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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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열여섯 주인공은 도대체 그 고통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 것일까 ? 그게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정면승부에만 집착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이 소설은 읽기가 퍽 힘들다. 결국 현재, 내가 지금 있는 여기가 중요하다는 메세지를 남기는 것일터인데 마법사의 등장, 혹은 파랑새 소녀는 상상력이 부족해지기 시작하는 40대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환타지라거나, 미스터리, 호러는 상상 이상의 상처를 이해불가로 보기 때문에 설정한 것일텐데 그래도 현재가 중요하다면 좀더 직접적으로 부딪혀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갖가지 빵도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이고 여기저기 자살 사이트가 흥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때 위저드베이커리 닷컴이 존재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다루고 있는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 이기에 이렇게 풀어가는 것이 나는 못마땅하다. 결국은 사람의 일로 돌아왔지만 거기에 사람이 아니라 마법적 요소가 끼어드는 것이 비겁해보이고 결과론적인 것만 보여주는 것같아 불편하다. 사는게 과정의 연속이고  결과는 또다른 과정의 시작이기도 할 텐데 쉽게 결과에 닿기 위해 마법을 썼을 뿐이다. 이것을 청소년 특히 중학생들에게 읽히고자 할 때 과연 그들의 문제를 다루는 이 소설을 그들은 얼마만큼 소화할 수 있을까. 공연한 걱정일까. 나는 왜 계속 이 소설이 불편하고 상을 받은 것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만큼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이 진지하게 맞부딪혀야할만큼 중요하기 때문일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주는 울림은 바로 고통을 바라보는 열 여섯 주인공의 힘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으로 말문이 막히고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지만 끝내 지키는 인간의 자존심이 그 고통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주인공이 힘이라고 느껴진다.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믿음. 위저드베이커리에서 빵을 주문해 나를 괴롭히는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거나 목숨을 빼앗는 비 인간적인 행위를 하지 않을거라는 믿음. 죽음도, 이별도, 상처도 우주 원리를 지탱해가는 의미있는 행위임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을 받아들이려는 주인공. 나 아닌 누가 대신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예의가 상처받은 주인공에게서 느껴진다.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냄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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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
이계삼 지음 / 녹색평론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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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로로 이 책이 내게 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 왔고 내 가슴 속에 이계삼 이라는 한 사람이 들어와 살게 되었다. 그를 선생님으로 둔 제자들은 행복하겠다. 부럽다. 정말 놀랍고 고마운 것은 학교에 있어야 할 선생님인 그가 이 땅 곳곳, 아프고 속상하고 어이없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꼭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의 마음밭은 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흘린 눈물로 흥건하다. 당신 제자들이 십중 여덟은 그 곳에 있을 가능성이 없을 가능성 보다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는 아프고 깨진 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부지런히 찾아갈 것 같다. 그에게 배운 것이 참으로 많다. 비슷한 나이 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처럼 치열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까지 하다.  

부모든 선생님이든 누구든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누구 탓을 하기 보다 그것을 내 문제로 확인하는 일, 그리고 모든 고리는 나로부터 푸는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느슨해진 정신줄을 조금 더 조이며 이제 내가 이 평범한 날들 가운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겠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따라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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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정도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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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가 옆에 있어야 하겠기에 맥주 한 잔 규에게, 그리고 아빠에게!  

내가 엄마가 아니라면 아마 아들을 잃은 아비의 옆구리 절벽을 한 뼘이라도 가늠할 수 있었을까  

죽은 아들의 환영과 암각화를 찾아 떠난 아비의 사막 여행을 함께 다녀왔다. 내가 본 진혼 중에 아마 가장 아름답고 안타깝고 애처로운 기억이 될 것이다.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을 생각하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나는 내 아이를 잘 알고 있을까?  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아홉 살 아이의 머릿속, 가슴 속을 몰라 하마부터 답답한데 이 아이의 가슴 골이 깊어지면 나는 어찌해야 하나. 나 또한 세상의 여늬 부모와 같은 잔소리와 기대를 아이에게 풀어 놓을텐데 아이가 그 사막 같은 세월을 잘 견뎌낼 수 있으리라 믿는가? 

규의 아버지는 규를 위해 암각화를 찾아 고비 사막을 횡단할 수 있는 힘이 있고, 함께 사막의 밤을 지세울 만큼 힘이 있는데 나는 아이의 절망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려서는 튼튼하게 커주기를 바래 이제 다 큰 아들이 되었는데 2010년 4월 이제 그 아들이 차가운 물 속에서 제 부모의 손길도 못 느끼고 있는 이 상황은 사막의 밤 보다 더한 어둠이다. 그들은 또 어떻게 잃어버린 아이와 작별을 할 것인가. 차가워진 돌을 가슴으로 녹여 암각화를 새겨 아들의 목숨을 건지려는 것이 부모일텐데 나라면 살 수가 없을 것 같다.  

맥주는 비었고 비가 다시 내리고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것이 목숨이라는 말을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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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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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말처럼 비교적 현재적 사건을 소설로 반영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기억이 생생할 때 공감 정도는 그만큼 더 클 것이고 망각의 속도를 늦춰주는 기능을 할 것이다. 울컥 꽃처럼 눈물이 솟았던 까닭은 아름다움 때문일 거다. 나는 늙었고 현장에 있던 그들은 새 순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감히 망가트릴 수 없는 아름다운 그 젊은 아이들이 너무 안쓰럽고 고마워서 늙은 자로서 사죄의 눈물이었을 거다.  

 그런데 전반적인 환상적 이미지가 불편하다. 지오가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잃어버린 본성을 대변하고자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너무 완벽한 모습으로 그려진다면 오히려 절망을 할 것 같다. 이 땅에서는 지오 같은 생활은 꿈조차 꾸기도 어렵다는 자조이겠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을 있다하니 그래서 좀 불편한가 보다.  촛불 이후의 삶이 더 궁금한 것은 그 여름의 뜨거운 꽃의 열기를 끝내 다시 피워내고 싶다는 열망일 것이다. 어떻게 열매를 맺고 꽃이 지는지... 

곰삭지 않은 이야기가 설 익은 밥알 처럼 입안에서 겉도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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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다 그만둔 날 - 김사이 시집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78
김사이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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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보니 내 연배 쯤 된다. 그래서 더 편하다. 아무래도 공감하기가 가까운 거리기 때문이다. 시인 이름이 참 좋았다. 본명도 나는 좋지만 사이라는 필명이 참 좋다. 구로 얘기를 한다기에 심각한가 했더니 세월이 변하긴 했나보다. 지금 구로에 가면 십여 년 전 구로 모습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데 시도 세월을 타는가, 당연한 것이겠다. 하지만 그래도 구로는 구로다. 시인을 통해보는 구로는 변한듯 변하지 않고. 개인사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것이 참 좋다. 과하게 감정을 보이지도 않고 능청스럽게, 그래서 그 속살이 뽀얗게 언뜻 보인다. 그게 또 참 좋다. 부드러운 속살이 단단한 껍질 속에서 또다시 단단해지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말을 다루는 솜씨가 참 좋다. 어렵지 않아서 더 좋다. 사이 씨 시가 사람들 사이에 많이 오고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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