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책 읽기 - 뚜루와 함께 고고씽~ 베스트컬렉션 39 카페에서 책 읽기 1
뚜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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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은 독자! 그럼 독자인 당신은 어디에서 책을 읽는가?!
사소한 물음일 수 있지만, 은근한 호기심에 궁금하기도 해서 굳이 대답을 듣고 싶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 외출할 때는 가방에 작은 책 한권 들고 나가서 자투리 시간에 몇 페이지씩 넘겨본다거나 커피점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주어진다면 또 앉은자리에서 몇 페이지씩 넘겨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책을 읽는 시간의 대부분은 방바닥에서 뒹굴 거리면서이다. 그래서 자세불량으로 정형외과 진료를 받은 적도 있다. 목뼈가 비뚤어졌다나? 바른 자세로 앉아서 책과의 적정거리를 두고 내려다봐야 하는데, 나는 그런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안 좋은 것을 총집합해놓은 자세로 책을 대한다. 책에 대한 예의 없음이라고 말하기는 뭐한, 그냥 망가진 내 몸뚱이에게 미안할 뿐. 흑…….

그래서인지 제일 좋아하는 카페의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서 책읽기를 한다는 저자의 책읽기를 듣는 즐거움은 색달랐다. 미리 말하지만, 제목이 ‘카페에서 책 읽기’라고 하여 저자처럼 카페에서 책을 읽으라는 말은 아니다. 그저 우리(독자) 모두가 사랑하는 책을 읽는 장소를 저자의 스타일로 표현한 것이다. 저자는 카페라는 장소에서 책 읽기를 즐기는 것뿐이므로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책이야기다. 저자가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카툰으로 표현했다는 것만 다를 뿐 우리가 읽는 책, 우리가 쓰는 리뷰와 의미는 같다고 생각하고 싶다. 사실 나도 손재주가 있으면 정말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단 말이다. 저주받은, 재능 없는 손이 안타까울 때가 많아서 슬프지만 어쩌랴.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다른 용도로의 발전을 꾀하여 즐거움을 찾는 수밖에. 하지만 늘 아쉬움은 남는다. 활자로 미처 다 표현해내지 못한 것은 그림 하나로 다 담아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재주는 늘 갈망하게 되니까. 또 한 번 흑……. (부러우면 지는 건데, 그래도 부러워. ㅠㅠ)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일단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무엇보다도 미흡한 글발 때문에 카툰 서평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그 미흡함이 저자의 특색 있는 리뷰로 거듭났으니까 말이다. (아, 진짜 부러울 수밖에.) 누가 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독자의 자세와, 카툰이라는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더 솔직하게 표현되는 듯한 리뷰의 느낌과, 내가 미처 리뷰에 다 담아내지 못했던 고백 같은 중얼거림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들로 책이야기를 꽉꽉 채워냈다. 적어도 이 책만큼은 저자의 스타일대로 카페에서 읽어주면 더 맛깔 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꼭 그렇게, 그 장소에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자신의 부족함과 일상 같은 습관이 만들어낸 북 카툰이라는 리뷰의 형식은 어떤 식으로 보든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저자가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표현 하는 부분에서 내가 느낀 것은, 뭔가 있어 보이려 포장을 한다거나 알지 못하는 것을 굳이 아는 척 한다거나 해서 거슬리게 보이는 리뷰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 눈에 보이는, 저자가 리뷰를 표현하는 방식은 편하고 유쾌하게, 책 이야기는 진지하게, 느낌은 솔직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리뷰가 좋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에게 더없이 맞춤형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저자가 이 책에서 뒷부분에 만화의 리뷰를 실어준 것을 빼면 모든 리뷰가 소설책에 대한 것이다. 장편 단편, 장르 구분 없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 너무 반가웠다. 내가 읽은 책, 알고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 아직 못 읽었어도 가지고 있는 책이기에 더 빨리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조급함을 주는 것까지도 좋았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 따위는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좋다.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 어떤 장소에서 어떤 모습으로든 자신이 좋아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이 책이 더 공감을 하게 만드는 이유는 책 중간 중간에 담긴 저자의 책에 대한 생각이다. 그중 한 부분을 말해보자면,
<용서받지 못할 책> (107페이지를 살짝 보시라~)
1. 개념 없는 분권 - 600페이지 될까 말까 한 책을 부득불 갈라서 분권하는 것에 분노합니다. 차라리 손에 묵직하게 잡히는 단권이 좋다고요!
2. 넌 어느 쪽 그림 설명이니? - 이미지와 설명이 따로 놀아 연결이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독서 흐름에 상당한 장해를 받는답니다.
3. 넌 미주일 수밖에 없었던 거니? - 31페이지 주석을 보기 위해 916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결국, 보충 설명 부분은 과감히 포기해버렸어요.
4. 표지, 너 습자지로 만들었지? - 읽을 때마다 표지가 줄줄 흘러내리는 걸 매번 끌어올려야 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럼 표지를 벗겨내고 보라고요?
5. 넌 왜 무려 양장이니? - 페이지 수 200쪽도 안 되는 얇은 책을 굳이 양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앙증맞은 문고본은 정녕 만들 수 없었던 건가요? 무조건 양장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닌데 말입니다.
6. 넌 왜 두꺼운 양장이면서 책갈피 끈도 없니? - 근래에 읽은 만화책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두꺼운 만화책에 페이지 수도 없고, 세상에 책갈피 끈도 없는 거예요. 만화책이라도 속독이 불가능한 저는 당황스러웠어요.
7. 광활한 여백의 미 - 책의 성격상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책도 있지만, 지나친 여백으로 페이지 수만 잡아먹는 책은 용서할 수 없어요.
특히 1,3,4,5,7번 항목을 격하게 공감한다. 이해 안 되는 분권과 백여 페이지 분량을 양장본으로 만났을 때의 분노, 여백으로 인하여 책의 페이지 수만 늘어난 것 같은 상황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뒤끝을 불러온다. 주석이 페이지 하단에 없으면 주석 확인하는 것은 과감히 포기(뒤쪽 페이지까지 왔다갔다 너무 힘들어.)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은데 그저 책을 만드시는 분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도 좀 헤아려 달라고........

저자(뚜루)의 북 카툰 중에서 베스트 39편을 모아서 나온 책이다. 그냥 서평집이라고 하면 서운하고, 개인의 독서일기라고 하기에는 막 훔쳐보고 싶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할 때면 아끼는 책에 밑줄까지 쫙쫙 그어주고 싶어지게 만든다. 연재할 때마다 다 챙겨보는 것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따로 구독하고 싶을 만큼 저자의 리뷰를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이 더 반가웠던 것은 언급해주는 책들 중에서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이 참으로 많았다는 점~ 하지만 소장하고 있을 뿐이지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았다는 점~ 그래서 마음이 바쁘다. 빨리 책장으로 달려가 그 목록을 다 꺼내어 옆에 쌓아두고 싶어서 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구를 떠날 그날까지 책과 함께 하고 싶다.’는 저자의 말에 어떻게 공감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안 그래? 구뤠~~!!

거의 한 달 사이에 서평집 세권을 만났다. 두 권은 소장하려고 내 품에 데려왔고, 한 권은 도서관에서 본 책인데 아직까지 구매여부를 망설이고 있다. 곧 이 책도 내 품에 데려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권 모두 분위기가 다 달라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 한권은 좀 진지하고 깊은 맛이 나고, 한권은 심플하지만 다양하고 많은 책을 소개해주고 있었고, 나머지 한권이 바로 이 책이다. 그렇게 각각 다른 세권의 서평집을 만나면서 또 하나 발견한 것은 역시나 서평집을 대할 때 드는 공통된 느낌이다. 그 책에서 소개해주는 책들이,
- 내가 읽은 책이면 무지 반갑고. ㅎㅎ
- 내가 읽지 않은 책이면 리스트가 배불러지고. ^-----^
- 내가 읽지는 않았으나 소장하고 있는 책이면 괜히 낚은 고기 같고. >.<
나만 이런가? ^^ 가끔씩 부작용을 동반한다고 하여도, 다른 이의 리뷰(서평집이라고 하여도)를 만나는 일은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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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2013-02-20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뚜루님 서평을 종종 찾아보곤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낸지는 몰랐네요.
구단씨님이 올려주신 글에서 '용서받지 못할책'들 정말 격하게 공감해요. 특히 전 1번이 싫더라고요.
적당한 분권은 손목보호에 도움이 되지만, 개념없는 분권들은 정말......

구단씨 2013-02-20 11:50   좋아요 0 | URL
어린왕자의 별님 반갑습니다. ^^

이 책 속에서 소개해주시는 책에 대한 사소한(?) 저자의 느낌들이 참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난 책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