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중계석 문학동네 동시집 42
김현욱 시, 이순표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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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도 처음 만나는 시인, 동시집을 만나면 두근거린다. 이야기가 두루뭉실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은 체험과 목격의 알리바이가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지역말(포항 사투리)이 동시와 잘 스며든다고 느껴지는데, 그게 어른화자의 회고담이 아니라 지금 거기 사는 사람들 얘기라서 그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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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수상해 문학동네 동시집 40
함기석 시, 토끼도둑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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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없던 동시는 분명 아닌데, 재밌다. 시 속에 담긴 주변에 흔한 이야기 때문이겠다. 그러다 곰곰 생각이 머무는 동시가 징검돌처럼 들어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걸음을 단속하는 것이겠다. 호들갑스럽지도 않고 턱없이 명랑하지도 않고 김빠지게 진지하지도 않은, `수상한`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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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볶음밥
이장근 지음, 손지희 그림 / 창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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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거둬들이지 않는다면, 학교는 이야기의 보물창고가 맞을 것 같다고 생각을 고쳐먹는다. 엉덩이를 흔들며 칠판에 볶음밥을 볶는 선생님도 좋고, 공개수업을 하면서 잔뜩 긴장한 선생님도 반갑고, 좀 더 단단해진 `나`들의 이야기가 더 많아진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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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쌀벌레야 - 제3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 문학동네 동시집 39
주미경 지음, 서현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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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경의 첫 시집 나 쌀벌레야는 전해오는 이야기의 채록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진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그 새로 듣는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다. 마늘이 꼭 끌어안게 된 이야기, 욕쟁이가 된 노루, 개구리를 부러워한 미꾸라지, 가위에 얽힌 이야기, 뱀이 된 사연 등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읽다보면 마치 그가 천일 동안 이야기를 지어내야 했던 세헤라자데인 것만 같다. 이 얘기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전하는 말법은 익숙해서 마치 오래된 이야기인 듯 가볍게 스며든다.

짧거나 길거나 그에게 시의 형식이 주는 부담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주미경은 이야기꾼의 기질이 다분한데 이야기가 재미있기 위해 필요한 것이 상상력이다. 그의 상상력은 탄력적이어서 때로는 작은 세상을 깊이 상상하고 때로는 하늘을 가로지르거나 썰기도 할 만큼 활달하다.

첫 시집인 만큼 다양한 시적 모색의 흔적이 담겨있는 시집이라는 생각이 드는 가운데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시인이 세상을 인식하는 태도이다.

빈 땅을 보면/노는 땅 아깝다고 하는 것은 알뜰함이 아니라 그에게는 사람의 욕심으로 인식된다.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한 해 놀게 두자는 말이 심상치 않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가 느끼고 있는 어떤 피로감 때문일 것이다. 놀면 안 되고, 개발은 필수고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온 현대인의 삶은 아이나 어른이 다르지 않다. 그러지 말자고 뭔가 더 하려는 도 두지 말자는 말은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위로가 되는 말이다. 특히 자연스럽게 그냥 놀게 두자는 말이 필요한 존재는 이 땅의 아이들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권위나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자존심이 아닐까.

숲을 통째로 자를 듯이 날아와/나뭇가지에 앉으면서/스윽 칼집에 칼을 집어넣은/솔개 장군/휘 둘러보며/, 나를 따르겠느냐/그랬더니/다람쥐도/뱁새도/한칼에/!

-!전문

 

권위와 권력에 고개 숙이지 않고 내 인생 내 주장 대로 살겠다는 다람쥐와 뱁새의 저 단호한 한칼이 몹시도 통쾌하다. 솔개 장군과 다람쥐, 뱁새의 관계는 다양한 대입이 가능한 조합이다. 이 짧은 시로부터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일이다. 각자가 처한 사정에 맞게 각자의 얘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첫 시집은 시인에게도 기쁘고 흥분되는 일이겠지만 독자도 똑같은 심정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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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괜찮아, 야옹
김미혜 지음, 강지연 그림 / 창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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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시인이 꽃과 해피와 새를 사랑하여 그들을 찾아다니고 그들의 말을 받아 적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오랜만에 나온 이번 시집에서도 그러한 시인의 개성은 여전하다. 그가 찾고 불러내는 꽃들은 더욱 야생에 가 있고 새들은 고유명사로 호출된다. 류선열 시인이 냉이꽃이건 산수유건 노란꽃이라 하고 피라미건 배가사리건 그냥 물고기라고만 부르는 아이들을 위해 글을 쓰자고 했던 다짐이 김미혜 시인에게는 현재형이다. 이렇게 그가 부르는 개불알꽃 때문에, 해피를 기르면서 생기는 얘기들로 인해 일상의 한쪽이 환하고 따뜻하다.

그러나 우리가 특히 눈여겨 봐야하는 시들은 2부와 3부에 실린 시들이다. 시인이 먼저 말했듯이 불편하고 마음을 힘들게 하거나 거북한말들이다. 그 말을 하는 목소리는 더욱 우렁우렁해졌다. 이 시들은 대부분 인간에게 죽임을 당하는 동물들 이야기다. 유강희 시인의 시 족제비처럼 동물이 인간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는 점에서는 같으나 우발적 사고와 치밀하고 잔인한 계획 살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다. 김미혜 시인은 계획된 동물 학대 현실에 대해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 잔인한 현실을 견디고 끝내 시로 형상화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읽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그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자로서 그 현실의 밑까지 들어갔다 나와야 하는 시인은 몇 배는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것을 견디고 나왔기에 감정에 함몰되지 않고 시를 건져 올릴 수 있었다고 본다.

 

두드려 맞고 기절한 너구리/잠시 정신이 돌아와/제 털가죽이 벗겨지는 걸/벌룩벌룩 붉은 몸이 뛰는 걸/제 눈으로 보다가/몽둥이로 다시 두드려 맞고/정신을 잃었어.//철창에 갇힌 너구리들이/두 눈을 뜨고/이걸 다 보았어.//어헝/어헝/어허헝//내 겨울 옷 모자 끝에 달린 털은/어디에서 온 거야?

-멍텅구리전문

 

확실히 그동안 우리가 알아왔던 동시와 다르고 낯설다. 너구리 털가죽을 취하는 저 장면은 어떤 과장도 없고 제 옷에 달린 털을 의심하는 저 목소리는 아이와 어른이 다르지 않다. ‘벌룩벌룩은 직접 보지 않고서는 표현하기 힘든 말이다.

관광 목적으로 길들여지는 코끼리, 가장 맛있는 요리가 되기 위해 끔찍한 학대를 받으며 사육되는 거위, 산 채로 털가죽이 벗겨지는 너구리, 너무나 쉽게 길 죽음을 당하는 두꺼비, 날아오를 공간이 없어 유리창에 부딪히는 새, 부실공사와 책임 떠넘기기, 그 모든 것의 종합적 결과인 세월호 까지. 그의 시가 다루는 사건은 대강의 말만 들어도 마음이 사나워져서차라리 외면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이미 짐작하고 있듯이 본질은 돈에 대한 욕망이다. 시인은 그런 인간을 향해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라고 에두르지 않고 말해버린다. 이것이 한손에는 예쁜 꽃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세상을 향한 통렬한 외침을 들고 김미혜의 동시가 하는 말들이다.

인용한 동시를 비롯해 현실비판적인 동시는 조금은 낯설고 망설여왔던 정서이다. 그의 시가 나아가는 방향이 모험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시 창작 작업이 기존의 동시에 대한 균열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가 시로만 머물지 않게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동시가 다루는 현실은 어린이에 대한 현실이기도 하지만 어린이를 비롯해 우리가 살고 있는 좀 더 넓은 의미로서의 현실이기도 하다. 감상자로서의 주체가 아니라 목격자로서의 시적 주체, 남호섭의 시적 작업만큼 강렬한 또 하나의 문제적 모험은 이렇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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