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변의 코인투자 100문 100답
조성근 지음, 김동은 외 감수 / 진서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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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한 건 여러 산업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원래는 코인 채굴 때문에 GPU 수요가 수직상승한 게 그 시초였습니다. p49에 보면 코인 채굴에 드는 전력량이 스웨덴 1년 전기 소비보다 많다고 하는데 사실 스웨덴은 본래가 인구 천만명밖에 안 됩니다. 코인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건 2014년 정도이지만 처음에는 반응이 미지근했다가 몇 년 후에 중국인들이 본격적으로 관심 가지면서 급격히 자산 포지션을 잡았습니다. 교환에 유리하고 불법복제 가능성만 차단되면 안 쓸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특정 정부의 변덕이나 부정한 의도에 좌우될 우려도 없겠고 말입니다. 아무튼 여기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코인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일반의 견해(p52)에 반박하는 취지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 과거에는 작업증명 방식이어서 그냥 계산량으로만 때우던 게 이제는 지분증명 방식으로 바뀌어서 전력을 무한정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을 듭니다. 다음으로, 세상에 어떤 산업이건 전력을 소비하지 않는 분야는 없습니다. 친환경 자동차 제조라든가 2차 전지 생산은 전력을 소비하지 않습니까? 다만 기업주나 이해관계자가 각성하면 넷제로(net zero) 생산으로 이행하여, 나무를 더 심는다거나 환경 친화적인 사업을 펴서 기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해악을 다른 방법으로 중화할 수 있습니다. 책에 보면 코인 산업계도 그런 수단을 써서 얼마든지 친환경에 기여할 자세가 되어 있다고 하네요. 

몇 년 전만 해도 거래소 파산이 거의 일상이었습니다. 무슨 몇 군데 되지도 않는 거래소가, 며칠 전에는 어디 파산, 오늘은 어디 파산 하는 식인...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거래도 과연 투명한 것인지 의심스럽고 출금할 때 출금이나 해 줄지도 걱정이었죠. 요즘은 실명인증도 하고 이런저런 보완 장치가 있어서 좀 안심이지만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직거래를 하면 안전한가? 두어 달 전에 직거래하러 찾아온 이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까지 뺏은 일이 있어서 큰 논란이 되었죠. 코인이 완전히 사회의 제도권으로 들어오지 못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게 정 마음에 걸리면 "대안 투자"를 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저자는 몇 가지를 소개해 줍니다(p77). 

어떻게 보면 코인이 한국에 도움을 주는 면도 있는데 이상하게 김치 프리미엄(p72)이라고 해서 한국에서만 코인이 비싸게 거레됩니다. 그래서 차익거래를 노려 중국인들이 한국시장에서 대거 이익실현을 하고 재미를 많이 봤죠. 예전에 제주도 땅 투기 바람도 그렇고 한국인들이 중국인들 호구 노릇을 참 많이 하는 느낌입니다. 뭐 세상 이치에 어둡고 머리가 둔하면 당하고 사는 거지 어쩌겠습니까. 그런데 워낙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게 유명하다 보니 코인시장에서는 달러보다 원화가 더 존재감 있다는 게 저자의 말(p74)입니다. 그런데도 환율이 이 모양이니... 여튼 한국인들의 (대체 왜인지 알 수 없는) 코인 사랑은 알아 줘야 합니다. 중국이야 정부가 개인의 사정을 워낙 잘 알고 악착같이 뜯어가서 그렇다고나 하지만. 

나카모토 사토시(일단 실존인물이라 치고)가 애초부터 지분증명 방식을 채택 않은 것은, p251에 나오는 대로 51%의 지분을 누가 점유해 버리면 그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그래서 반 우지한 측 개발자들이 또 조치를 취한 건데... 이처럼 탈중앙화 시스템의 문제점이라는 게 사실상 중앙화의 위험을 안고 산다는 겁니다. 민주주의도 중우정치에의 타락, 데마고그의 출현을 경계해야 하듯 말입니다. 앞에서 제도권으로 코인이 완전히 들어왔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하나의 가늠자가 될 수 있는 게 ETF 승인입니다. p276에서 그레이스케일, 블랙록, 피델리티(ㅋ)의 예를 듭니다. 이들 Big 3의 이름은 코인 안 하는 사람들도 들어는 봤을 것입니다. 

이더리움은 후발 주자지만 시스템이 더 우수하다는 평가가 분명 있었습니다. 저도 이더리움 출현 초창기에 이 주제를 다룬 책을 읽고 독후감을 올린 적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 p316에 나오는 대로 하드포크를 둘러싸고 잡음이 이는 바람에, 세월이 지난 지금도 어째 평판이 완전히 나아지는 기미가 안 보입니다. 자산의 신인도라는 건 엄밀한 어떤 기준이 있다기보다 참여자, 투자자들의 센티에 좌우되는 게 많습니다. 게다가 이 책에도 나오지만 스마트컨트랙트 관련 오류(?)가 터지기도 한 것이죠. 코인 관련이 아니라고 해도 스마트컨트랙트는 한국에서도 2018년에 여러 스타트업이 표준화해서 내놓았는데, 까딱 잘못해서 누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이런 일이 터질 수도 있으니 기술맹신만큼 위험한 태도가 또 없습니다. 

코인 관련해서 궁금한 토픽은 웬만해선 이 책에 다 담긴 듯합니다. 이래서 코인 책은 최신판을 읽어야 한다는 점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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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런던 - 최고의 런던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최신판 ’24~’25 프렌즈 Friends 20
이주은.한세라.이정복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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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주은 저자 등의 프렌즈 시리즈 런던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프렌즈 시리즈는 이처럼 자주 개정이 이뤄지는 게 뭔가 독자한테 안심을 주는 느낌입니다. 장정도 깔끔하고 내용도 알차서, 이래서 스테디셀러 소리를 듣나 싶습니다. 제 솔직한 평가입니다. 

한국에 관광차 온 외국인 젊은 여성들이 올oo영을 찾듯, 혹은 중국인들이 명동을 찾듯, 우리도 외국에 가면 쇼핑 명소를 찾게 마련입니다. 관광의 기본 생리가 그렇습니다. 프렌즈 시리즈도 거의 모든 책이, 가성비 기준이건 럭셔리 레벨이건 그 나라의 쇼핑 명소들을 다룹니다. p96을 보면 테스코가 소개되는데 이 이름은 한국인들에게도 눈에 익습니다. 대략 18년 전,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형마트가 붐을 이뤘을 때, 삼성과 이 테스코가 협업하여 홈o러o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지금은 둘 다 지분철수했습니다). 뭐 간만에 런던을 들러 구태여 테스코를 찾을 일이 있을까 싶지만, 책에서 이곳을 소개한 이유는 "가성비 쇼핑" 때문입니다. 

저는 언제나 프렌즈 시리즈가 소(小) 인문서를 겸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p44 이하에서는 런던의 건축 명물들을 소개하는데, 선명한 컬러사진만 봐도 눈이 시원해지지만, 그 텍스트 설명들도 정확하고 유익합니다. 참 좋다, 다 알고 있던 내용을 다시 읽는 정도이지만 그래도 좋다, 이런 좋은 자료, 정보, 컨텐츠를 ₩22,000에 내가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 이런 느낌입니다(물론 저는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에서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공짜로 책을 제공받고 지금 쓰는 후기입니다만, 이건 뭐 돈 주고 사라고 해도 전혀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런던의 이 멋진 건물들 역사, 내력... 깨끗한 사진들과 함께 정돈된 문장으로 감상하고 나니 마음의 티끌이 저 멀리 씻겨 내려간 느낌이라 할지. 

요즘은 한국도 저기 도산대로 같은 데에서의 파인 다이닝이 하나의 트렌드를 이룹니다만(물론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하면 엄두를 내기 힘들죠), 이 책도 서유럽, 영국 상류 사회, 중산층의 오랜 전통인 파인 다이닝 명소를 여러 군데 소개합니다. p120 이하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책에도 그런 말이 나옵니다만 브레드 스트리트 키친 앤 바 같은 곳은 여행자들도 아주 큰 부담 없이 들러볼 만한 곳입니다. 사실 완전 고급인 곳은 거의 프라이빗 클럽(이 문화 자체가 영국이 원조입니다)이기 때문에 뜨내기 여행자로서는 불가능합니다. 

p176에는 세인트마거릿 성당이 소개됩니다. 영국 국교회는 이처럼 성인들을 모시고 공경하는 풍조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천주교, 정교회는 모두 구교이지만 모시는 성인의 범위가 다르며, 앙글리칸은 신교인데도 일정 범위의 성인을 자체 공경합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스코틀랜드에서 모셔 온 찰스 1세, 그를 왕관이 씌어진 상태에서(비유적 의미) 처형한 호국경 크롬웰, 이 두 사람의 동상이 경내에 나란히 세워졌다는 자체가 엄청난 아이러니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정치적으로 대척의 위치였던 두 사람을 이후 승계하는 입장의 정치인들, 백성들도 양쪽에 다 있었겠으나, 어느 한쪽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고 죽은 후에라도 강제 화해(?)를 시키는 영국인들의 저런 융통성, 합리적 처세야말로 이후 의회민주주의의 본산으로 오래 안정을 누린 비결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지금은 꼭 그렇다고 하기 힘듭니다). 

p208에는 프리메이슨 홀이 소개됩니다. 책에 나온 설명대로, 프리메이슨 조합은 18세기에 만들어져 전유럽을 범위 삼아 활동하던, 자유주의 신조 위에 활동하던 비밀조직입니다. 그런데 이후에는 이런저런 탄압도 받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소멸했다고 봐야 하며 지금 남은 조직은 그저 이름만 지닌 데 불과하죠. 간혹 인터넷상에 전지구적으로 은밀히 주요 사건을 막후 조종하는 실세 그룹이라며 음모론 비슷하게 떠도는 이름은 저 프리메이슨과는 그나마 1%의 연관도 없는, 완전한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맞은편 페이지에 나오는 서머셋 하우스는 그저 이름만 우연히 같을 뿐 20세기 대중소설가 서머셋 몸(W S Maugham)과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아아... 요즘 트리컨티넨탈로부터 유물 반환하라고 아우성에 시달리는, 우리가 대영박물관으로 알고들 있는, 더 브리티시 뮤지엄이 p216 이하에 소개됩니다. 역사적 곡절이야 안타깝지만, 무심한 여행자 입장에서는 한 장소에 모아 놓은 이런 멋진 구경거리를, 한때 세계의 수도였던 런던 관광차에 볼 수 있어 편하긴 합니다. 

영어 인명, 지명은 가끔 unconventional하게 발음되는 게 있어서 외국인을 당혹하게 만들죠. p264에 나오는 Southwark Cathedral이 그 한 예인데 이 발음은 책에도 나오듯이 [서더크]에 가깝습니다. 앙글리칸, 아메리칸 에피스코팔 모두 감독파에 속하기 때문에 이 대성당 명칭이 커시드럴, 카테드라입니다. 우리말로는 "주교좌"라고 옮기죠. 맞은편 페이지에는 런던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등장한 더 샤드(The Shard)가 소개되는데, 롯데하고 좀 닮기도 했으나 이건 현대 고층물의 특징이 두루 그럴 뿐이니 모방 시비가 일어날 성격은 아닙니다. 생긴 건 더 샤드가 먼저 생겼습니다. 

21세기 들어서는 해리포터 프랜차이즈의 세계적 히트 덕분에 런던에 볼거리가 하나 더 생겼고 그게 p368에 소개되는 해리포터 스튜디오입니다. 이래서 영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저력은 쉽게 저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대중적 인기를 끌었으나 설록 홈즈는 아직도 영화, 뮤지컬, TV 드라마로 현대인의 마음과 감성에 어필하지만, 아르센 뤼팽은 본토에서도 잊혀져가는 점과 대조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뤼팽이 더 좋지만, 이미 프랑스인들의 크리에이티브라든가 표현 양식 같은 게 화석화해서 전통(혹은 무엇이 되었든)을 현대에 되살리는 스타일이 현저하게 매력이 떨어져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뤼팽 아니라 뭐라도 프랑스 현대 컨텐츠는 재미가 없고 너무도 판에 박힌 클리셰들뿐입니다. 17세기 이래 문화강국의 위명이 무색할 만큼 말입니다. 

아름다운 런던, 배울 게 많은 런던에 대해 모든 걸 알려 주는 듯한 멋진 가이드북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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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의 실존의 미학, 내 삶의 예술가 되기 - 천경의 미셸 푸코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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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모든 학문의 어머니와도 같습니다. 철학의 유력한 학파는 다른 학문, 예컨대 정치학이나 역사학, 심지어 물리학 같은 자연과학에까지 영향을 끼치며, 반대로 다른 학문에서 어떤 충격적인 결론이 도출되거나 하면 거꾸로 철학에까지 귀납되어 새로운 경향, 사조가 탄생하기도 합니다(드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이 그러했듯이). 저는 개인적으로 경희대 정치학과 이동수 교수님이 지속적으로 펴내는 "다층적 통치성 총서"를, 새 권이 나올 때마다 읽고 리뷰하는 중인데, 그 총서 전체가 미셸 푸코의 체계 중 한 지류를 전제로 삼고 그를 바탕으로 편찬되는 중입니다. 철학자 한 사람의 위력이라는 게 이렇게나 거대합니다. 

하지만 우리 평범한 독자들은 위대한 철학자의 삶과 사상으로부터, 작고 미미한 내 인생의 긍정적인 면을 더 부각하고, 어떤 비전을 개척하며,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을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수백 년 혹은 수십 년 전의 철학자가 나처럼 평범한 독자 한 사람을 위해 어떤 생각을 표현하며 문장을 남기지야 않았겠지만, 나는 이 거인이 책을 통해 마치 내게 말을 거는 것처럼, 나를 다듬고 나 안에 있는 좋은 생각과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미셸 푸코의 철학이라고 하면 그저 난해하고 고답적이라 내 인생과 뭔 상관이랴 싶기만 해도, 이 책 저자 천미경 편집장님처럼 인문을 직접 내 삶의 정초 도구로 삼아 하나의 소중한 목표를 향해, 더뎌도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갈 수 있을 듯도 합니다. 

이 책 p46을 보면 아니나다를까 미셸 푸코의 수많은 업적 중 통치성 담론에 대해 저자는 설명합니다. 프랑스어 원어로 gouvernementalité(구베르너멍뜰리떼)인데, 이 어원이야 라틴어 gubernare이며, 정부 또는 통치라고 하는 gouvernement(구베르너멍. 영어의 government)이야 예전부터 있던 단어지만, 여기에 접미사 -ité를 붙여 완전히 새로운 개념 하나를 창조한 건 20세기 철학자 미셸 푸코입니다. 이 책 p47에서도 그의 기여에 의해 "정치학이 (비로소) 통치성 개념을 전유하게 된다"고까지 규정합니다. 

또 여기서 그 유명한 판옵티콘論이 도출되어, 대중이 권력의 통치성 기조에 따라 배치되고 통제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슈퍼베스트셀러였던 <감시와 처벌>을 단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바로 저 뜻이죠. 삶의 전영역에 개입하는 권력! 소박한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은 간데없고, 한술더떠 내 스스로가 권력에 순치되어 나의 사고와 행동을 내가 알아서 굴종시키기까지 하니 어찌 무서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1984>의 마지막 대목에서 주인공 윈스턴이 자발적으로 "나는 대형(빅브라더)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듯 말입니다. 

p76 이하에 나오는 것처럼 푸코는 규율권력과 생명관리권력 둘로 나눠 근대 통치체제의 새로운 생리를 꿰뚫어봅니다. 전자는 프랑스어 원어로 pouvoir disciplinaire이며, 후자는 biopouvoir입니다. 영어의 power도 바로 저 불어 원어에서 왔다는 게 모양만 봐도 티가 나듯(정확하게는, 서로 동계어), 수식어와 피수식어 순서만 바꾸면 이 경우는 영어 불어가 아무 차이도 없다시피합니다. disciplinaire(영어의 disciplinary)는 우리말 번역만 갖고서는 그 뜻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으며(저 번역어 "규율권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매를 들고 혼내 준다는 이미지가 그 안에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학계 일각에서 저 개념어를 "기율권력"이라고도 옮기는 것입니다. 기강을 잡는다 같은 느낌이 살게끔 말입니다. 

근대권력기제에서 소름끼치는 점은, 규율권력의 세련화, 정밀화에도 있지만, 개체를 상대로 한 게 아닌 인구집단을 타겟으로 삼는 생명관리권력 부문입니다. 근대권력은 학문의 발전과 권력의지 자체의 집요한 수위 상승에 힘입어 인구집단 전체를 관리 대상으로 삼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세수(稅收)를 추출하고, 인적 자원의 생산성을 높여 정부 권력의 주된 동력으로 삼을지에 골몰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체 사회의 원활한 작동에 도움이 안 되는 개인의 경우 무자비하게 배제, 제거, 폐기 처분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멀리갈것도 없이 나치 독일이 장애인, 유대인, 집시, 성소수자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생명,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람의 목숨은 다른 무엇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임마누엘 칸트 같은 철학자도 사람을 그 자체로 목적으로 대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석가모니, 공자 등의 가르침들에서도 예외가 없습니다. 근대권력의 통치성이 이런 방향으로 흐르는 건 명백히 수천 년 인류 문명이 흘러온 지향점이라든가 인류 통성,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것입니다. 

p146을 보면 에피쿠로스 학파의 쾌락주의가 설명됩니다. 우리는 쾌락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고대 에피쿠로스 학파가 말한 쾌락은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인간은 쾌락을 좇는 게 그 본성이니 억지로뭘 누르려고 하지 말고, 쾌락을 추구하는 마음 자체를 바른 방향으로 잡아 건전한 쾌락을 탐닉하라는 뚯이니 현대인이 보면 쾌락주의가 아니라 도리어 금욕주의로 오해할 만합니다. 푸코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에피쿠로스주의는, 개인이 권력의 도구가 되지 말고, 특히 생명조절권력에 휘둘리지 말고, 나라는 대체 불가능 개인이 뭘 진정으로 원하는지를 탐구하라는 겁니다. 특히 미디어에 세뇌되어, 내가 원하지도 않는 상업적 여성상(남성상)을 무작정 동경할 게 아니라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 줄 이성을 찾으라는 거죠. 

p183 이하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인을 지배하(려)는 권력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까지도 불행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왜? 남 위에 군림하려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고 결국 괴물이 되어 버리니 말입니다. 역대 얼마나 많은 왕, 독재자들이 말년에 정신이상이 되어 모두를 망쳤습니까. 그들도 누군가의 아빠, 엄마, 자녀, 베우자로 소박한 행복을 추구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도요. 이처럼 권력은, 통치성은, 사람을 그 참된 인간성로부터 유리시켜 불행으로 치닫게 합니다. 치자와 피치자의 동일성을 주창한 루소의 깊은 뜻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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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 - 작고 여린 생의 반짝임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스텔라 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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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사람을 낫우는(=치료하는) 본분을 천직(天職)으로 아는 의사야말로 활인지불(活人之佛)이라 할 만합니다. p26을 보면 소아과병동에 들어서서 저자께서 하시는 첫마디가 "아름다웠다"입니다. 저자는 버니 시걸(예일대 의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고칠 수 없는 병이란 없고, 다만 치유할 수 없는 사람만 있다."고도 합니다. 뭐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말이긴 하나 이를 문언대로 받아들일 건 아니고, 저자처럼 어머니의 마음으로 환자를 봐 왔던 분의 입에서는 과연 나올 만한 말씀입니다. 

벨라, 브라이언. 저자의 두 자녀 이름입니다. 어느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봐 주었으면 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마치 저자처럼, 진정성으로 아이를 대하는 책임감있는 교사의 자세입니다. 어머니의 답도 비슷하게 진정성 가득하고, 사람 냄새가 풍기는 그런 답변입니다. 읽기, 산수(수학)를 당부하는 다른 학부형들의 반응 부분을 읽으며 순간 여기가 미국 아닌 한국이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뭐 교육열이 높고 환경이 윤택한 곳에서는 어디서나 비슷한 반응이기는 합니다. 

시골 외양간에서는 암소가 낳은 몸집 큰 송아지가 태어난지 얼마 안되었는데도 잘만 뛰어다니는 풍경을 보며 생명의 신비에 새삼 경탄하게도 됩니다. 그러나 사람은 어떻습니까? 너무나 취약한 겉모습이며, 누가 옆에서 숨만 잘못 쉬어도 저 작고 약한 생명체에 큰 해라도 입히지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p83에서 저자가 말씀하듯, 신생아는 알 수 없는 어떤 원인 때문에 돌연사하기도 합니다. 어떤 아기는 건강하다가 갑자기 아파지고 목숨을 잃으며, 어떤 아기는 미숙하게 태어나서 모두의 걱정을 사다가도 건강하게 회복합니다. 이처럼 생명의 이치는 인간이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우며, 그만큼 부모의 정성어린 돌봄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도 팬데믹 때 의사분들, 또 간호사분들이 일선에서 엄청난 수고를 하셨고 어떤 분들은 순직하기도 했습니다. 꼭 팬데믹 같은 비상사태가 아니라도, 의료진은 사람의 생명을 최일선에서 다루는 통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p64에는 로나 브린 법이 미국에서 어떻게 제정되었는지 그 경위가 설명됩니다. 사랑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저자도 p66에서, 아이를 키우던 엄마로서 자신도 육아 번아웃(burnout)을 겪었다고도 합니다. "누군가의 비일상이 나에게는 일상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불행은 나의 절망으로 바뀌기도 한다.(p77)."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말씀입니다. 

의사는 그저 지식만 많다고 그 직무가 수행가능한 그런 직종이 아닙니다. 이 책 중반부에는 신생아에게 응급 싱황이 생겼을 때 저자 같은 의사들이 어떻게 현장에서 대처하는지 아주 상세하게 서술됩니다. 이 과정을 보면 의사란 정말, 순간적인 판단력, 과감한 실행력, 무엇보다 저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최선의 조치가 무엇인지를 우선 생각하는 양심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우리는 과연 수고하는 의사들에게 그에 합당한 존중, 사의(謝意)를 갖고 살아가는 중일까요? 그들이 받는 수가가 그들의 노고에 비추어 정당한 수준이 맞을까요? 그들의 서비스가 과연 타 직역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성격일까요? 

신생아들의 상태는 다양합니다. 수십 년 전에는 신체 상태 어디가 결손되면 영양 상태가 안 좋거나 환경의 비위생 상태에 기인한다고 알았습니다. 그러나 p172에 한 예로 나오듯 21세기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 벤저민은 항문 없이 세상에 나와 많은 이들을 걱정하게 합니다. 엄마가 이름난 외과의사였는데도 태어난지 이틀이 지나서야 겨우 알았다고 하니 더 놀랍습니다. 설마 했겠지요. 예전 같으면 꼼짝없이 목숨을 잃었겠으나(유명한 예로 고종황제와 민자영 사이의 원자가 있습니다) 현재는 수술법이 있어서 해결이 됩니다. 책에도 간단한 수술 후 퇴원이 가능했다고 나옵니다. 제3자 입장에서도 휴 하고 안도가 되는 장면입니다. 

어느 문화권이라 해도 죽음을 상서롭지 못하게 생각하는 건 똑같습니다. 그래서 We lost him(her)라든가, He(She) didn't make it 같은 우회적인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나 p207에 나오듯, 의사에게는 심지어 그럴 자유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죽음은 그저 죽음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해야 제 할 일을 다하는 것입니다. 의사의 본분이 무엇이며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엿볼 수 있었고, 저자께서 의사이시면서도 한국의 평범한 워킹맘들이 공유하는 소박한 정서를 갖고 계신 분이라서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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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골든타임을 잡아라
김피비.그레이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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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이제 금이나 달러, 주식, 채권처럼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확실히 자리잡았습니다. 통화, 법화(legal tender)라고 해도 정부의 신인도가 낮으면 그 화폐의 가치가 극히 불안정해지는 마당에, 아무런 가치, 실물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하는 암호화폐가 어떻게 존속할 수 있겠냐고들 했으나, 블록체인 기술 발전이 나날이 향상되면서 이런 우려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이미 심판을 받다시피했습니다. 암호화폐 중에서도 비트코인은 그 인지도나 보급, 거래 활성화 면에서 타 코인을 압도합니다. 이제는 그저 저점을 다지는 구간이다 싶으면 무조건 들어가서 일정물량을 확보했다가 주기적으로 이익실현을 하는 게 현명한 투자자의 패턴처럼 되었습니다. 그러나 코인 투자 고수가 일러주는 기법, 인사이트가 있다면 이를 참고하는 게 하나의 지혜일 것입니다. 

p33에 나오듯이 블록체인을 가장 블록체인답게 만들어 주는 건 탈중앙화입니다. 신중한 정책 결정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제멋대로인 민간이 채굴하여 세상에 나오는 화폐가 어떻게 화폐 구실을 할 수 있느냐, 이런 우려를 씻어 주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사실 이미 통화론자들이 준칙주의라는 걸 오래 전에 내놓아서 법정통화라고 해도 현명한(?) 정책당국자들이 일일이 마사지하는 것보다 기계적인 원칙에 따라서 화폐정책이 운용되는 편이 훨씬 낫다는 주장을 하긴 했습니다. 이제 수학적, 공학적으로 입증된 원리에 의해 채굴되고 무결성이 검증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나왔으니, 저 통화론자들의 오랜 이상(理想)이 전혀 예측 못한 방법으로 실현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중 무엇을 사야할까? 저자는 다양한 알트코인들의 장점을 거론하면서도 결론은 역시 비트코인이라는 쪽으로 이끌어갑니다. 물론 알트코인들 중에서는 기존 비트코인 설계자가 채 짚지 못한 장점을 갖추거나, 유저들에 의한 개량이 꾸준히 이뤄지는 플랫폼을 갖춘 우수한 것들이 꽤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에 널리 알려지고 이미 시장의 신뢰를 얻은 비트코인만한 암호화폐가 과연 앞으로 나올지, 이더리움이나 리플 같은 runner-up이 이 비트코인을 과연 추월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저자는 기술주 위주의 트렌드가 가치주 중심으로 곧 전환되고, 암호화폐 섹터도 혹독한 조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나 진정 기술적으로 우수한 코인 시스템은 살아남을 테고, 그렇다면 미리 이를 매수해 두는 게 가치를 우선시하는 현명한 투자자의 선택이 아니겠느냐는 게 저자의 취지인 쪽으로 저는 읽었습니다.   

설령 무책임한 정보와 루머를 퍼뜨리는 악성 채널이라고 해도, 역시 사람은 책임회피가 가능할 때 본심이 솔직하게 나옵니다. 그래서 모 어플이 정보의 보고(寶庫)라고도 불리는 듯합니다. 뭐 저도 자주 접속해서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기도 하니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암호화폐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로 첫째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듭니다. 우선 코인은 상/하한가 제약이 없습니다. 또 24시간 거래가 이뤄집니다. 이러니 오르면 미친 듯 오르고, 내리면 바닥도 없습니다. 위험천만하지만 고수익을 노리는 이들, 리스크 러빙 성향자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죠. 다음으로 주식시장은 내부자가 정보를 악용할 우려가 크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복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코인은 공부하는 만큼 정보가 얻어지고, 모르면 다 같이 모르는 판이니 그 점에서 공평합니다. 물론 거래소가 과연 투명하게 운용되는지, 사기꾼들이 대놓고 시세조종을 해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있는지 여전히 의심스럽기는 합니다. 판단은 각자가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정보를 어디서 얻는가? p159 이하에 여러 곳이 소개됩니다. 이래서 코인 책도 항상 최신 도서를 봐야 한다는 건데, 저자께서 여러 곳을 소개해 줘서 이미 알던 건 재확인을 하고, 모르던 곳은 앞으로 자주 들러 보게 다짐도 하게 되죠. 듄은 책에도 나오듯이 커뮤가 활성화되어서 유저들의 자유로운 의견이 오가고, 유익한 아이디어가 빠르게 공유되는 점이 좋습니다. 한국어 지원이 안 되는 곳이라 해도 본인이 알아서 개척, 적응해 나가야지 남이 떠먹여주길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p185 이하에는 지표 소개가 나오는데 이 대목도 타 코인책에서 잘 안 다루던 내용이라서 좋았습니다. 지표 맹신도 곤란하지만 주어진 정보는 모두 참고하는 버릇을 좀 들여야 합니다. 

NFT는 한때 큰 기대를 모았으나 지금은 열기가 죽었고 관련 자산에 물린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책 p239에 나오듯이 저자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며 앞으로 응용 범위가 거의 무한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년 전인 2021년 양산 통도사를 방문한 홍라희-이재용 모자의 행보는 앞으로 NFT 기술이 얼마나 널리 쓰일지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제스처이기도 했습니다. p263의 거래소 코인 이야기도 귀기울일 만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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