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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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게 있어서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숙제처럼 무언가를 다시 해야 할 때나 꼭 필요한 어떤 부분을 찾아내야 할 때 같은 특별한 목적을 두지 않는 한,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펼쳐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나의 성격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몇 번씩이나 손길이 가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출간된 지 딱 10년,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나고 같이 흘러왔던 시간과 거의 비슷하다. 처음 도서관 서가에 꽂혀있던 이 책을 만났을 때는 로맨스소설인줄도 모르고 만났다. 읽다보니 점점 빠져든다. 말랑말랑한 감정 하나만을 주고 있던 게 아니었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었다. 로맨스소설이되 로맨스소설만은 아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저절로 그 공감의 둘레 안으로 파고들어가게 했다. 몇 번을 도서관에서 이용하다가 결국은 구매하고야 말았다. 이 책은 나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야만 했던 운명인 것처럼 그렇게, 나와 같은 공간에서 그 긴 시간동안 이 책으로 울고 웃고, 위로 받고 보듬어주고, 공감과 이해를 같이 경험해왔다. 이 책의 어디쯤 펼치면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맞춤형으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이른 듯하다. 이쯤이면, 나의 모든 희로애락을 같이 해온 이 책에게 ‘절친’이라고 이름 붙여줘도 되지 않을까? ^^ 그리고 몇 년 동안 들어왔어도 질리지 않을 이 말이 어느 순간 이 책과 동의어가 되어가기도 했다.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서른 한 살의 라디오 작가 공진솔과 서른세 살의 라디오 피디 이건의 사랑이야기다. 프로그램 이름마저도 구수한 <노래 실은 꽃마차>에서 같이 호흡을 맞추게 되면서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다. 그런데 이 남자 건PD, 시집까지 냈던 시인의 경력을 가지고 있단다. 그래서 소심한 진솔은 더 긴장한다. 글 좀 쓴다고 해서 혹시나 작가를 괴롭게 할까 싶어 마음의 경계를 세우지만, 시간과 마음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마음이 다가갈수록 서로를 더 알게 되고 동료 그 이상의 감정이 싹튼다. 그러면서 또 한 번 겪게 되는 사랑이란 풍랑을 두 사람은 어떻게 건너갈지가 궁금해 내 마음도 동행한다.

라디오라는 단어가 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여전할 수 없었던 걸까. 한때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것이 엽서나 편지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워드프로그램으로 타이핑한 것이 아닌 손으로 악필일지라도 손으로 꾹꾹 눌러서 쓰는 그 힘에 온 마음을 담아 적었더랬다. 마치 그 순간 그렇게 적어 보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마음을 그곳에 담아내야만 했었다. 그리고 운이 좋아 전파를 타고 나에게로 다시 날아오면 무언가를 털어내는 듯했다. 가슴 속 이야기들을 날려 보내고 듣고 싶은 음악 한곡과 함께, 그렇게 또 한 번 마음이 가벼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던 때가 있었는데. 어떻게 틀리지 않고 쓸까 하는 마음과 적어가는 동안 한 번 더 내뱉는 말들이 주는 개운함과 우표를 붙이고 날아가는 시간, 다시 또 돌고 돌아 나에게 들려오던 시간들이 지금은 사라진 듯하다. 문자 한통에 실시간으로 소개되는, 누군가의 사연이나 이야기가 이렇게 빨리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만나는 이 책은 그래서 조금 더 느리게 흐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 역시나 그렇게 느리고 단단하게 흐를 수도 있다는 듯이……. 그런 방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깊어져가는 모습을 건과 진솔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두근거렸던 시작과 서툴게 차단했던 마음과 그래도 사랑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음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 감정들이 풀어내는 것은 온기였다고,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고.

아주 어렸을 적에, 삼십대가 된 어른의 모습은 사랑이 아니라 삶에 익숙해지는 게 먼저 그려지고는 했었다. 몇 살에는 무엇을 하고, 몇 살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이미 정해진 매뉴얼대로 진행되고 있는 삶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그렇게 정해진 것은 없다고 생각되더라. 그런 순간들 속에서 진솔과 건을 만났다. 서른이 넘은 사람들, 사랑도 해보고 이별도 해본, 가슴에 크고 작은 상처 하나쯤은 안고 살아왔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듣고 싶어진다. 평범한 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나도 같이 녹아드는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한번쯤 사랑에 실패해봤던 이들이 조심조심, 그러나 진심을 다해 또 다른 사랑에 다가가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었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마음이 사랑인 걸까 거듭 확인하고 싶어지고, 사랑이라 표현하고 다가가도 될는지 조심스럽고, 이 사랑이 무사히 앞으로 갈 수 있을지 염려스럽고……. 그러면서도 계속 가고 싶은 이유, 사랑이란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이유를 버리지 못해서인 건 아닐까, 라고.
어쩌면 이리, 쉬운 일이 하나도 없을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잊는 것도 죄다 어렵다. 만만한 일이 뭘까, 세상에서. 마음속에서 메아리가 윙윙 울리고 있었다. (352페이지)

이 책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주변의 사람들은 건이 나쁜 남자라고 했다. 가만히 있는 진솔을 흔들어 마음을 고백하게 만들더니, 정작 고백을 듣고서는 그 마음을 자신의 마음대로 정의해버렸다. “지나가는 바람일지도 몰라요.”라고. 진솔의 많은 부분을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여놓고 순간 진심을 말해버린 자신의 마음을 바보 같이 수습해버렸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그런데 정말, 이런 건이 나쁜 남자일까? 몇 번을 읽었어도 나는 잘 모르겠다. 온전하게 진솔에게 가기 위해 망설이던 것도, 자신의 마음을 인정했을 때 따라올 기다림도, 그가 주었던 아픔들에 대해서 그가 치유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남자였다. 그래서 누군가가 건을 나쁜 남자라 말할 때 속으로 웅얼웅얼 하고 싶은 말을 참고는 했다. ‘진짜 나쁜 남자를 못 봤구먼.’하고 말이지. ^^ 나라고 나쁜 남자를 알아봤자 얼마나 알고 있겠는가. 다만 이 남자, 건이 진심을 말하고 다가가는 모습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이해해주고 싶은 아량이 발동한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더 현실감이 느껴지게 했던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어서, 일상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 시행착오를 하는 게 사람이라서 인정하고 싶은 남자라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하나하나에 우리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어서 더 애틋한 소설이다. 바람 따라 떠도는 자유를 느끼고 싶은 선우, 그런 선우에게 자신을 봐달라고 애쓰는 연인 애리, 자신의 진짜 사랑이 이 사람인지 저 사람인지 찾지 못해 우왕좌왕 고민했던 가람, 사랑으로 받은 상처에 다시 오는 사랑이 주춤거렸던 진솔과 건. 그리고 인생이란 무엇인지 한 마디로 정의해주신 이필관 옹까지.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 이들이 취하는 행동,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는 메시지들이었다. 언제 어느 때 다시 만나도 그때그때의 마음에 스며들어 치유해주는 힐링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책을 다시 찾은 이유도 거기에 있을 테지. 마음이 두 동강 났을 때, 나를 다독여주고 싶을 때, 봄의 시작에 찾아온 지금의 꽃샘추위를 혼내주고 싶게 따스함 전해 받고 싶을 때.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이 책을 만나야 할 이유가 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로, 더 이상 이 책을 로맨스소설이라 부르면 안 될 것 같다. 단맛 쓴맛, 살아가는 매 순간의 모든 맛을 경험하게 해주는 인생소설이라 명명하면 어울리려나. ^^ 여전히 사서함 110호의 <노래 실은 꽃마차>의 사연도 계속되고 있을 것만 같다. 아직도 진솔과 건이 거기에 있을 테니까...

2013개정판에 부록처럼 수록된 단편 「비 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의 제목은 이 책을 읽은 사람이면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을 것이다. ^^ 그래서 내용도 연상이 되기도 하는데, 이 단편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다른 내용이다. 오래된 골동품을 파는 가게의 남자와 파꽃을 그리는 여자가 남포등이 켜지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안에 두 사람의 추억과 함께 한 이야기가 겹쳐져 하나로 이어진다. 내용이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도록~ ^^



Dear Diary

잘 자요. 좋은 꿈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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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책 읽기 - 뚜루와 함께 고고씽~ 베스트컬렉션 39 카페에서 책 읽기 1
뚜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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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은 독자! 그럼 독자인 당신은 어디에서 책을 읽는가?!
사소한 물음일 수 있지만, 은근한 호기심에 궁금하기도 해서 굳이 대답을 듣고 싶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 외출할 때는 가방에 작은 책 한권 들고 나가서 자투리 시간에 몇 페이지씩 넘겨본다거나 커피점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주어진다면 또 앉은자리에서 몇 페이지씩 넘겨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책을 읽는 시간의 대부분은 방바닥에서 뒹굴 거리면서이다. 그래서 자세불량으로 정형외과 진료를 받은 적도 있다. 목뼈가 비뚤어졌다나? 바른 자세로 앉아서 책과의 적정거리를 두고 내려다봐야 하는데, 나는 그런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안 좋은 것을 총집합해놓은 자세로 책을 대한다. 책에 대한 예의 없음이라고 말하기는 뭐한, 그냥 망가진 내 몸뚱이에게 미안할 뿐. 흑…….

그래서인지 제일 좋아하는 카페의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서 책읽기를 한다는 저자의 책읽기를 듣는 즐거움은 색달랐다. 미리 말하지만, 제목이 ‘카페에서 책 읽기’라고 하여 저자처럼 카페에서 책을 읽으라는 말은 아니다. 그저 우리(독자) 모두가 사랑하는 책을 읽는 장소를 저자의 스타일로 표현한 것이다. 저자는 카페라는 장소에서 책 읽기를 즐기는 것뿐이므로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책이야기다. 저자가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카툰으로 표현했다는 것만 다를 뿐 우리가 읽는 책, 우리가 쓰는 리뷰와 의미는 같다고 생각하고 싶다. 사실 나도 손재주가 있으면 정말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단 말이다. 저주받은, 재능 없는 손이 안타까울 때가 많아서 슬프지만 어쩌랴.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다른 용도로의 발전을 꾀하여 즐거움을 찾는 수밖에. 하지만 늘 아쉬움은 남는다. 활자로 미처 다 표현해내지 못한 것은 그림 하나로 다 담아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재주는 늘 갈망하게 되니까. 또 한 번 흑……. (부러우면 지는 건데, 그래도 부러워. ㅠㅠ)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일단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무엇보다도 미흡한 글발 때문에 카툰 서평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그 미흡함이 저자의 특색 있는 리뷰로 거듭났으니까 말이다. (아, 진짜 부러울 수밖에.) 누가 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독자의 자세와, 카툰이라는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더 솔직하게 표현되는 듯한 리뷰의 느낌과, 내가 미처 리뷰에 다 담아내지 못했던 고백 같은 중얼거림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들로 책이야기를 꽉꽉 채워냈다. 적어도 이 책만큼은 저자의 스타일대로 카페에서 읽어주면 더 맛깔 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꼭 그렇게, 그 장소에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자신의 부족함과 일상 같은 습관이 만들어낸 북 카툰이라는 리뷰의 형식은 어떤 식으로 보든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저자가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표현 하는 부분에서 내가 느낀 것은, 뭔가 있어 보이려 포장을 한다거나 알지 못하는 것을 굳이 아는 척 한다거나 해서 거슬리게 보이는 리뷰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 눈에 보이는, 저자가 리뷰를 표현하는 방식은 편하고 유쾌하게, 책 이야기는 진지하게, 느낌은 솔직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리뷰가 좋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에게 더없이 맞춤형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저자가 이 책에서 뒷부분에 만화의 리뷰를 실어준 것을 빼면 모든 리뷰가 소설책에 대한 것이다. 장편 단편, 장르 구분 없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 너무 반가웠다. 내가 읽은 책, 알고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 아직 못 읽었어도 가지고 있는 책이기에 더 빨리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조급함을 주는 것까지도 좋았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 따위는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좋다.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 어떤 장소에서 어떤 모습으로든 자신이 좋아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이 책이 더 공감을 하게 만드는 이유는 책 중간 중간에 담긴 저자의 책에 대한 생각이다. 그중 한 부분을 말해보자면,
<용서받지 못할 책> (107페이지를 살짝 보시라~)
1. 개념 없는 분권 - 600페이지 될까 말까 한 책을 부득불 갈라서 분권하는 것에 분노합니다. 차라리 손에 묵직하게 잡히는 단권이 좋다고요!
2. 넌 어느 쪽 그림 설명이니? - 이미지와 설명이 따로 놀아 연결이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독서 흐름에 상당한 장해를 받는답니다.
3. 넌 미주일 수밖에 없었던 거니? - 31페이지 주석을 보기 위해 916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결국, 보충 설명 부분은 과감히 포기해버렸어요.
4. 표지, 너 습자지로 만들었지? - 읽을 때마다 표지가 줄줄 흘러내리는 걸 매번 끌어올려야 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럼 표지를 벗겨내고 보라고요?
5. 넌 왜 무려 양장이니? - 페이지 수 200쪽도 안 되는 얇은 책을 굳이 양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앙증맞은 문고본은 정녕 만들 수 없었던 건가요? 무조건 양장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닌데 말입니다.
6. 넌 왜 두꺼운 양장이면서 책갈피 끈도 없니? - 근래에 읽은 만화책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두꺼운 만화책에 페이지 수도 없고, 세상에 책갈피 끈도 없는 거예요. 만화책이라도 속독이 불가능한 저는 당황스러웠어요.
7. 광활한 여백의 미 - 책의 성격상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책도 있지만, 지나친 여백으로 페이지 수만 잡아먹는 책은 용서할 수 없어요.
특히 1,3,4,5,7번 항목을 격하게 공감한다. 이해 안 되는 분권과 백여 페이지 분량을 양장본으로 만났을 때의 분노, 여백으로 인하여 책의 페이지 수만 늘어난 것 같은 상황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뒤끝을 불러온다. 주석이 페이지 하단에 없으면 주석 확인하는 것은 과감히 포기(뒤쪽 페이지까지 왔다갔다 너무 힘들어.)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은데 그저 책을 만드시는 분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도 좀 헤아려 달라고........

저자(뚜루)의 북 카툰 중에서 베스트 39편을 모아서 나온 책이다. 그냥 서평집이라고 하면 서운하고, 개인의 독서일기라고 하기에는 막 훔쳐보고 싶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할 때면 아끼는 책에 밑줄까지 쫙쫙 그어주고 싶어지게 만든다. 연재할 때마다 다 챙겨보는 것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따로 구독하고 싶을 만큼 저자의 리뷰를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이 더 반가웠던 것은 언급해주는 책들 중에서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이 참으로 많았다는 점~ 하지만 소장하고 있을 뿐이지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았다는 점~ 그래서 마음이 바쁘다. 빨리 책장으로 달려가 그 목록을 다 꺼내어 옆에 쌓아두고 싶어서 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구를 떠날 그날까지 책과 함께 하고 싶다.’는 저자의 말에 어떻게 공감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안 그래? 구뤠~~!!

거의 한 달 사이에 서평집 세권을 만났다. 두 권은 소장하려고 내 품에 데려왔고, 한 권은 도서관에서 본 책인데 아직까지 구매여부를 망설이고 있다. 곧 이 책도 내 품에 데려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권 모두 분위기가 다 달라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 한권은 좀 진지하고 깊은 맛이 나고, 한권은 심플하지만 다양하고 많은 책을 소개해주고 있었고, 나머지 한권이 바로 이 책이다. 그렇게 각각 다른 세권의 서평집을 만나면서 또 하나 발견한 것은 역시나 서평집을 대할 때 드는 공통된 느낌이다. 그 책에서 소개해주는 책들이,
- 내가 읽은 책이면 무지 반갑고. ㅎㅎ
- 내가 읽지 않은 책이면 리스트가 배불러지고. ^-----^
- 내가 읽지는 않았으나 소장하고 있는 책이면 괜히 낚은 고기 같고. >.<
나만 이런가? ^^ 가끔씩 부작용을 동반한다고 하여도, 다른 이의 리뷰(서평집이라고 하여도)를 만나는 일은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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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2013-02-20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뚜루님 서평을 종종 찾아보곤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낸지는 몰랐네요.
구단씨님이 올려주신 글에서 '용서받지 못할책'들 정말 격하게 공감해요. 특히 전 1번이 싫더라고요.
적당한 분권은 손목보호에 도움이 되지만, 개념없는 분권들은 정말......

구단씨 2013-02-20 11:50   좋아요 0 | URL
어린왕자의 별님 반갑습니다. ^^

이 책 속에서 소개해주시는 책에 대한 사소한(?) 저자의 느낌들이 참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난 책이기도 합니다... ^^
 
연애 연습
진소라 지음 / 로크미디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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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햇살은 반갑고, 바람은 너무 차가워서 칼 같고, 회오리바람처럼 휘날리는 눈을 보고 있자니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시간 같았다. 오늘은, 그랬다.

‘이건 아니다’ 싶은 순간에 칼같이 잘라내는 여자에게 남자는 연애를 해보자고 말한다. 때때로 우리의 인생에 출몰해서 ‘준비’라는 시간을 갖게 하는 많은 일들처럼 연애도 그렇게 하면 된다고 떡밥(?)을 던지고, 여자는 이미 반해버린 남자에게 아닌 척 연습인 척 다가가 본다. ‘아니면 늘 그래왔듯이 잘라내면 그만이니까.’라고 우습게 본 탓에 여자의 연애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진짜’ 연애가 되고, ‘진짜’ 인생이 된다. 물론 그건 남자에게도 마찬가지. 이 와중에 서로가 겪게 되는 진심의 순간들과 오해의 시간들이 당연한 수순처럼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건 이들의 이야기에서 그리 중요하게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이런 시간을 통해서 여자에게 보이던 자기 자신이란 인물이었다. 자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기의 이기심 때문에 무얼 놓치면서 달려왔는지, 자기가 가로막았던 ‘연애’가 무엇이었는지를 남자를 통해서, 남자와의 연애를 통해서 보게 된다.

뭐 결론은 늘 그렇듯 해피엔딩인데, 그렇게 마무리까지 끌어가는 과정과 읽는 이에게 던져주는 느낌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읽는 내내 생각했다. 좋지 않은 갖은 별명으로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곧 자신이 되어버린 여자 반소은, 이 여자와의 연애를 위해서 한발 양보했지만 역시 그도 자신의 이기심을 먼저 챙겼던 남자 오세준. 반소은의 옆에서 구미호 같은 반소은이 되어가게 만들었던 박볶음, 이십년 지기가 사실은 많은 것들을 누르고 살아왔다는 증거 아닌 증거로 반전을 일으켰던 반소은의 친구 신이. 그리고 내가 그동안 읽은 진소라의 작품에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가족이란 캐릭터의 구성들. 아마도 그건 ‘이해불가’ 머리띠를 두르고서야만 볼 수 있는 묘사들이었다. 우습게도 그런 이해불가는 우리의 일상에 너무나도 가까이 있는 모습들이어서 더더욱 부정할 수 없는 모습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그런 캐릭터들 안에서 또 다른 진심들을 꺼내는 모습들이 불러올 감정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자세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예를 들면 이런 구절이 그런 감정을 스멀스멀 피어오르게 한다.
무언가 망친 기분이 들 때, 그걸 빨리 잊으려면 남의 탓을 하면 된다. (83페이지)
우리가 잘(?) 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남의 탓이 아닐까? (이렇게 말하고도 웃음이 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이 남의 탓을 하기도 하는 찌질한 인간이라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넘기고 싶은 순간들, 잊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을 때, 내 잘못인 것 알고 쿨하게 인정하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남의 탓으로 돌리면 조금 더 빨리 그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나. (아니라고?!) 주로 그런 경우는 자신이 잘못 했을 때 떠올리기 쉬운데, 이들이 말하고 있던 것은 ‘연애’라는 카테고리 안에서의 일들을 주제로 그렇게 해석한다. 그게 연애여서이기도 하고, 조금 더 넓게는 인간관계로 보아서도 마찬가지고. 반소은이 간만 보다가 버리는 것도, 연실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연애를 싫어한다고 해서 연실이), 박볶음과의 계속되는 싸움에서도. 모든 것에서 웅덩이 하나를 건너갈 구실이 되는 것이다, 남의 탓은. 그런데 그 남의 탓이 다시 ‘나의 탓’이라고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는 순간은 온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해도, 우리가 만나고 싶지 않아도, 우리의 의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라도.

반소은이 오세준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변해가는 과정, 다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볼만하다. 남자는 그래도 연애는 할 만한 것이라고, 그 연애가 비록 실패할지라도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 끝에 상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상처를 상쇄시킬 만한 기쁨이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여자는 그에 반박할 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상처를 갖기 싫어서 연애를 안 하는 수도 있다는 듯이, 뜨뜻미지근한 게 살아가는데 편리하다는 듯이 그렇게. 살아가는 게 전쟁인 것처럼 연애도 싸워서 이겨야할 것들 중의 하나라고 여자는 생각했던 것일까. 그게 서른을 바라보는, 이십대가 아닌 삼십대가 가져야 할 연애의 자세일까. 분명한 것은 스물의 연애와 서른의 연애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름’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 것인지 이 여자 반소은이 이 책을 통해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미지근한 게 좋아서는 아니겠죠. 뜨거워질 용기가 없고 차가워질 각오는 안 되어 있으니 이렇게 가는 거죠.” (182페이지)
언젠가부터 우리는 몸을 사리고, 상처가 두려워 손을 내밀지 않고, 내 자존심을 보호해야 하고, 어느 정도 나를 감싸줄 수 있는 중간의 자리에서의 삶을 ‘안정’이란 이름으로 지켜가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상처를 받아본 사람에게 다시 상처를 겁내하지 말라는 것은 교만한 오지랖이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함을 선택해야만 했던 시간들을 인생에서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다. 내가 반소은에게 보았던 것은 그녀가 가족을 보면서 키웠을 차가움, 연애인 듯 아닌 듯 흘러간 시간들에게서 배운 처세술 같은 것이었다. 지금 여기서 말하는 미지근함 같은 것. 그런데 그게 연애에서도 같은 흐름으로 보이니, 인생이란 우주에서 연애라는 지구는 참 작은 것 같으면서도 가끔은 전부일지도…….

그런 그녀가 연습 혹은 계약이란 이름으로 했던 세준과의 연애는 뜨거워질 용기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미지근함이나 차가워짐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열정이 식을 때도, 얼음이 녹을 때도 있는 것이 인생이자 연애일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 역시나 사람에 따라 다르게 흡수될 터이니 ‘그런 것이다.’하고 단정 지어 말하지는 않겠다. 책 속의 구절처럼 ‘어떤 일이든 알아야 할 시기를 지나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

연습 연애라니, 계약 연애라니. 제목과 이런 저런(내가 읽기 전에 생각했던) 것들이 안타까웠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이야기였다. 반소은의 인생과 연애에 오세준이라는 적군의 침투는 스스로 걸어 들어온 인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인질의 처리문제는 오직 반소은이라는 아군의 마음이다. 행복한 인질로 만들어주었을지 괴로운 포로수용소로 느끼게 해주었을지…….

식상한 소재에서 내가 건져내고 싶은 것은 나에게만 주는 어떤 ‘느낌’이었다. 가슴이 따끔따끔하게 만들어주는 상황들과 툭툭 심장이 떨어질 것만 같은 어떤 문장들 앞에서 이 책의 매력을 발견한 것 같다고. 주인공 한 사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게 하는 것도, 그런 배경들이 같이 가져오는 가슴 울림-슬프다는 울림이 아님-은 이들이 만들어낸 해피엔딩이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도 인정할 수 있게 했다. 얼굴이 찢어질 것 같은 이 추위도, 지금 흐르고 있는 이 겨울의 모습이니까. 무언가를 억지로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닌 인정하는 것, 조금씩이지만 변해가고 배려하는 것, 그게 이들이 만들어낸 해피엔딩이자 행복의 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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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 섹스 - 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 인생학교 1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미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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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생각보다 작은 이 책의 사이즈에 눈을 둔다. 이러다가 인생학교 시리즈 전부 다 채워넣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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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게 -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53
이나영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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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한 새로운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닥치고 구매.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이라는 신뢰감에 구매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재미있기를 기대하면서 첫 페이지를 펼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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