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 트럼프의 귀환, 놓쳐서는 안 될 정책 변화와 산업 트렌드
김광석 외 지음 / 이든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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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한 번 재선에 실패하고 다시 재임에 성공한 케이스는 미국 역사상 그로버 클리블랜드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합니다. 한국 미디어에서는 해리스 부통령도 당선될 수 있다, 초박빙 승부다, 이런 예측을 많이들 했는데, 미국에서는 이미 바닥민심이 8월 이후 완전히 방향을 틀어 트럼프의 당선을 대부분 점치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현지 교포들도 그들의 정치 성향에 무관하게, 트럼프가 대세임을 대부분 인정하곤 했는데, 우리만 딴세상에 살았던 것 같습니다. 여튼 8년 전보다 더 강력하게 자신의 정책을 내세운, 세계 초강대국 지도자의 컴백에 즈음하여 우리들은 어떻게 생존 전략을 짜야할지, 이 책을 읽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2를 보면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촉발한 관세전쟁에 대해 그래프와 통계 자료를 인용하며 자세히 회고합니다. 모든 자료가 천연색이라서 독자가 보기 편합니다. 중국에서는 2016년 미 대선 때부터, 트럼프라는 사람이 고립주의 성향이라서 북미 대륙 밖에서 다른 나라, 예컨대 러시아나 중국이 세력을 확대하는 데 별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드디어 편한 세상이 왔다고 환영했었습니다. 19세기 미국은 제5대 제임스 먼로가 고립주의 독트린을 편 적이 있었기 때문에, 21세기 들어 트럼프 같은 이가 전개한(전개할 것으로 예측되는) 정책에는 "신"고립주의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p22 이하에, 기억을 잊은 우리 독자들을 위한 자세한 내용이 나옵니다. 

당시 한국에서도, 만약 트럼프가 이런 식으로 보호무역 정책을 펴면 세계 경제가 모두 위기에 빠질 것으로 전망하는, 다분히 친중 성향의 메신저들이 미디어에 많이 출연하여 영향력 확산을 꾀했습니다.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미국은 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강달러 추세이며 증시는 폭등을 넘어 폭발할 듯합니다. 트럼프가 이제 친코인 정책을 편다(p122)고 하니까 코인이 또 불장입니다. 8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 보유량은 세계에서 중국이 가장 많았고 애초에 코인 상승세도 중국인들이 주도했었습니다(p130). 지금은 미국이 코인 활황도 이끌어가는 중이며, 반대로 중국은 건설 경기 침체부터 해서 모든 분야가 위기입니다. 한국 이커머스가 이른바 티메프 사태가 상징적으로 보여 주듯 전반적 위기에 빠진 것도, 중국 업체들이 재고청산을 위해 미친 듯 덤핑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p148을 보면 오태민, 박세익 두 저자가 CDBC에 대해 토의하는 대목이 있는데, 바로 그제(11.29) 이 섹터가 한국 증시에서 좀 괜찮은 모습이었습니다(워낙 장이 안 좋으니). 

미국 민주당은 예전부터 청정에너지를 중시했었습니다. 1992~2000년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도 별명이 "오존 맨"이었습니다(그닥 좋은 뉘앙스는 아니었습니다). 현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에 당선될 때만 해도 국내 증시에서 태양광, 풍력 섹터가 큰 폭으로 올라 며칠 동안 랠리를 이어갔습니다. p76 이하에, 다양한 자료와 함께 에너지자원과 산업에 대한 자세한 전망이 나오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p92에 표를 통해 좋은 분석이 나오는데,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對) 중국 정책 면에서 어떻게 차이가 나냐 하는 문제입니다. 민주당은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작년쯤부터 EU집행위원장 폰데어라이엔 같은 이가 꺼내기 시작하기도 했죠. 

브레튼우즈 체제(p123)라는 건, 2차대전이 나치의 패망으로 끝나갈 무렵 기존의 파운드스털링 통화패권을 대신하여 미국의 달러가 국제교역의 중심으로 등장하기 위한 핵심 질서였습니다. 우리가 고교 사회 교과서에서도 다 배운 내용이죠. 이때만 해도 각국의 통화가 고정환율 비슷하게 묶여 있었으며, 미국은 달러의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일정 금(金)의 양으로 달러의 태환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던 걸, 1971년에 닉슨 당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달러 태환을 정지시킨 후 외환시장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고 만 것입니다. p124를 보면 그때 이후로 어찌어찌 임기응변으로 운영되어 온 현 시스템을 두고 패치워크 누더기라고 평가하는 대목이 있는데 공감이 됩니다.

p103을 보면 박세익 대표가 독재국가 시스템과 혁신의 관계에 대해 재미있는 견해를 풀어 놓네요. 이분은 한국경제TV 낮 11시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대담하는 걸 제가 지난주 금요일에 시청했습니다. 이 책 주제와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만 그 프로그램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코스피 3000은 금방 돌파한다"고 하셔서 저는 좀 놀랐더랬습니다. 러시아는 구 소련 시대에 비해(이 말은 없지만 문맥상 독자인 제가 보충합니다. 저자와 출판사의 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후진 나라(이 책 표현 그대로입니다)가 되었는데, 그 이유가 독재체제라서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러시아처럼 독재로 유도하여 역시 후진 나라로 몰고가는 게 아니냐는 말씀도 있는데, 흠... 흥미로운 견해이긴 합니다. p183에는 최근 25년 동안 홀짝별로 코스피와 코스닥 수익률을 정리한 표가 있는데 이 역시도 재미있습니다. 박세익 대표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중국의 새 지도자 임기 시작 3년차인 5자 연도(이를테면 내년인 2025)에 차이나 랠리가 온다고 하시던데 이 역시도 귀추를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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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5년 문답 일기 : 명탐정 코난 에디션 나의 5년 문답 일기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아르누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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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의 5년 문답일기"가 무슨 성격의 상품인지 제가 이해한 대로 설명부터 하고 후기를 이어가겠습니다(제가 생각한 대로의 설명이므로 출판사의 공식 태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다이어리인데, 다이어리는 보통 특정 연도의 캘린더와 함께 공란에 메모하는 형식이지만 이 상품은 그게 없습니다. 즉 아껴 놓았다가 내후년(2026)에 쓰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되는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다음에 "나의 5년"은 무엇인가. 이 다이어리는 특이한 게, 날짜순으로 짜여지긴 했는데 날짜마다 연도를 적는 공간이 다섯 개 제시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날짜 순으로 써 나가다가 연말까지 오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첫페이지 1월 1일부터 둘째 칸에 또 써 나가기 시작하는 겁니다(맨앞에 20__라고, 연도를 쓰는 칸이 있습니다). 이렇게 5년을 써 나가게 하는 형식인데, 그것도 참 의미있겠다 싶었습니다. 5년 동안 내가 얼마나 성장하고 변했는지, 작년이나 3년 전에 내가 어떤 생각이었는지도 엿볼 수 있고 말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책이 다이어리인 줄 모르고, 작가 아오야마 고쇼의 무슨 회고록 같은 책인 줄 알았는데(ㅋ) 받아보고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겉표지에는 캐릭터 다섯 명이 나옵니다. 맨 왼쪽 하단 삐쭉하게 생기고 비니모자를 쓴 애가 아카이 슈이치(한국화 이름 이상윤)인데, 사실 전 개인적으로 이 캐릭터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가오(?)를 잡는다고 할까, 이런 사람이 나오면 누가 주인공인지부터가 혼동이 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얘가 나오고부터 저는 코난을 슬슬 안 보기 시작했습니다. 코난의 오랜 팬들께는 죄송하지만(저도 팬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게 다, 코난 시리즈가 너무 길어지면서 생긴 폐해 중에 하나입니다. 재미를 유지하려면 새 캐릭터를 등장시켜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기존 유니버스에 불균형이 어떻게든 생깁니다. 

오른쪽 상단의 노랑머리는 제가 여기서 자세히 말하면 스포라서... 후루야 레이(降谷零)이며 한국이름은 강준영인데 일본 원이름도 끝에 영(零)이 들어갑니다. 물론 零은 한국에서라면 이름자로 많이 쓰이지 않습니다(이유는 구태여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캐릭터는 대략 지면만화 84권부터 나왔다고 하는데 제가 그 앞부터 구독을 중단했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여튼 이른바 검은조직(黒の組織) 이야기도 지나치게 뻔한 패턴으로 흘렀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가 등장은 해야 했습니다. 얘 때문에 다시 살짝 기대가 생기기도 했습니다(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다음에 왼쪽 상단이야 괴도 키드인데... 저는 예전부터 이 캐릭터가 코난과 같은 세상에 사는 게 아니라, 코난 등이 키드의 세상에 잠시 놀러오는 게 아닌지 생각해 봤습니다. 키드는 사실 외로운 소년 고희도가 혼자 만들어낸 페르소나이며 실제 이야기가 아니지 않냐는...  아르센 뤼팽도 이걸 추리소설로 보기보다 하나의 모험 판타지에 가까운데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은 대개 이렇습니다. 반면 셜록홈즈는설정상의 일부 비과학성과 모순을 일단 잊자면 철저한 리얼리즘이며 코난의 미스테리 해결도 (키드의 모험담과 대조하면) 매우 현실적입니다. 범죄란, 사회적으로 용인이 될 수 없는 행동이므로 이런 인물이 주인공 노릇을 하려면 비현실성의 연막을 한 거풀 씌워야 하는데, 장 마레 등이 나온 <판토마> 시리즈도 그랬죠.  

맨오른쪽 하단은 하이바라 아이입니다. 허리춤에 손을 짝 올리고 있는 게 특유의 되바라짐을 잘 드러내는 포즈입니다.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도 못하고 맨날 코난한테 의지하면서 허세는 쩔죠. 아무튼 코난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일단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들과 함께 나의 정신적 성장도 체크할 수 있는 미니다이어리! 크... 보기만 해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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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독학 일본어 첫걸음 - 히라가나, 가타카나부터 JLPT까지 한 달 완성 GO! 독학 시리즈
최유리(유리센 일본어).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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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닷컴에서 나온 GO! 독학 첫걸음 시리즈 여러 권을 여태 리뷰했었습니다. 시리즈 내 다른 외국어 교재에 비해 이 일본어 편은 매우 두껍습니다. 본책 말고도 워크북(=익힘책)이 함께해서인데, 칼로 조심스럽게 자르면 분책이 되게끔 워크북 경계에 두꺼운 표지가 이중으로 삽입되었습니다. 분책 후 본교재나 워크북 하나하나가 웬만한 다른 본교재보다 양이 많아서 뭔가 든든하네요. 폰트도 대체로 큰 편이고 편집이 시원시원한 올컬러 인쇄입니다. 이렇게 보기가 편하니, 독학하는 초보자라 해도 공부하는 재미가 날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음원 mp3로 가는 QR코드가 붙었고, 챕터 시작할 때는 미리보기 요약을 해 주는 QR코드도 따로 삽입되었습니다. 외국어 공부할 때에는 네이티브 음원이 정말 필수인데, 그 외에도 이렇게 지원 도구가 많으니 학원 다니는 것보다 뭐 독학이 더 편할(?) 지경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GO! 독학 중에서도 첫걸음 레벨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히라가나, 가타카나부터 가르칩니다. 마치 초등학생 가르치듯 글자도 큼직큼직하고 그 글자가 들어간 예시 단어, 일러스트까지 표 형식으로 깔끔하게 잘 정리되었습니다. p33을 보면 ん이 설명되는데 상황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고 나옵니다. 한글과 달리 글자 하나가 다양한 음가를 표시한다는 게 신기합니다. 특히 이 글자는 음성기호로 [N]이라 표기되는, 이른바 구개수 비음(uvular nasal)으로도 소리날 때가 있는데, 한국인이 이 발음을 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자음인데도 하나의 박자, 모라(mora)를 차지한다는 게 또한 재미있습니다(한국어에는 전혀 없는 현상). 

p108에는 い형용사에서 (정작) い가 탈락하고 く ないです에 연결시켜 말하는, 그 뜻은 "~하지 않아요."인 문형(文型)이 나옵니다. 일본어 기초 공부를 하며 다들 참 많이도 시도했을 대목인데, 忙しく ないです。라는 예문이 바로 밑에 나오며, 그 뜻은 "바쁘지 않아요"입니다. 忙은 "바쁘다"라는 뜻이며 우리말에서도 쓰는 한자입니다(발음은 "망"). 이 단어는 いそがしい(이소가시이)라 읽고, 교재에서 설명하듯이 끝의 い가 일단 탈락하는 현상을 유의해서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GO! 독학 첫걸음 시리즈가 다 그렇듯 "회화로 말문트GO!" 코너가 모든 챕터에 따로 실렸습니다. 모든 컨텐츠에는 그 수준이 공인일어시험등급 어디쯤에 해당하는지도 일일이 다 표시되는데 예를 들어 p186 같은 곳은 JLPT N4라고 나옵니다. 회화를 다루니 또 여기서는 음원의 도움이 필수이겠는데, 음원에 접근하는 방법은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챕터 처음의 QR코드 스캔인데 이 경로는 바로 접근이 되어 편리하지만 트랙 구분이 안 되어서 스크롤해 가며 찾아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시원스쿨 일본어 학습 사이트에 가서 회원가입하고 로그인후 학습지원센터> 자료실에 가서 이 책 제목이 붙은 코너를 클릭하는 것입니다. 모두 7개의 관련 자료가 정리되었기 때문에, 좀 번거롭더라도 회원가입 후 모두 다운받는 편이 낫습니다. 트랙이 일일이 나뉜 본문 음원 파일은 두 개로 나뉘었는데 각각 108Mb, 135Mb입니다. 압축 해제 후 저렇게 파일 용량이 크게 늘어납니다. 여성 성우, 남성 성우 두 분이 천천히 또박또박 문장들을 읽어 줍니다. 

p254에서는 과거시제 구문을 공부합니다. 1그룹 た型 동사를 활용(conjugation)시키는데, 服を買った。라는 문장이 나오네요. 服은 ふく라 읽고, 買는 か라 읽는다고 후리가나로 달아 놓았습니다. 읽기로는 "후쿠오캇타"처럼 읽힙니다. 1그룹 동사가 무엇인지는 p164 이하에, 다른 유형의 그룹들과 함께 아주 자세히 설명됩니다. 어떤 일본어 교재라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이 중요한 문법 사항을 설명합니다만, 저 개인적 느낌으로는 이 책의 구성, 설명 방식이 아주 마음에 들었고 머리에 쏙쏙 잘 들어왔습니다. 

p358에서는 2그룹, 3그룹 동사의 과거 수동형을 배웁니다. 기본 문형은 ました。이며, 이를 반복, 응용해서 익힐 수 있는 예문들이 나옵니다. 彼に助けられました。라고 하면, "그에게 도움 받았어요."라는 뚯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후기에서 띄어쓰기를 안 하지만(또 이 교재에서도 일어는 띄어쓰기를 안 한다고 가르칩니다만) 이 교재는 학습자의 편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에 띄어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 문장에서 助는 たすける라 읽으며, 교재에서는 이걸 수동형으로 바꿀 때 る를 떼어내고 られる를 붙인다고 설명합니다. 이게 2그룹 동사 대부분에 공통되는 사항입니다. 본교재 후반부의 p368 이하 문법표도 아주 깔끔하고 망라적이라서 좋았습니다. 

워크북에서 초반부에는 일어 히라가나, 가타카나의 필순부터 자세히 가르치는데 정말 기본부터 자세하게 가르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어, 본교재에서 다뤘던 문법사항을 확실히 익힐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이 나오는데 풀어 보면 재미도 느껴집니다. p213 이하에는 JLPT N5, N4 모의고사 1회분씩이 나오는데 제대로된 학습을 위해 (위에 언급했던) 음원이 필요합니다. 정말 성의있게 구성된 교재라서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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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 - 기후변화는 어떻게 몸, 마음, 그리고 뇌를 지배하는가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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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섬뜩합니다. 기후 변화가 우리 삶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며, 직업, 일상, 거주 등 모든 면에서 전과는 다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기후변화라는 게 우리 개개인의 생각, 몸, 마음, 영혼까지 지배하며, 우리는 더 이상 전과 같은 그 사람으로 남지 못한다는 무서운 진단, 예언까지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니라는 자각만큼 두려운 체험도 없겠는데, 어떤 점에서 그러한지, 현실이 그렇게 진단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는지 경각심을 갖고 찬찬히 읽어 봤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92를 보면 기후변화가 다양한 직업군의 퍼포먼스에 끼치는 영향은 다양하고도 깊은데, 개개인은 일단 불면증 등 일상에서 가볍거나 무거운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거기까지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므로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야구 경기에서 심판이 오심할 확률, 투자자가 잘못된 결정을 내릴 확률, 정치인이 의회에서 발언할 때 그 표현의 복잡성에 이르기까지 이 기후변화라는 게 결과, 현상을 바꿔 놓을 가능성이 무척 커진다고까지 말합니다. 경제학자 앤서니 헤이스는 "기후 변화 앞에, 객관성이란 허상에 불과하다"고까지 단정짓습니다. 무섭습니다. 

고 레이 브래드버리는 근래 한국에서도 새삼 주목도가 높아진 20세기 과학소설 작가입니다. 그의 단편소설 <불의 손길>에는 어느 보험설계사가 더워진 날씨 때문에 삐질삐질 고생하는 장면이 있고 이 구절이 p119에 일부 인용되는데, 사실 이 작품은 딱히 기후변화가 모티브는 아니었습니다만 현대의 독자는 얼마든지 그렇게 해석할 권리가 있습니다. 소설 속의 상황과 달리, 우리는 전지구적 기후 재앙을 맞아 어떤 식의 전보, 보상이라도 받아낼 인슈어런스 폴리시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책에서는 재미있게도 당송팔대가 중 한 명인 왕유의 작품 <고열행>도 인용되는데 물론 브래드베리의 작품보다 천 년 넘게 앞선 5언율시입니다. 화자는 끝에 이르러 열반의 경지를 노래하지만 우리는 오염된 환경에서 내세에의 기약도 없이 고통스럽게 죽어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화합물인 BMAA라는 게 발견되어 시아노박테리아 대증식과 함께 이미 돌고래를 비롯하여 많은 동물들의 뇌를 벌집처럼(p154) 만들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인간의 치매가 요즘 부쩍 늘어난 게 물론 평균 수명이 예전보다 훨씬 길어진 이유도 있지만, 이런 기후변화 때문에 전과는 크게 달라진 생태계 구성과 어떤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겠습니다. 이 책에 인용된 돌고래, 매너티, 원숭이 들이 마치 인간을 방불케할 만큼 비교적 정교한 두뇌 구조를 갖춘 종들이기에 그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p202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과 엑스포좀을 병치시켜, 환경오염이 우리들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다른 차원의 영향을 논합니다.  

앞의 브래드베리 작품에서 더위가 사람을 미치기 직전까지 몰고가는 끈적끈적한 묘사가 있었는데 p234를 보면 인지신경과학자 조티 미슈라 박사의 주도 하에, 극단적인 상황에서 평균적인 인간들에게 어떤 인지저하가 일어나는지, 또 기후 변화가 초래한 재난을 겪고 생긴 PTSD가 사람의 정신을 어떻게 황폐화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과잉 경계 때문에 뇌의 기능 저하가 발생하며, 기억력이나 집중력 등이 현저히 떨어지는 중 당사자의 자존감, 자신감 등이 전과 같은 수준을 지킬 수 없음이 너무도 명확해집니다. 

p300을 보면 기후변화는 많은 이들을, 삶의 터전을 잃은 떠돌이로 만듭니다. 이미 인도양이나 태평양 여러 니라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상당 부분을 잃어 집단 이주 대책 마련에 골몰하지만 이런 종류의 문제가 어떤 특별한 해결책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p320을 보면 저자는 언어심리학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환경의 변화가 우리의 언어세계에 어떤 음울한 영향을 항구적으로 남기는지에 대해 생생하게 설명합니다. 오늘 한국 수도권 일대의 폭설 때문에 출근길에 엄청난 불편을 겪은 분들이 많을 텐데, 11월에 좀처럼 겪어 보지 못한 이런 사태를 만나면서 벌써 우리는 다른 차원의 경각심을 가져야 마땅합니다. 기후변화 대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요구하는 단계에 이미 접어들었고 벌써 늦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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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엽서북 100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아르누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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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뭐래도 인기 애니, 드라마의 핵심 굿즈는 포카북입니다. 이 상품에는 엽서 100장이 포함되며, 브라운 박사...아니 브라운컬러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들어 있고, 그 바깥은 투명랩으로 다시 포장된 상태입니다. 마치 책 하드커버 겉표지가 처음엔 잘 안 펼쳐지듯, 이 케이스도 처음에 삐지직~하고 이음새가 여전히 뻑뻑한, 새 상품 특유의 협소한 유격감이 느껴져 뭔가 기분이 좋습니다. 새 상품을 개봉하는 모든 소비자의 뿌듯한 느낌이 이와 같을 줄 압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홀로그램 엽서 열 장, 무광 엽서 아흔 장입니다. 그 중 한 장만 먼저 펼치자면, 코난의 시그니처 표정이라 할, 큰 눈을 뜨고 수상쩍은 그 누구(무엇)를 향해 지긋이 응시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나비넥타이를 입에 바짝 갖다댄 걸 보니, 모리 코고로(한국명: 유명한) 씨를 마취침을 쏘아 잠들게 하고 또 음성변조를 해서 사건의 진상이 이러이러했다고 설명하며 진범을 몰아세우고 있나 봅니다. 

시계탑 밑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리 란의 팔을 잡아세우며 뭔가 단호한 표정을 짓는 쿠도 신이치. 아마 세계 어떤 컨텐츠에서도 주인공 본래 모습이 이렇게나 등장 시간이 짧은 예도 드물지 싶습니다. 쿠도 군이 간만에, 약의 도움을 빌리건 아니면 과거 회상을 통해서건 본 모습이 나타나면 팬 입장에서 매우 반갑습니다. 한국어 더빙판에서 강수진 성우는 코난의 내심을 독백으로 표현할 때 따로 등장하는데, 워낙 목소리가 좋은 분이라서 역시 시청자 입장에서 반갑죠. 모리 란은 물론 성정이 착하고 쿠도 군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지극해서 그러는 거겠지만 때로는 쿠도에게 지나친 감정적 투정을 부리지 않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여친은 그 맛에 사귀는 것이겠습니다만.  

이 장면도 모리 씨는 벌써 침 한 방을 맞고 잠들어 있습니다. 보통 이 양반은 소파나 벽에 기대어 자는 게 보통인데(하도 흐느적거리면서 쓰러지는 통에 저분 저러다가 머리나 다치지 않을지 걱정도 됩니다), 이 포카에서는 어떤 기하학적 원통 기둥의 단면에 기대었기 때문에, 하나의 판타지이지 실제의 공간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코난은 열심히 사건의 진상을 읊어대는데, 마지막에 결정타를 날리면서 슬쩍 자기 도취에 접어들었거나, 아니면 피치못할 사정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게 된 가해자를 잠시 동정하는 표정이, 저 눈을 살짝 감은 저 얼굴이죠. 하단에는 분홍 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쿠도는 란의 어깨를 감아쥡니다. 뜻밖의 동작에 란은 약간 놀란 표정인데 여자들이야 다 이렇게 내숭을 떨게 마련이지만 란은 정말로 불시에 이런 모션을 접하고 놀라곤 한다는 점 우리 팬들, 시청자들, 그리고 쿠도가 잘 압니다. 이런 백치미가 란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인데 본인은 그걸 모릅니다. 간만에 학교에 왔는지 쿠도는 교복 차림이며 란이야 뭐 언제나 단정한 그 모습이죠. 여기서 쿠도의 눈이 앞머리 때문에 잘 안 보이는데 이때문에 혹시 얘가 변장한 키드 아닐까도 싶지만 키드는 선을 넘지는 않습니다. 

재벌가 영애 소노코 양이 휴대전화에 대고 뭔가를 열심히 이야기 중입니다. 왼쪽은 우리가 다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거의 흉기 수준인 가라데 마스터, 쿄고쿠 마코토(京極眞)입니다. 가라데에도 극진 가라데가 있다는 점은 다들 아실텐데 이 인물의 이름에 극진(極眞)이 들어간 점도 재미있습니다. 물론 극진가라데라고 할 때의 극진은 (고쿠-마코토가 아니라) 교쿠신이라고 읽습니다. 實, 眞 등은 인명에서 저렇게 "마코토"라고 훈독하기도 하죠. 오른쪽은 괴도키드인데 소노코 상이 키드와 직접 엮이는 건 드물고, 소노코의 백부인 스즈키 지로키치 씨하고 키드가 자주 앙숙이 되죠. 

인쇄상태가 선명하고 (무광 엽서의 경우) 오돌도돌한 감촉이 좋습니다. 특정 에피소드의 스틸컷이라기보다 컨텐츠 전반의 부분 요약처럼 상징적, 함축적인 화면 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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