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 시속 370㎞ - 제9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72
이송현 지음 / 사계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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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마지막으로 치달으면서 나는 끝내 콧물이 흐르고 눈이 아파오고 가슴이 저리고 몸이 뻐근해지는 증상에 빠져들고 말았다. 처음 시작은 대충 마무리가 머리에 그려질 정도로 담담했다.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던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매를 길들이는 일을 하면서 조금씩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 문제는 그 과정의 설득력일 것이다. 매잡이라는 소재가 신선했다. 대개의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가슴 졸이다가 웃는 것으로 끝나는데, 가을 단풍이 내가 사는 아파트까지 찾아와 주어서 온통 감동 무드여서 그랬나? 

돈 안되는 것을 하려는 아빠와 이혼까지 하려고 마음 먹으면서 말리는 엄마, 그 사이에서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는 동준, 이 세 식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몫을 하지 못하는 사내를 엄마는 이해하지 못한다. 오로지 전통을 이어야한다는 신념으로 아내와 아들을 마음 아프게 해야하는 현실을 아들 또한 이해 못한다. 아버지는 이해를 받으려는 노력 조차 하지 않는 외골수다. 그러니 갈등은 심해지고 마음의 상처는 커져간다.  

이런 뻔한 과정을 거치면서 동준은 마음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느낀다. 닭대가리 보라매를 길들이면서 매잡이라는 일 자체를 즐기게 되는데, 흡사 미운정과 같다. 이혼 통보를 하고 떠나는 엄마를 잡으려다 사고를 당하면서 동준은 아버지의 고운정을 알게 된다.  미운정과 고운정이 뒤섞여 자신들조차 그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동준의 어머니 아버지는 비로소 조금씩 양보하게 되는데, 동준이 엄마에게 가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매잡이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시, 그렇다면 나는 이 소설의 어느 대목에서 흔들렸을까?  사실 사람살이든 소설 속 사람이든 꺼내보이지 못하는 마음이라고 없는 마음이 아니리라. 몰랐든, 알았든 다만 그 마음이 속엣것으로만 있을 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뜨뜻하고 진한 마음들이 서로를 알아볼 때, 그리고 그 마음의 주인에게 전달 될 때 그걸 지켜보는 독자는 감동한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독자가 소설 속 사람들에게 그 마음을 전해 줄 수는 없지 않은가. 독자가 짐작한 마음, 혹은 예상하지 못한 마음이 소설 속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감동한다. 그리고 사랑과 이해, 혹은 용서의 마음에 감동한다. 그런 감동을 주는 게 예술, 문학의 힘이다.  

아내와 자식한테조차 이해 받지 못하던 한 고독한 응사가 그의 아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하는 과정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차마 대를 이어 응사의 삶을 살아달라고 못하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아버지보다 더 멋진 아들이 되겠다"고 말하면서 적어도 아버지의 삶을 인정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성장하는 동준이의 모습도 충분히 멋지다.   

결혼을 하고 한 십 년쯤 살아본 사람은 안다. 죽을 만큼 힘든 결혼의 삶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정말 그만두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삶은 또 그렇게 하루를 뒤척이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동준의 엄마가 여태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지않은 것, 우리는 모두 끝을 보고싶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늘 그 삶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혹은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엄마는 혹은 여자는 남자보다 힘이 쎌 때가 많다.  

응사의 삶을 사는 아버지와 그를 힘들게 지켜보는 가족의 얘기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에는 똠양꿍이라는 소년이 산다. 나는 그 소년이 이 땅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갈 지 알것같으면서도 '똥준'이 있어서 둘 다 안심이 된다.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이해할 수있는 사람이 생겼을 때 아마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사는 일이 수월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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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조각 창비청소년문학 37
황선미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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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조각>은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은 소설이다. 한번 읽으면 손에서 놓기 어렵기도 하지만, 등장하는 아이들에게 남겨진 상처가 너무 커서 감당하기 힘들기도하다. 

그 상처, 다 어른이 준 것들이다. 

아버지의 외도로 태어난 유라, 엄마에겐 철저히 외면당하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못난 자신 탓을 하지만 오빠가 연루된 집단 성폭행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유라는 오히려 자신의 비밀을 알게된다.

이야기는 이런 과정이 하나 하나 밝혀지는 구조를 띄면서 소설적 재미를 더한다.  

내가 눈여겨 본 것은 어쩔 수없이 유라다. 그리고 이 소설이 좋은 이유는 엄청난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유라의 성장이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그런 시시한 말이 아니라 실재로 유라의 아픔은 죽을 만큼이다. 어느날 문득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보이고 아는 만큼 사건들을 만나면서 위태롭지만 스스로를 지켜내는 모습이 나는 감동이었다.  

힘들때마다 혹은 알 수없는 힘에 이끌려 찾아간 동물원의 사자의 눈은 그래서 상징적이고 강렬하다.  

그리고 신상연, 유라의 오빠. 열달 차이로 오빠가 되었지만 공부도, 인물도 유라와 많이 다르다. 유라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좋아하는 재희가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걸 막지 못한 충격으로 부분적으로 기억을 잃게 되는 인물이다. 상연은 어른이 준 상처가 어떻게 한 영혼을 망가뜨릴 수 있는 지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소설이 청소년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갔을까? 

특목고를 가기 위해 의례적 봉사를 하고, 성폭행 가해자들이지만 학교 명예를 위해 사건은 덮어지고, 부모가 가진 권력을 이용해 약자에게 대신 죄를 뒤집어씌우는 말도 안되는 어른들의 행태를 보면서 그들은 얼마나 공감을 할까?   

이렇다 보니 이 소설은 정말 힘든 소설이다.  아버지의 외도, 이복 남매, 집단 성폭행, 특목고진학을 위한 학부모와 학교의 꼼수, 가장 잔인했던 유라 엄마의 태도, 그걸 감당해야 하는 아이들.   

과거의 상처는 잊혀지지 않고 언제든 현재의 나에게 상관을 해온다는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그 상처를 해결하지 못하고, 상처가 아픔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어루만져주지 못하면 언젠가 그 상처는 덧나기 마련이다.  

이 소설이 그 상처가 어떻게 치유되는 지 보여주지 않아서 아주 약간 불만이다. 다만 가장 힘들고 아픈 고개를 넘느라 어디에 어떤 상처가 났는 지 알았으니 이제 돌아가 오래 오래 그 상처에 입김을 불어 넣어주는 일이 남았다.  

어쩌면 상처가 대체 어디에 얼마만큼 났는 지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 사라진 조각을 찾는 일부터 치유의 싹은 생기지 싶다. 내 상처가 뭔지, 그래서 어디가 아픈지 병의 근원도 모르는채 시름시름 앓는 일이 숱하다.  

이 소설이 청소년들에게  쓰임이 있다면 나는 상처를 제대로 찾아내고, 감당해 내는 일에 있다고 말하겠다.  

   
  너의 사자가 남긴 갈기야. 아프리카에 가거든 야생에 뿌려 줘. 미안하다. 상처가 아픔이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아서.  
   

 그리고 필요한 건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일이다. 경준이 유라에게 보낸 소포속 메모에 내 마음이 오래 쏠렸다.  생각하고 느끼고 그래서 깨달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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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1
이철수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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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과 밖은 어떻게 구분되는 걸까?  가령 어떤 좋은 주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는 것을 학교 안에서가 아니라 학교 밖에서 하게 되는 것일까?  정말 학교는 (좋은) 대학만 가기 위해 필요한 곳이 되어버린 것인가?  

가끔 청소년이 읽기에 좋은 책을 발견하면 학교가 더없이 초라해진다.  왜 학교 밖 세상에 우리 아이들에게 훨씬 의미있는 공간이 많아보이는 것인지.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할까?> 또한 학교 밖, 길담서원 청소년 인문학 교실에서 첫번째로 나온 결과물이다. 이철수, 박현희, 송승훈, 배경내,하종강이 강사로 참여한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주제는 일-노동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도 먹고 사는 데 어려움이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고, 그러자면 가진 자가 가진 것을 잘 나누면 어렵지 않은데, 그게 도저히 안되는 나라, 그렇다면 일하는 자-노동자 스스로가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일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고 했는지, 그것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 지, 오래지 않아 노동을 해야하는 청소년에게 노동과 노동의 가치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학교여야 하지 않을까? 

특히 청소년 노동-알바에 대한 이야기는 어른들도 알아야 하지만 직접 당사자인 우리 아이들이 알아야 하는데, 대체 이걸 누가 그들에게 알려준다는 말인가. 공부가 일인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생계든, 용돈이든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이  어떻게 소용되고 도움을 줄 수 있는가.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다시 학교다. 박현희, 송승훈 같은 현장 선생님들의 혜택을 많은 청소년들이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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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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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는 여러말 할 것 없이 딱 한마디면 될 것 같다. 

"닥치고 읽어, 씨바"  "속이 다 씨원타, 졸라"

 

나는 이 남자의 이 "씨바"를 얼마나 따라해보고 싶었던가, "졸라" 따라하고 싶었는데, 나 차마 그말을 할 데가 없어서 이 남자가 쏟아내는 말에 얼마나 환호했던가.  

사람마다 그 사람만의 색깔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그 색깔이 없는 사람은 또 얼마나 심심한 사람인가. 진중권과는 다른 색깔로, 그야말로 동시대를 살면서 이런 색깔의 남자를 함께 공유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무당 같은" 예지로 통찰해 내는 사회 현상은 얼마나 날카로우며, 우리의 "가카"를 이토록 분명하게 입장 정리 해주는  사람이 이 남자 말고 또 누가 있던가. 나, 대체로 감정적이고, 스스로는 가끔 천박하다고도 느끼면서 누가 알세라 안그런척 그러면서 또 아는 척은 얼마나 했던가. 아, 창피하다. 졸라! 이 남자의 언어를 뭐라 하는 사람도 있다만은 난 이 남자의 말을 알아듣겠어서 좋다. 싫은 걸 싫다해서 좋고, 미운 걸 밉다해서 좋고, 좋은 걸 좋다해서 좋다.  

그리고 바램이 있다면 이 남자의 예상들이 지금처럼 맞아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진짜 좋겠다. 그럴거다,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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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 동화로 만나는 사회학
박현희 지음 / 뜨인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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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유행했으나 나는 별로 달갑지 않았던 동화 비틀기, 혹은 거꾸로 읽는 동화일까 했더니 격이 다르다는 말은 이럴때 쓰지 싶다. 어떤 책은 괜찮다는 말을 수 십번 씩 해도 위로 받지 못하는데 ㅇ이 책은 괜찮다는 말 별로 하지 않으면서 나는 위로를 받았다. 생면부지 박현희 선생님께 감사 편지라도 드리고 싶은 독자가 되었다. 나이 먹으면서 솔직해 지는 것인지, 뻔뻔해 지는 것인 지 모르겠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청소년이 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나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책에는 <늑대와양치기소년><여우와 두루미><아기돼지 삼형제><백설공주><신데렐라><피노키오><라푼젤><토끼와 거북이> 등의 동화가 이야깃거리로 등장한다. 아, 물론 더 있다. 지금 생각나는 동화가 이들인데, 어떤가. 아주 익숙한 '우리들의' 동화다. 지금 아이들은 사실 잘 읽지 않는다. 좋은 창작 동화가 많기도 하지만 고전이라고 생각한 동화들이 과연 고전으로서 자격을 의심 받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니 오히려 이 동화들에 흠뻑 빠졌던 40대 이후 사람들에게 더 친숙한 동화다.  

저자의 글이 내게 감동을 주는 것은 역시 그녀의 생각이 현실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등학교 사회과 교사다. 그리고 그녀가 쓴 이 책에는 그녀의 제자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감동과 교훈을 주는 동화가 사회학적으로 어떤 오해를 받고 있고, 평가 절하 되고 있는지 재미있고 현실적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재미있다. 교사이기에 학생들 얘기가 빠질 수 없고 마치 학생들과 함께 이들 동화를 읽는 수업을 했을 것만 같다. 그렇다면 그녀는 내가 보기에 아주 멋진 사회선생님으로 인기짱일 것 같다.  

이 책에는 <빨간 모자>의 소녀가 엄마가 가라는 길로 가지 않고 샛길로 갔기 때문에 무서운 늑대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그런 삐딱이들이 있어서 세상에 생긴 길들이 한둘이랴. 아기 돼지 삼형제가 지은 집이 벽돌집만 좋다고 하는 것은 서구 중심의 생각이란다. 짓고 부수기 편해야 하는 몽골의 집들은 그러면 좋지 않은 집이겠는가 묻는다. 미녀가 야수를 좋아한 것은 야수를 좋아한 것이지, 왕자이기 때문에 좋아한 것이 아니란다. 그중 압권은 백설공주가 문을 자꾸 열어준 것은 '외로워서'라는 것.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을 하다가 찾아와 주는 방문판매 사원이 반갑다는 저자의 마음을 이해하리라.  

원작의 형태를 망가트리지 않으면서 원작에 숨어 있는 그림(혹은 새로운 의미-시대성)을 찾아내는 일은 쉬운 것 같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나는 그녀의 글들을 때로는 여자로서, 때로는 학부모로서, 때로는 학생으로서 읽었다. 그만큼 다양한 계층에게 소용될 만한 책이다. 그렇다해도 지금 내가 이 책을 누군가에게 권한다면 나는 학부모에게 권한다. 그것도 상위몇프로 아이를 둔 부모가 아니라 나처럼 아이의 미래에 뭘 어떻게 간여해야 할 지 몰라 허둥대는 엄마들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위안을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나는 충분히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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