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동안 칼국수를 세 번 먹었다.
언니네 집 앞에 있는, 자리가 없어서 못 먹는다는 닭 육수 칼국수를 먹었고,
제부 회사 근처에서도 자리가 없어서 못 먹는다는 국물칼국수와 팥 칼국수를 먹었고,
동생이 데리고 간 공항 근처에 있는, 줄 서서 먹는다는 곳에서 해물칼국수를 먹었고...
면을 좋아해서 다행이지, 솔직히 그냥 먹을 만한 칼국수들이더구만.
줄 서서까지 먹고 싶은 정도는 아니던데...
그래도 지금 아니면 다시 먹으러 못 온다는 표정으로 데리고 간 그들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한 그릇씩 다 비웠다.
남동생네와 함께 세번째 칼국수를 먹었을 때,
배가 너무 불러 쉬어 가자고 해서 인천공항 전망대로 올라갔다.
공항 정면이 아닌 활주로쪽이 보이는 곳인데,
비행기가 오르고 내리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그리고 열 몇 대씩 주차(?)되어 있는 장면을 보면서 비행기가 장난감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옆에서 누군가(아마도 엄마인 듯) 비행기 타고 싶다고 혼잣말 하는 걸 듣더니
4살짜리 조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내가 비행기 한 개(!) 사줄게.”
헐...
왜 이제껏 몰랐을까. 비행기도 사고 싶으면 그냥 한 대 사면 되는 거였구나...
마치 과자 한 개 사준다는 것처럼 들려서 나도 모르게 크게 웃어버렸다.
아이의 눈에는, 비행기도 진열된 상품 중에서 그냥 하나 고르면 되는 것처럼 보였을까...
모처럼 웃었다면서 엄마도 내 말을 거든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우리 그동안 너무 웃지 않고 살았구나...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