. 위에서 말했지만 나는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는 정도로만 먹는 걸 선호하는데, 엄마는 밥에 찌개 종류를 좋아한다. 외식할 때도 무슨 탕이나 구이 같은 것을 먹으러 가자고 하고, 나는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데서 주섬주섬 몇 번 먹고 마는 걸 좋아하니 마음을 통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엄마와 나의 마음이 통할 때가 있는데, 바로 국수를 좋아한다는 거다. 둘 다 위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면 종류는 피해야 한다고 항상 지적받는데, 그런데도 자꾸자꾸 손이 가는 건 새우 과자가 아니라 국수다. 그러니 이런 책이 반가울 수밖에. 저절로 눈에 들어오는 표지 때문에 책의 종이에 코를 킁킁대며 국물 냄새를 흡입했다.

 

 

 

『어이없게도 국수』 제목부터 눈에 저절로 들어온다. ^^ 저자의 나이 마흔에 닥쳐온 변화가 감당이 안 될 때 글쓰기를 떠올렸단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진정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글쓰기. 주제를 무엇으로 할지 정한다면 15년여의 커리어의 그녀에게 글쓰기가 처음부터 벽으로 다가오진 않았을 듯하다. 그러면 여기서 문제. 그녀는 무엇을 쓰려고 했을까. 생각도 하고 고민도 한다.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 자신의 일상, 공부, 책, 아이들. 많은 것을 떠올렸으나 그녀의 40년 인생에서 꾸준히 옆에 있었던 것은 딱 하나였단다. 바로 국수. 어이없게도, 국수였단다. (일단 한번 웃어보고) 하고 많은 것 중에 국수를 떠올린 그녀가, 나도 잠깐 어이없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꾸준히 자신의 곁에 있었다는 게 국수 하나라도 있어서 다행이고 기쁜 일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해봤는데, 내 인생 통틀어 줄곧 내 곁에 있었다고 생각되는 게, 나는 하나도 없더라. 그러니 저자의 국수 찬양과 견문이 경건해 보일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나 그런 것 하나쯤 있을 거라 쉽게 생각했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거다. '기껏해야 국수'가 아니라 '대단한 국수'였던 거다. 저자의 추억을 채우고, 성장에 함께 하며, 위로가 되었던 건 다름 아닌 국수였다. 인생의 중심이 흔들릴 때 지켜주었다던 국수 이야기다.

 

콩나물, 그날 들어온 생선, 기계로 뽑은 납작한 칼국수 면을 고춧가루 듬뿍 풀어 끓여낸 모리국수는 원래 고된 뱃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부들을 위해 만들어주던 음식이었다. 국물이 시뻘게지도록 투하한 고춧가루도 그렇지만 마늘이 듬뿍 들어간 데다 생선과 국수의 전분으로 걸쭉해진 국물이 칼칼하고 든든했다. (20페이지)

 

유전적으로 뼛속까지 면식수행자인 저자의 입맛이다. 하루 한 끼는 국수를 먹으며 살아온 저자에게 국수는 남다르다. 저자의 삶에 국수가 강하게 각인되는 이유다. 특히 사람과 함께 한 국수의 기억은 대단했다. 단순히 뱃속을 채우며 먹는 행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국수를 먹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상태를 경험했던 거다. 그러니 이런 국수 찬양이 가능해진 거 아닐까. ^^ 한 사람의 일생을 담아낸 기억으로 함께 하는 국수. 소소한 일상부터 크고 작은 일 옆에 항상 국수가 있었다. 삶의 형태와 배경을 그대로 담고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가 그대로 담겨 국수의 의미를 새기기도 한다. 고된 뱃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부들을 위해 만들어주었다는 얼큰한 모리국수는 삶의 고된 순간을 견디게 해주는 매운 맛이 되기도 했다. 처음 국수를 만나게 해준 고모와의 추억, 야근에 몸이 늘어지지 않게 힘을 주었던 두부국수와 비빔국수, 여럿이 함께 먹어야만 그 진가를 발휘하는 닭한마리 국수, 소맥과 삼겹살의 강림 후에 열기를 식혀주는 열무냉국수, 손때 묻은 덩어리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하는 수제비, 진한 팥국물에 담가 조금 퍼졌을 때 먹으면 맛있는 팥칼국수, 참새방앗간 같은 고속도로의 가락국수도 빼놓을 수 없는 국수 가족이다.

 

가락국수 하니까 생각나는데, 예전에 만나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집 앞으로 찾아와 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집 근처에 국숫집이 없는 것 같아 근처의 포장마차를 머릿속에서 찾고 있는데,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손지갑 하나 들고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으로 나왔는데 도대체 어디까지 가서 국수를 먹자는 건가 싶었다.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일단 탔으니 가보자 했는데, 도착한 곳은 내가 살던 곳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였다. 가락국수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휴게소만한 맛이 없다나 뭐라나.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며 따라 들어가 먹었는데, 역시, 그랬다. 맛이 있네 없네 여러 말을 해도 가락국수 맛은 고속도로 휴게소를 따라올 수가 없었던 거다. 인정!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저자 못지않은 국수의 추억이 있었네그려.

 

196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중국집은 화교들이 주인이었고, 주인이 당연히 주방을 꿰차고 있었다. 그런데 1960년대 들어 박정희 정권에서 혹독한 화교 탄압 정책을 펴면서 재산을 몰수당하다시피 한 수많은 화교들이 한국을 떠나게 되자 이를 계기로 중국집 주방에 한국인들이 들어서게 되었단다. 이때까지만 해도 짬뽕은 매운 음식이 아니었다는 것이 당시 중국집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분들과 옛 맛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의 전언이다. 화교들의 대거 이탈로 '어쩔 수 없이' 주방에 한국인들이 입성하면서 매운 걸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네 식성에 맞게 고출가루가 듬뿍 든 얼큰한 빨간 짬뽕으로 진화했다는 얘기다. 이는 1970 들어 급성장한 국내 외식산업의 두드러진 특성인 '매운맛의 보편화'라는 트렌드와도 일치한다. (100~101페이지)

 

국수에 누군가의 추억만 담긴 게 아니다. 국수는 한 시대를 기록하는 역사도 품고 있다. 지금 우리가 먹고 즐기는 짬뽕은 처음엔 빨간 국물도 아니고 매운 맛도 아니었다는 것. 오랜 시간 진주를 벗어나지 않고 그 맛을 이어온 진주냉면은 이제야 경남 지역 일부에서라도 맛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올챙이국수, 막국수, 옹심이 같은 가난한 자들의 식량이었다던 메밀은 배고픔과 동의어로 들린다. 한국의 거의 최초 패스트푸드였다던 구포국수의 명맥이 궁금하나 그 흔적을 찾지 못하게 되었고, 물자의 부족과 빈곤은 밀면과 비빔당면을 탄생시켰다. 그러고 보면 국수는 상당히 만만한 음식이었나 보다. 배고픔의 허덕일 때 금방 찾아내고 응용하여 허기를 달래주곤 했던 것이 국수의 다양한 버전과 발전을 이루어낸 건 아니었을까.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들려준 29개의 에피소드가 대부분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저자 자신의 기억이 보태어진 국수의 추억이 기록되는 거였다. 누구에게나 그런 기억 하나쯤 심어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그런 이유다. 겨우 국수 한 가닥일 수 있지만 그 한 가닥이 모여 일생의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가 어느 순간 불쑥 튀어 나와 삶을 견디게 해주곤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물론 그 대상이 국수가 아닐지라도 말이다. 저자의 이야기가 큰 거부감 없이, 낯설지도 않게 들리는 이유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마음 한 자락 열어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살아보니 그런 힘을 발휘하는 것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조금 알 것도 같다. 때로 위로가 되고, 흔들릴 때마다 붙잡아주며 구제하고, 한 템포 쉬어가게 해줄 수 있음을...

 

'나에게도 그런 음식이 있나?' 곰곰 생각하다가 떠오른 건 짬뽕이다. 미친 듯이 허기짐이 찾아올 때, 가슴 속이 답답할 때 매콤한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랄 때. 그럴 때면 집 근처의 작은 중국집까지 직접 가서 먹는다. 전화 한통이면 금방 배달 오는데 뭐 하러 굳이 가서 먹느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짬뽕만큼은 만들어져 배달 오는 그 시간도 별로다. 그 몇 분 사이에 불어버린 면이 싫어질 것 같아서. 주로 배달 위주라 매장에는 겨우 테이블이 서너 개뿐인 그곳까지 가서 먹는 게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부끄러움이고 뭐고 없다. 일단 먹고 보는 거다. 다 먹고 난 후에 찾아올 개운함을 기대하면서 그 매운 국물을 들이켠다. 언제부터 짬뽕을 그렇게 먹었는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데, 그 시작 역시 엉뚱하다. 이십대 초반이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예쁘게, 조금씩 먹어도 모자랄 판에 짬뽕 한 그릇을 다 비워낸 적이 있다. 그릇째 들고 짬뽕 국물을 들이켰다. 앞에 앉은 그가 한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야, 짬뽕을 너처럼 맛있게, 한 그릇 다 먹는 여자는 첨 봤다." 그러면서 쌍엄지까지 추켜올렸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민망한 기억인데, 그때 난 뭔가가 정말 답답했던 것 같다. 그 매스꺼운 속을 풀어내지 않고서는 못 살 것 같았는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고서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그렇게 떨리고 설레는데, 짬뽕을 그리 먹을 수는 없었을 거다. 분명! (아마도... ㅠㅠ)

 

비록 내가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아가고 있지만, 먹는 일이 단순히 먹는 행위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을 풀어가는 과정임을 알고 있다. 음식이기 이전에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소통을 이루어내는 하나의 매개가 되는 거다. 같이 먹는 음식, 먹으며 얘기하는 자리, 포만감이 불러오는 마음의 여유, 날카롭게 곤두서있던 시선을 누그러트리기도 하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으로 쌓여가는 정 마일리지까지. 음식이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세상 경험하는 중요한 자리가 되기도 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관계의 창이 되기도 한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의미 있는 행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고 있다. 물론 이 책은 먹는다는 것 한 가지를 말하는 게 아니다. 저자가 자신의 인생에 동반한 국수를 통해 어떤 삶을 살아왔고, 또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를 말하고 있다. 국수가 지나온 삶을 추억하게 하고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게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그런 웃음을 다 날아가고 얼굴에 추억의 웃음꽃이 피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힘이 되는 그 어떤 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웃음 짓게 되는 것, 행복해지게 하는 것, 삶을 기운 나게 하는 것. 그게 저자에게는 국수였을 텐데, 이 책을 읽을 당신에게는 무엇이 그 자리를 채워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뜨거운 국물에 담긴 면발을 땡기고 싶다. 호로록~ 호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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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최대의 해양참사로 알려진 포경선 에식스호의 비극을 다룬 논픽션.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는 이야기라는데,

이번 개정판을 통해 나는 처음 만나게 될 듯하다.

기존 판본의 누락된 부분까지 더해졌다니 더욱 생생하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논픽션의 깊이와 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니 기대된다.

 

 

 

 

 

 

 

 

 

임경선의 글을 두 편 읽었는데, 소설인듯 아닌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굳이 글의 장르를 구분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이 느낌이었다.

 

이번 신작은 그녀가 살아오면서 신뢰하게 된 삶의 다섯 가지 태도를 이야기한다.

그녀가 바라본 그 신뢰의 시선이 궁금해서 골라본다.

겨우(?) 다섯 가지일 수도 있고, 다섯 가지나 될 수도 있지만

살아가는 동안의 많은 모습이 그 안에 담겨 있을 것 같아서 펼쳐보고 싶다.

그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므로....

 

 

 

 

 

 

 

 

'전생'이란 단어에서부터 시선을 붙잡는다.

아주 믿을 수도 무시할 수도 없어서 늘 망설이게 되는 접근이지만

누군가의 전생을 읽은 이의 메시지라니 한번쯤 들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점의 시선 또한 궁금하다.

그게 현실, 현재의 삶에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도 듣고 싶다.


 

 

 

 

 

 

 

 

정말 궁금했다.

물론 이야기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지만,

아들 키우는 엄마, 그 엄마와 아들의 관계에 대해 궁금했다는 의미다.

우리 엄마만 봐도 내가 이해 못할 부분이 있기에

이 기회에 조금 가깝게 접근해서 이해와 올바른 태도에 관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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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중고책을 구매할 때 책 상태를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데, 보통 ‘최상’으로 기재된 책을 사곤 했다. 이왕이면 깨끗한 책으로 읽고 싶기도 하고, 혹시 나도 한번 읽고 되팔게 될 때 좋은 상태 그대로 팔고 싶기에 그렇기도 하다. 아니면, 꼭 필요한 책인데 책 상태가 별로인 것만 있다면 그것도 그냥 구매하기도 하는데, 언젠가는 그 책의 최상인 상태를 다시 구하곤 한다. ^^

 

며칠 전, 알라딘에서 새 책을 구매하면서 직배송으로 올라온 중고도서 한 권을 장바구니에 같이 담았다. 절판본이기도 하고 정가 이상으로 거래되는 책인데 내 눈에 띄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글이라 한 권 더 사서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해줘야겠다 싶은 마음에 냉큼 담았는데, 책 상태가 ‘상’으로 기재되어 있다. 제품 상세페이지 열어봐도 어떤 부분에서 그 책이 상급으로 분류되는지 따로 설명이 없어서 확인할 수 없었다. 어디가 찢어졌나? 너무 낡았나? 그래도 상급 정도면 지저분한 상태는 아닐 것이니 그냥 결제했다. 막상 도착한 책을 살펴보니 새 책과 같았다. 너무 깨끗했다. 담당자가 실수로, 혹은 지나치게 완벽한 사람이라 ‘이 정도의 책은 상급으로 할 거야.’라고 생각했을까? 뭐, 암튼, 구매자의 입장에서 좋았다. 이왕 받은 김에 다시 한 번 읽어볼까 싶어서 펼쳤는데, 이 책이 왜 상급으로 분류되었는지 알겠더라. 이 책이 양장본이었는데, 양장본 뒤표지 안쪽에 처음 이 책을 구매한 사람의 메모가 있었다.

 

처음에 책 보자마자 실장님 생각이 났는데 선물로 드릴게요! 재미있게 읽으세용. ^^*

2010, 8, 3 은영이~

 

 

2010년 8월 3일에, (아마도 여직원일 터인) 은영이가, (같은(?) 직장의 상사인) 실장님에게, (뭔가 어울릴 듯한) 이 책을 보자마자 생각나서, (마음을 담아) 선물로 안겼던 것. ^^

 

누군가의 지극히 사적인 메모이기도 하고, 구체적으로 더 어떤 마음을 담아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뜬금없이 호기심이 쏠렸다. 이 책의 어떤 면을 보고 실장님에게 잘 맞을 책이라는 판단을 했는지, 혹시 은영이는 실장님에게 실장님 이상의 감정이 있었는지, 실장님은 이 책을 선물 받고 다 읽긴 했을는지, 지금 은영과 실장님은 여전히 어떤 관계로든 교류하며 지내는 사이인지... 무엇보다 가장 궁금했던 건 이거다. 이 책은 어떻게 5년여의 세월이 흘러 나에게까지 왔을까, 하는 것. 실장님이 이 책을 다 읽고 안 읽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어떻게 이 책이 실장님의 손에서 흘러나왔나 하는 물음표가 생겼다. 실장님은 이 책을 헌책방에 팔았는지, 너도 한번 읽어봐라 하며 실장님의 지인에게 주었던 건지, 어딘가에서 잃어버렸는지, 그 손에서 떠나온 책은 5년 동안 어떤 주인을 만나고 다녔을지... 별것 아닌데, 몰라도 그만인데, 중고책 한두 번 사는 것도 아닌데, 괜히 궁금해졌다.

 

 

사실 나도 아주 오래 전에는 구입한 책 첫 장에 구입한 날짜나 어떤 마음으로 구입했는지 하는 마음을 적기도 했다. 책 하단에는 내 책도장을 찍기도 했고, 맘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밑줄을 긋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위의 사연처럼 책의 첫 장에 마음을 담은 메모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냥 있는 그대로 읽거나 보관하기 시작했다. 책도장 절대 안 찍고, 메모나 밑줄도 안 한다. 아마도 소장하지 않는 책을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하면서 그랬던 듯하다. 누군가가 받을 책이 깨끗하고 새 책 같았으면 하는 마음. 별것 아닌 마음인데, 내가 받는다고 생각하니 그랬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 같은 것이다. 누군가는 나와 생각이 많이 다를 수도 있지만, 뭐, 나는 그렇다고.

 

 

 

이런 사연 있는 책을 받은 경우가 2년 전쯤에도 한번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예상하지 못했던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최근에 출간된 책에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아주 오래전에 출간된 책을 구입할 때 만날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했다.

거의 20년 전쯤에 출간된, 지금은 절판된 책을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냥 딱 한번만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굳이 찾아다녔다. 아주 얇은 문학도서였다. 오랫동안 단 한권의 중고도 보이지 않다가 발견한 반가움에 냉큼 결제했다. 책 상태도 나쁘지 않아서 만족했지만, 무엇보다 그 책의 전 주인이 적은 메모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이 책이 나에게 오기까지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주인들을 만났을지 모르겠지만, 날짜를 보아하니 아마도 이 책의 처음 주인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의 출간일이 1996년 9월 6일, 책 안에 써진 이의 흔적은 1996년 10월 27일. 이 정도면 처음 이 책을 새 책 상태로 구매한 이의 흔적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마음속에서는 공부를 하고자 하나 뭔지 모르는 힘이 날 붙잡고 놔주질 않는다. 지금도 도서관 자리를 옮긴 채 건성으로 종이 위에 눈동자를 남겨놓을 뿐이다. 멍한 머릿속은 어떠한 input도 거부한 채 제멋대로 날뛰고 있다. 그러나 실망이란 말만큼은 하지 말자.

너무도 익숙해버린 단어지만 정말 이젠 떨쳐낼 때다.

넌 네 나름대로 열심히 삶을 즐겼고 여러 환경의 변화로 새로운 방향 전환이 필요한 과도기일 뿐이다.

더 이상 내 삶을 타인의 시각에, 잣대에 맡기지 말자.

내 삶에 행동 주체, 판단 주체로서 내 자신을 세워야 한다.

1996. 10. 27. 일요일

도서관 2열에서 교수법 print를 기다리며... ”

 

이렇게 쓰여 있다.

 

글씨체로 성별을 구별해도 된다면, 글쓴이는 아마도 남학생일 것 같다. 남학생이라면 제법 글씨를 잘 쓰는 편인 것도 같다. 나에게 온 이 책이 문학 수업을 들을 때 참고할 만한 책이라는 애기를 들었는데, 이 책을 소장했던 사람이 아마도 문학을 전공하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교수법 print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사범대쪽 학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그냥 이 수업이 맘에 들어서 수강한 학생일 수도 있겠고...

 

일요일의 도서관. 수업에 필요한 복사물을 기다리는 시간. 공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하나, 또 그만큼 따라주지 않는 머릿속이 안타까움으로 가득했을 수도 있겠다. 눈으로는 글자를 쫓고 있으나 읽는 그대로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 또한 공감했다. 자꾸만 실망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오직 자신을 위한 일이어야 하는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음에 답답하고 힘든 마음을 토로하는 공간으로, 이 책이 선택되었던 듯하다. 단 몇 줄의 글이 그(혹은 그녀일지도 모를)의 마음을 풀어놓는, 다시금 열정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줄 수 있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글을 바라보던 시간이었다.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건너 나에게 왔던 이 책은, 다시 또 내 마음을 풀어놓는 공간이 될지도 모르겠지, 하면서. 누군가의 흔적으로 시작된 시간여행, 1996년에 학생이었을 이 책의 전 주인은 아마도 나랑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공감. 비슷한 고민으로 그 시간을 보냈을 동기 같은 마음. 일요일의 도서관 2열에서 수업자료, 혹은 과제물을 위한 자료를 기다리는 그 시간의 무료함이나 불안함일 수도 있겠지. 이름도 성별도 나이도 모를 누군가의 흔적 하나로, 타임슬립하여 십몇 년 전의 그 시간으로 잠깐, 돌아가고 싶어지게 했던 순간이다.

 

 

운명처럼 내 손에 들어온 헌책에서 지나간 것들의 흔적을 발견할 때면 내 심장의 박동소리가 커진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잊히기도 하고,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 일부러 저장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다시금 마주하는 시간이 온다. 설핏 웃다가, 눈꼬리에 눈물 한 방울 걸어놓았다가, 예상하지 못했던 떨림과 울림이 찾아오거나... 시간은 흐르고,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이별을 한다. 무언가를 향해 달리기도 하고, 잠시 멈추어 숨고르기를 하기도 한다. 일상 속에서 바쁘게 살아간다. 그러면서 잊히는 것은 잃어버린 것으로 진행된다.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그럴 때, 이렇게 우연히 찾아드는 것들이 우리를 유실물 보관창고로 안내한다. 나리코처럼...(『잃어버린 것들의 나라』가쿠타 미츠요) 우리의 잃어버린 흔적을 찾아서. 아니면 누군가가 우연처럼 나의 흔적을 찾아주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무엇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세상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진짜로 깨닫게 되는 것은 대개 나이가 한참 들어서이다. 나 역시 서른 중반이 넘어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던 물건, 혹은 시간, 장소, 사람조차도 잃어버린다 해서 세상이 끝나지는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서 그것이 없어지고 난 빈 공간을 안고 살아간다.

(7페이지, 작가의 말)

 

 

 

5년 전 혹은 20여 년 전,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자리에 앉아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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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15-03-20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메모가 있는 중고책을 팔다니요. 실장님은 선물해주신 은영씨를 잊었나 봅니다. ㅋ

구단씨 2015-03-20 18:24   좋아요 0 | URL
5년은 아마도, 그런 시간인가 봅니다. ㅋㅋ
그냥, 은영이의 마음이 궁금하더라고요. ^^
 

 

 

 

 

3주 동안 칼국수를 세 번 먹었다.

언니네 집 앞에 있는, 자리가 없어서 못 먹는다는 닭 육수 칼국수를 먹었고,

제부 회사 근처에서도 자리가 없어서 못 먹는다는 국물칼국수와 팥 칼국수를 먹었고,

동생이 데리고 간 공항 근처에 있는, 줄 서서 먹는다는 곳에서 해물칼국수를 먹었고...

 

면을 좋아해서 다행이지, 솔직히 그냥 먹을 만한 칼국수들이더구만.

줄 서서까지 먹고 싶은 정도는 아니던데...

그래도 지금 아니면 다시 먹으러 못 온다는 표정으로 데리고 간 그들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한 그릇씩 다 비웠다.

 

 

남동생네와 함께 세번째 칼국수를 먹었을 때,

배가 너무 불러 쉬어 가자고 해서 인천공항 전망대로 올라갔다.

공항 정면이 아닌 활주로쪽이 보이는 곳인데,

비행기가 오르고 내리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그리고 열 몇 대씩 주차(?)되어 있는 장면을 보면서 비행기가 장난감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옆에서 누군가(아마도 엄마인 듯) 비행기 타고 싶다고 혼잣말 하는 걸 듣더니

4살짜리 조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내가 비행기 한 개(!) 사줄게.”

 

 

헐...

왜 이제껏 몰랐을까. 비행기도 사고 싶으면 그냥 한 대 사면 되는 거였구나...

마치 과자 한 개 사준다는 것처럼 들려서 나도 모르게 크게 웃어버렸다.

아이의 눈에는, 비행기도 진열된 상품 중에서 그냥 하나 고르면 되는 것처럼 보였을까...

 

모처럼 웃었다면서 엄마도 내 말을 거든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우리 그동안 너무 웃지 않고 살았구나...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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