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정도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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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가 옆에 있어야 하겠기에 맥주 한 잔 규에게, 그리고 아빠에게!  

내가 엄마가 아니라면 아마 아들을 잃은 아비의 옆구리 절벽을 한 뼘이라도 가늠할 수 있었을까  

죽은 아들의 환영과 암각화를 찾아 떠난 아비의 사막 여행을 함께 다녀왔다. 내가 본 진혼 중에 아마 가장 아름답고 안타깝고 애처로운 기억이 될 것이다.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을 생각하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나는 내 아이를 잘 알고 있을까?  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아홉 살 아이의 머릿속, 가슴 속을 몰라 하마부터 답답한데 이 아이의 가슴 골이 깊어지면 나는 어찌해야 하나. 나 또한 세상의 여늬 부모와 같은 잔소리와 기대를 아이에게 풀어 놓을텐데 아이가 그 사막 같은 세월을 잘 견뎌낼 수 있으리라 믿는가? 

규의 아버지는 규를 위해 암각화를 찾아 고비 사막을 횡단할 수 있는 힘이 있고, 함께 사막의 밤을 지세울 만큼 힘이 있는데 나는 아이의 절망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려서는 튼튼하게 커주기를 바래 이제 다 큰 아들이 되었는데 2010년 4월 이제 그 아들이 차가운 물 속에서 제 부모의 손길도 못 느끼고 있는 이 상황은 사막의 밤 보다 더한 어둠이다. 그들은 또 어떻게 잃어버린 아이와 작별을 할 것인가. 차가워진 돌을 가슴으로 녹여 암각화를 새겨 아들의 목숨을 건지려는 것이 부모일텐데 나라면 살 수가 없을 것 같다.  

맥주는 비었고 비가 다시 내리고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것이 목숨이라는 말을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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