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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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간만에 누쿠이 도쿠로의 작품을 만나게 되는군. 누쿠이 도쿠로의 작품은 마지막까지 읽어봐야만 그 매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듯... 멋지구리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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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아이 창비청소년문학 50
공선옥 외 지음, 박숙경 엮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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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청소년문학의 시리즈가 50번째까지 이어져오는 이유를 이 책 한권에 다 담은 듯... 신뢰를 주는 작가들의 글을 한권으로 만날 수 있는 행운은 자주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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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웃지 않는 소년이었다
김도언 지음 / 이른아침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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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배워야 했을까... 담배를 한 대 피우면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물론 나는 비흡연자이니 이 부분은 내가 이루지 못할 로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담배연기와 함께 맡아도 좋을 것만 같은 냄새가 난다. 왠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약간 비스듬히 앉아 한 손에는 담배를 한 손에는 이 책을 들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라고 할까. 시인이자 소설가인 저자의 사유가, 내뿜는 담배연기처럼 눈앞에서 흐트러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퍼져나가라고... 이 책으로 담배연기를 떠올리게 된 이유는, 그게 전부였다.


김도언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2012년부터 2010년까지-나도 저자처럼 시간을 역순으로 말해본다- 약 3년여 시간의 기록이다. 지극히 사적인 일기 같으면서도 누군가의 투명한 일상을 만난 느낌은, 엿보는 것이 아닌 공유하는 기분이었다. 그 일상이 문학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라니 더 반갑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면서도 잘 알 수 없는 이야기, 독자가 아닌 작가가 문학-그는 특히 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에 대한 사유를 풀어내고 있는 모습은 낯설면서도 궁금했기에 그렇다. 공적으로, 사적으로 만난 다양한 문인들이 언급되고 그들의 대화가 들려온다. 거기에 저자의 마음을 풀어내는 소리까지 더해지니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에 나의 허밍이 저절로 따르는 것 같다. 잘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있었음에도, 나도 같이 흘러가도 괜찮을 것 같은 시간이었다. 외출에서 돌아와 화장을 지우고 맨얼굴을 마주하는 기분인 것도 같다고 해야 할까.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함으로 만날 수 있는 상대 같은, 그 안에 글 이면의 문인들이 있었다. 그들의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생소했지만 편안하기도 했다. 그건 어쩌면 저자가 자신과 이야기하듯 말하는 느낌, 혹은 일기라 부를 수 있는 이 글들을 마주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의 생각들, 하고 싶은 말들, 자신이 가야할 길에 대한 바라봄, 갖고 싶은 믿음일지도. 그래서 저자가 하는 말들이 더 진솔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저자의 일상 속에서 저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들려왔다. 소설가들, 시인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숨 쉬는 문학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유독 내 눈과 귀에 들어왔던 것은 저자가 하는 말들이었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듯한 말들. 그중에서도 특히,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이라 말하는 것은 치유의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하는 듯해서 더 귀가 쫑긋해진다. 이 책이 역순으로 흘러가야만 했던 이유를 나는 여기서 발견했다. 이미 지나간 일의 결과물을 먼저 보고, 몇 페이지 넘어가면 그 과정이 드러나고, 다시 또 몇 페이지 넘어가면 그 일의 시작이 보인다. 아, 이렇게 시작되어 이렇게 흘러갔었구나, 싶은 생각으로 되짚어 가고 있었다. 저자가 글쓰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해왔다는 이유가 보이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냥 흘러가는 하루라는 일상이든 누군가(무언가)와의 일들이 해결되어가는 과정이든, 그건 글쓰기를 통해 흘러가면서 마무리되고 치유되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문학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마음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가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이 세계에서 이방인이 아닌 그 안에 흡수되고 싶었던 거라고, 그와 동시에 이 세계의 맑음을 함께 가지고 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쓴 소리를 하고, 누군가는 내밀어주어야 할 따뜻한 손을 가진 사람이고, 그러면서도 헛된 희망을 품지 않는 사람이라고.

일상을 품은 그의 문학적 사유는 일상의 구석구석을 비집고 들어오는 찰나의 생각들과 감정들을 떠올리게 했다. 곰곰이 생각하면서 틈 하나를 보게 만들고, 그 틈을 또 하나의 문학이 채워 넣는 과정을 갖게 했다. 그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책이 어떤 느낌인지 찾아보게 만들고, 왜 그 책이 그 순간에 언급되고 있었던 건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문장들을 귀에 담게 했다. 처음 발견했던 그 틈을 메우는 것은 참 다양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문학을 통해 채워 넣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사유를 담게 만들고 있으므로 다행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저 독자인 내가 작가라는 이름의 그들을 다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겠지만 그들이 바라고 가고자 하는 그 길을 떠올리면 같이 뭉클해질 수 있었다. ‘모든 문장은 온도를 가진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 내가 갖고 있는 나만의 문장도 그 온도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슴이 출렁인다. 저자의 문학일기이면서 동시에 이 책을 만나는 모든 이들의 문학일기가 되는 순간이 아닐 런지.

읽어가는 동안 거꾸로 가는 완행열차를 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그랬다. 저자의 기록이 역순으로 흐르고 있다. 그래서 앞에서 읽은 내용(the end)이 뒤로 가면 진행형이나 아직 시작하지 않은 일로 묘사되고는 했다. 그런 것들이 잠깐 어지럽기도 했었다. 그럼 뒤에서부터 읽으면 편할 것을, 이상하게도 그러기는 싫었다. 굳이 이렇게 역순으로 엮어낸 것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하는 마음으로 나도 시간을 앞에서부터 거꾸로 걸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거꾸로 흐르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름 모를 여유로움도 생긴다. 그렇게 많은 것들을 한발 뒤로 물러서서 보게 한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그리고 나 자신을...

이 책 안에 담긴 저자의 사유를, 내가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자신의 생각들과 시선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 되기도 했다. 문학이란 공간 안으로 내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틈을 준 것 같아서, 살짝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여전히 나는 독자로 살아가면서, 문학 안에서 숨 쉬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을 테니...


당신들도 모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모든 문장은 온도를 가진다.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뜨거운 문장도 있고 피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차가운 문장도 있다.
좋은 문장은, 적정한 온도를 가진 문장이다.
문장의 적정한 온도는 작가의 비범한 감각에 의해 통제된다.
문장의 온도를 통제할 감각을 가지지 못한 작가는 불행한 작가이거나 혹은 가짜 작가이다.
그 감각은 훈련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고, 천연적으로 주어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것이지만,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뜨거운 일은 아니다.
그것이 어떤 선동에 소구되는 격문일지라도,
글을 쓰는 행위는 작가의 심장이 뜨거워지는 것과는 놀라울 정도로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문장의 온도와 현실의 온도가 구분되지 못하고 연계될 때,
광고 문안이나 반성문 같은 천격의 문장이 나온다.
(6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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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궁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향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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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궁 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자그마한 희망이라도 발견하고 싶어서 주문합니다. 책으로의 재미와 우리네 삶을 같이 보게 하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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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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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면 ‘빗소리가 듣기 좋다.’하는 운치가 아니라,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하니 귀찮거나 빗물에 신발이나 바지 끝이 젖어가는 게 싫다는 생각을 한다. 눈이 내리면 소복소복 쌓이는 그 눈이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쌓인 눈이 얼어서 빙판이 되어 불편하다거나 눈이 녹아내릴 때 질퍽거리는 도로가 싫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한때는 내리는 빗소리에 문학소녀가 되기도 했고,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눈밭을 구르면서 놀기도 했었는데 말이지. ^^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귀찮고 번거로운 것으로 먼저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

다행스럽게도 이 책 『비밀의 강』 속의 칼포니아의 하루에 동행하면서 그렇게 잊고 지냈던 많은 것들을 저절로 눈에 담게 되고, 칼포니아의 행동 하나하나에 부여된 그 마음이 어떤 것일지를 찾아보게 만들고 있었다. 살아가는 동안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한 그 시간들 속에서 좋은 느낌을 주는 긍정적인 시선보다, 귀찮고 싫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먼저 주는 시간들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었다. 너무 익숙하게 그래왔던 것이라 지금까지 몰랐었나 보다. 아니, 힘들다는 핑계로 무언가를 배려할만한 마음의 여유를 잘라내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만을 위해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최우선인 삶이었다. 다른 이의 마음이나 어려움을 볼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인지 칼포니아를 통해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마음과 너무나도 상반된 그 순수함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존재해야 다른 것도 보이는 것 아니겠냐고 생각했었는데, 칼포니아가 보여주었던 마음을 통해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자세와 마음을 배우게 된다. 
 



플로리다의 숲속 마을, 그곳에서 칼포니아의 아빠는 물고기를 팔아 가족을 부양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식탁에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 아빠의 가게도 어렵고 마을 사람들도 먹을 게 없어 힘들다는 말을 듣게 된 칼포니아는 아빠도 돕고, 어려움에 부딪힌 마을 사람들도 돕기 위해 직접 물고기를 잡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마을의 가장 지혜로운 알버타 아주머니에게 커다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을 묻는다. 그 질문에 알버타 아주머니는 숲속의 비밀의 강에 대해 말해준다. 하지만 알버타 아주머니는 강의 위치가 아니라 비밀의 강을 찾아가는 힌트만 준다. 바로 자신의 코끝을 따라가라고. 그 코끝을 따라가다 보면 비밀의 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한 가지 힌트로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막막하지만 일단 나서고 보니 이상하게도 길이 자꾸만 열리는 것 같다. 토끼가 나타나 시선을 돌리고 잠시 후에는 파란 어치가 나타나 또 눈길을 돌리면서 따라가다 보니 그 끝에 비밀의 강이 있었다. 아, 정말이었네. 말 그대로 고개를 돌리면서 저절로 함께 움직이는 그 코끝을 따라왔더니 비밀의 강이 있었네. 거기에다가 거짓말처럼 비밀의 강에는 정말 큰 물고기(메기)가 엄청나게 많이 있었다. 우연처럼 강어귀에 메어져 있던 배도 칼포니아에게 도움이 되었다.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물고기가 많이 있는 비밀의 강도 찾게 되고,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배도 준비되어 있었고, 칼포니아의 머리에서 떼어낸 종이꽃을 미끼삼아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도 있었다. 이 물고기들을 가져가서 아빠에게 도움이 되고,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도움이 될 것을 생각하니 마음에 포만감이 생긴다. 이제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다.

벌들은 모두 내 친구.
꽃들은 모두 내 꽃동무.
모두가 행복한 시간은 나도 즐거운 시간.
모두 모두가 이렇게만 계속된다면
절대 끝나지 않을 테지.
(영영 끝나지 않을 테지. 영, 영.) 

여기까지만 봤을 때는 그냥 칼포니아라는 소녀의 모험담인줄로만 생각했다. 위기를 극복한 한 편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자꾸만 뭔가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칼포니아가 물고기를 잡아서 집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부터였다. 칼포니아는 물고기를 많이 잡았으나 이 물고기들을 어떻게 가져가야할지가 걱정이었다. 그때 마침 보였던 실유카 이파리로 끈을 만들어 물고기의 아가미를 꿰어 묶어 생각보다 편하게 물고기들을 옮겨갈 수가 있었다. 비밀의 강을 찾아갈 때처럼 코끝을 따라 집으로 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잿빛 여우와 너구리들이 나타나 칼포니아의 코끝을 향하게 해주었고, 칼포니아는 또 한 번 숲속 동물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처음 칼포니아가 비밀의 강을 찾아갈 때, 물고기를 잡을 때, 잡은 물고기를 가지고 돌아올 때, 그리고 집으로 찾아가는 길까지 자연이라는, 숲의 친구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었다. 마치 그 자리에서 칼포니아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은 칼포니아에게 아낌없이 마구 내어주는 것만 같았다.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운 것은 무언가를 받으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Give and Take의 방식이었다.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럼 자연에게 도움을 받은 칼포니아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할 텐데, 무엇으로 그 대가를 치를 수 있을까. 자연에게 도움 받은 것의 대가를 치를 만한 것은 아마도 칼포니아의 순수함이 아니었을까. 칼포니아의 순수함이 자연의 마음을 열어 비밀의 강까지 동행하게 한 것이라고. 그 순수함에 보답이라도 하듯 비밀의 강은 칼포니아에게만 보였으니까 말이다. 그 이후의 길 역시 마찬가지였다. 칼포니아의 순수함이 힘을 가지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했다. 칼포니아는 물고기를 잡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엉이와 곰, 흑표범을 만난다. 그 동물들이 나타났을 때, 나는 너무도 당연하게 칼포니아를 해칠 것이라 생각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전래동화 속의 호랑이처럼 칼포니아를 위협해서 물고기들을 다 빼앗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칼포니아가 먼저 마음을 보여주었다. 동물들이 배가 고플 것이라 생각하면서 먼저 물고기를 내어주었던 것이다. 아, 이기적인 나의 마음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지나는 길에 그냥 만날 수도 있는 일이었을 텐데, 왜 나는 동물들이 해칠 것이라고 먼저 떠올렸을까. 타인에 대한 경계와 방어가 나를 지키는 일인 것처럼 생각했다. 타인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어도 나를 먼저 챙기려는 이기심에 의심과 경계부터 하는 것이었다. 그런 것이 습관이 되어 살아왔기에 칼포니아의 행동이 예상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건 순수한 마음만이 빚어낼 수 있는 것이었는데…….

누군가 널 겁주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음을 읽어줘야 해.
그럼 절대로 더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가끔씩 어떤 누군가는 “고마워.”라며 인사말도 건넬 테니까. 

 

 

한편으로는 더불어 산다는 것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칼포니아가 잡아온 물고기로 아빠는 장사를 하고, 먹을 것이 필요했던 마을 사람들은 물고기를 사서 끼니를 채운다. 이 과정에서 또 한 번 보였던 것은 마음을 담은 순수한 배려였다. 칼포니아의 아빠는 당장에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먼저 내어주고 돈을 나중에 받는다. 배고픔을 달래고 힘을 내야 다시 일을 해서 돈을 갚을 테니까. 이런 이야기는 그냥 동화이니까, 라고도 생각했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눈에는 이런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읽다보면 내내 그 ‘순수함’이란 단어를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나만의 이익이 아닌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칼포니아는 순수한 마음으로 비밀의 강을 찾으러 떠난다. 물고기를 잡아서 팔고 많은 돈을 벌어서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물고기를 팔아야 하는 아빠의 장사를 돕고자 했던 것뿐이었다. 그때 그 순간에 마을에 닥친 경제적인 어려움을 넘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칼포니아는 물고기를 잡고 싶었던 것이니까. 그건 모두에게 닥친 위기를 같이 건너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듯했다. 아이가 그때의 어려움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테니까. 이 이야기가 써진 시간적 배경이 1930년대의 미국의 대공황 시기였다고 하니, 그 위기는 어느 한 사람에게만 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같이 건너가고자 한다면 그 길을 걷는 걸음이 많이 무겁지 않을 것이기도 하겠지. 언젠가부터 우리 입에서 항상 나오는 ‘경제위기’라는 말을 여기에 적용시켜보고 싶기도 하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이 위기도 어느 한사람에게만 다가온 것은 아닐 것이기에 칼포니아의 순수한 마음과 나눔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도 그렇게 건너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와 바람을 자꾸만 담고 싶어서…….

 

 

 

칼포니아가 비밀의 강을 찾아가던 여정은 한 사람의 인생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누구나가 살면서 한번쯤은 난관에 부딪힐 수 있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그 이후 삶의 모습을 그려주겠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비밀의 강에 대해 말해주는 알버타 아주머니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만나고 싶은 멘토처럼 보였다. 우리가 어떤 길로 갈지 헤맬 때, 그 길이 옳은 길인지 누군가에게 한번쯤 묻고 싶을 때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알버타 아주머니는 칼포니아에게 비밀의 강의 정확한 위치를 말해주지 않았다.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만 따라가라고 했다. 그 코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어도 그 믿음대로 따라가면 비밀의 강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믿음을 주고 있었다. 이는 곧, 자신의 선택에 따라 믿음으로 같이 가면 그 어떤 결과를 만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최선을 다한 후에 만나는 결과물은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인생의 경험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비밀의 강을 찾고자 했을 때 알버타 아주머니는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해주신다. 실재하지 않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비밀의 강이라고. 가만히 눈을 감고 만나고자 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힌트를 여기서도 주고 있었다. ^^ 이런 장면들은, 앞으로도 칼포니아가 그 어떤 위기 앞에서 자신이 생각한 믿음대로 향할 것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 안에 우리가 있었다. 일단 부딪혀 보는 것, 믿고 나아가 보는 것, 주저앉지 말고 일어서서 걷다 보면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비밀의 강이 나타나주지 않을까? 간절히 바라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가고자 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곳에서 낚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용기와 희망이 아닐까 기대해 보게 된다. 비밀의 강은 꿈속에서나 만날 법한 신기함으로 먼저 다가오는 이름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내 안에서 늘 같이 하는 것만 같다고. 칼포니아에 대입되어 비밀의 강을 찾아가는 그 하루의 여정을 우리가 함께 했으니, 이제 그 비밀의 강은 세상 속에서 부딪히면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남겨진 하나의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그 경험은 우리가 자라나면서 만나는 많은 장애물들을 건너게 해줄 바탕이 되지 않을까. 정말 간절한 순간에 조우하고 싶은 이름이 되었다. 비밀의 강...

비밀의 강은 내 마음속에 있네.
언제든 갈 수 있는 그 강.
알버타 아주머니의 말은 모두 맞았지.
하늘에는 황금빛 물결이 너울너울.
강에는 옥빛 물살이 출렁출렁.
강, 강, 비밀 속에 감춰진 내가 사랑하는 강. 

 

 


어떤 방향에서 봐도 들려오는 메시지가 있어서 그 다양함에 가슴속이 풍성해졌다. 연령 구분이 없이 읽을 수 있는 특별한 그림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읽어가는 과정에서, 다 읽은 후에도 두근두근 쉬지도 않고 가슴이 설렌다고 해야 할까. 자연과 인간이 같이 살아가면서 나누어야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보게 했다. 거기에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은 살아있는 표정과 이야기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숨을 쉬고 있는 듯 보였던 자연의 모습들, 나무들과 이파리들 하나하나에 그려진 표정들은 목소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의 말을 할 수 없기에 내 멋대로 생각하고 해석했던 것들을 이 책의 그림들이 풀어내는 표현으로 듣고 있었다. 그렇게 자연과 칼포니아가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은, 욕심이 아닌 나눔과 배려가 만들어낸 최고의 교류로 완성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나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보게도 만들었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내 안에서 찾아내어 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항상 순수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순수함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내는 무궁무진한 기적들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자연이 내어주는 것들로 모면한 위기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마음이 풀어내는 온기들, 내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비밀의 강의 힘까지. 이 책은, 더 넓고 많은 세상을 경험하면서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칼포니아가 들려주었던 한 편의 아름다운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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