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청춘이란? - 아픈 만큼 성숙하는 너를 위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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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은 세대는 <청춘은 아름다워라>라든가, <아름다워라 청춘이여> 같은 번역 제목으로도 알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그 고전의 독일어 원제는 Schön ist die Jugend인데, 앞에 제시한 우리말 어구(들) 그대로의 뜻입니다(강조를 위한 도치). 지금 이 책은 그 고전은 아니고, 헤르만 헤세의 여러 수필, 산문 들을 한 권에 모아 놓은 구성입니다. 어떤 글은 <자전적 이야기>에서, 어떤 글은 그보다 앞서 발표된 다른 산문집에서 발췌했는데, 역시 거장의 작품은 이렇구나 같은 감탄이 절로 느껴지는 명문들입니다. "사자가 문 뒤에서 발톱 일부만 내밀어도 우리는 그게 사자인 줄 안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책 중 어느 한 편의 산문만 읽어도 그게 헤세 같은 문호의 작품이겠음이 절로 짐작될 정도입니다. 길이도 짤막짤막해서, 독서에 큰 부담도 없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애독자들은 다들 알겠지만 그의 글에는 간혹 에로틱한 기술이 의외의 장소에 숨어 독자를 놀라게 합니다. 이 책 제1장의 "첫 키스" 같은 산문도 그런데, 저도 읽으면서 약간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헤세 같은 문장가, 인생의 스승격 인물치고는 꽤나 의외인, 솔직함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런 기술(記術) 뒤에는 약간의 자긍심 같은 것도 동기로서 작용했을 텐데, 우리들 중 누구라도 이 비슷한 느낌이나 경험은 있습니다. "내가 젊었을 때 말야..." 그런데 이 대목은 분명 충격적인데도, 선정적이라기보다는 다소의 애수(哀愁)를 풍깁니다. 헤세가 이 글을 쓸 때 그에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 어느 시점에 대한 회고였겠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지 오웰의 <1984>를 보면, 긴 개념을 하나의 약칭으로 줄일 때에는, 그렇게 하는 쪽의 어떤 검은 의도 같은 게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 한 예로 드는 게,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을 "나치"로 간단히 줄인 것입니다. p19의 "소치스트"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 사민당원을 가리키는 말인데 아마 이 말을 꺼낸 여성(아직 10대인데도 그 표현에 거침이 없는)은 못마땅하다는 의도였지 싶습니다(그 출신 성분을 감안할 때). 이 글에서 헤세는 스스로 밝히길 기계공 견습기간이었다고 합니다. 헤세의 독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는 고서점 점원 노릇도 했었는데, 이 책 p27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현대의 우리가 지레짐작하듯 그 일이 그리 mundane하게 취급될 직업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1911년의 황폐화한 아일랜드를 여행하며 우연히 만난 "신사놈"을 다룬, 다분히 환상적인 이야기(p39)는 헤세의 작품 중에서는 좀 예외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멀쩡한(그렇게 보였던) 신사가 끝에 가서 그 정체가 악마였음이 드러나는 식의 결말은 18세기 유럽 단편에서 그리 드물지 않게 봤던 처리이긴 한데 그 배경이 아일랜드의 늦여름임이 좀 특이할 뿐입니다. p68에 실린 <시인의 꿈>은 원제가 Der Dichter("시인")이며, 1913년에 발표된 단편입니다. 중국인 이름으로 세팅된 Han Fook는, 독일어에서는 oo가 장음 [o:]이므로, 이 책에서처럼 "한 포크"라고 읽힙니다(푸크가 아님).  

책 중반부에는 헤세의 인생, 고독, 젊음, 사랑에 대한 지론이 표현된 여러 수필이 이어집니다. 딱히 내용을 요약할 것도 없이, 한 문장 한 문장이 다 명문입나다. "꽃은 물론 아름답다. 그러나 젊음을 지닌 사람이 훨씬 더 아름답다.(p131)." 우리가 흔히 인터넷에다 헤세의 명언이라며 찾으면 나오는 것들보다, 이 책에 실린 문장 하나하나가 (따로 요약,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더 멋집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보곤 하는 헤세의 사진은 대개 그의 중노년 이후의 모습인데, 아무리 늙은 후의 용모라고 해도, 젊었을 시절 문학청년 같은 신비롭고 스마트한 매력이 거기에서 도저히 유추되질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온통, 이런 여성 저런 소녀들이 계층 지역 불문하고 젊은 시절 헤세에 이끌려 먼저 플러팅하는 이야기 투성이입니다. 이런 분한테도 그런 멋진 청춘이 있었구나 하고 믿는 수밖에 뭐 없습니다. 

인간의 욕망에는 한계가 없으며(p248), 대부분이 부질없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봐도, 어린 수도사 아드소에게 늙은 윌리엄은 "네 나이 때에는 그 불 붙는 듯한 욕망이 얼마나 덧없는지 알 수 없다"고 차분하게 가르칩니다. 하지만 진정한 깨달음은 왜 그리도 늦게 찾아오는 것일까요. 헤세도 이 책 곳곳에서 자신 역시 괜한 욕구, 번민 때문에 시간을 허비했다고 한탄합니다. 우리가 헤세의 작품을 좋이하는 건, 부분적 실패자의 겸허한 고백을 정직하게 경청할 수 있어서도 그 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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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해커스 스포츠지도사 골프 실기 + 구술 5일 완성 - 실기, 구술 시험 한권으로 완성!ㅣ스포츠지도사 2급 무료 동영상 강의
박승준 지음 / 해커스자격증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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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이제 특수 계층만이 즐기는 레저가 아니라 대중들이 두루 도심에서, 가정에서 가벼운 연습을 행하면서 참여할 수 있는, 거의 생활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의 저변이 확산된 만큼, 골프 지도사의 활동 영역, 취업 범위도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기 시험 외에도 실기, 구술 시험을 거쳐야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데, 이 교재는 구술과 실기를 위한 책입니다. 구술 시험은 이론사항을 꼼꼼하게 물어볼 수 있으므로 이론서의 학습이 매우 중요하며, 실기 역시 머리에 바른 이론이 자리해야 올바르게 동작들이 행해질 수 있겠습니다.      

골프는 의외로 규칙이 까다롭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넓은 그린(green) 위에서 별의별 상황이 다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여태 시행착오를 거치며 정립된 모든 규칙이 다 응축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TV중계를 통해서 경기를 볼 때, 어떤 미묘한 상황이 발생하면 카메라가 바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로 초점을 돌립니다. 그러니 규칙 위반에 대한 세부를 잘 살피지 않게 되고, 프로들은 사실 몸에 규칙이 다 배어  있기 때문에 그럴 일도 많지 않을 뿐더러 심판도 그런 이유 때문에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 서투른 이들에게는 그들이 발생시킬 여러 상황을 예비하여 자세한 규칙이 제시될 수밖에 없죠. 

이 교재 p42 이하만 봐도, 홀을 플레이하는 동안 다른 볼로 교체하는 경우, 인플레이를 인정하느냐 아니냐가 꽤 까다롭게 정해져 있습니다. 또 잘못된 볼에 스트로크해서는 안 되는데, 대체 어떤 볼이 잘못된 볼인지도 규정이 자세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위축될 필요도 없는 것이, 실제 플레이를 하다 보면 저런 예외적인 상황도 감각적으로 느낌이 옵니다(그래야만 하겠구나 하고). 운동이란 걸 우리가 순수하게 텍스트로만 배우는 사람은 없지 않겠습니까. 맥락이란 걸 몸으로 배우면 예외 상황까지도 잘 이해됩니다. 

p54를 보면 스트로크의 대원칙이 나옵니다. "볼은, 놓인 그대로 플레이하여야 한다(ball played as it lies)." 이 한마디에 스트로크의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러니 스트로크 순간 볼이 움직였는지 아닌지를 먼저 판정해야 하는데, 움직였을 경우 가장 가능성이 큰 네 가지 원인이 이 책에 나옵니다. 이처럼이나 세부적으로 골프 규정집에 상황들이 서술되었다는 게 놀랍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은 대단히 예외적이며, 실전에서 그리 자주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스포츠지도사라면 바로 이런 예외적인 상황에 대처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심판 노릇이 가능해야 하며, 그래서 이런 디테일까지도 그저 지식 사항으로 머리에만 정리된 게 아니라 현장에서, 혹은 연습 지도시에 바로바로 튀어나와야 하는 것이죠.   

플레이에는 그 플레이어에게 도움이 되거나, 반대로 방해가 되는 무엇이 끼어서는 안 됩니다. p90을 보면 볼 혹은 볼마커가 개별 플레이,플레이어에게 도움 혹은 방해가 되는 경우가 규정됩니다. 이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면, 어떤 추가 조치를 통해 경기를 다시 정상싱황으로 돌려놓을지 자세한 규정이 나옵니다. 혹은, 플레이어에게 일반페널티가 부과되기도 합니다. TV 중계 등 정식 대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한데, p95를 보면 "위험한 동물이 나타났을 경우"까지에도 규정이 나옵니다. 재미있는 건, 선인장이라든가 식물, 정물(靜物)에 대해서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거죠.  

아무리 규칙을 정밀하게 마련해도 그 규칙을 어떻게 해석할지, 규칙의 공백 지점이 있을 경우 기존 규칙을 어떻게 유추적용할지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역시도 레프리가 재정(裁定)할 이슈인데, 그 방법이나 절차에 대해 p111이하에 자세히 나옵니다. 또 요즘은 비디오 자료를 판정에 자주 사용하는데(종목 불문), 이 경우 레프리의 육안 확인 사항은 적용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같은 페이지에 상세하게 나오네요. 

구술 실기 교재는 기출 사항을 층실하게 다루되, 실전에서 예기치 못한 포인트도 가끔은 물어 보므로 교재는 플러스알파가 좀 넉넉하게 나오기는 해야 합니다. 이 책은 필요사항을 최소한으로 간추려 슬림하게 교재를 꾸리되, 이론적 완결성을 위해, 제한된 분량 안에 그래도 비교적 많은 내용을 다뤘다는 점이 믿음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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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해커스 스포츠지도사 수영 실기 + 구술 5일 완성 - 실기, 구술 시험 한권으로 완성!ㅣ스포츠지도사 2급 무료 동영상 강의
이현이 지음 / 해커스자격증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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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재 p8에 잘 나와 있듯, 스포츠지도사 시험은 필기시험, 실기 구술 시험, 연수 및 현장실습의 3단계를 거쳐 시행됩니다. 스포츠지도사 시험, 특히 실기 시험을 처음 치르는 수험생들은 실기 고사장이 어떻게 생겼을지가 궁금할 만한데 p8에 개략적인 구조도가 나옵니다. 필기 시험도 그랬지만 실기도, 1급 시험이 따로 있고, 2급(노인, 유소년), 전문지도사 영역이 따로 있습니다. p9의 표만 보면 두 영역과 내용이 같은 듯 보여도 p59 이하를 보면 어떻게 세부적으로 차이가 나는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수영은 우리 모두가 잘 알듯 자유영, 배영, 평영, 접영, 개인혼영 등 종목이 다양합니다. 개인혼영은 별개의 종목이라기보다, 앞의 네 종목을 섞어서 순서대로 행하는 단계입니다. 교재에도 잘 나오듯 그 순서가 바뀌면 안 됩니다. 접-배-평-자의 순서가 되어야만 합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p30)을 보면 올림픽, 세선, 주니어세선, 경영 월드컵 등의 국제 대회에서 남녀 성별에 따라 어떤 종목이 있는지 거리에 따라 세부적으로 표를 통해 정리했습니다. 얼마 안 있어 파리 올림픽도 열리는 만큼 이 표를 참조해 가며 경기를 관전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물론 이 사항은 시험 현장에서 구술로 시험관이 얼마든지 물어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올림픽이나 세선에 정식 종목으로 추가된 것이 아티스틱 스위밍입니다. 이 종목이야 스포츠지도사 (지망생)들이 실기로 신경쓸 사항은 아니지만, 역시 구술로 체크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피겨, 프리, 테크니컬 루틴 등으로 점수가 매겨진다는 점,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p34를 보면 일반다이빙과 별개로, 하이 다이빙을 2013 바르셀로나 세선에서부터 다른 종목으로 취급한다고 서술됩니다. 하이다이빙 자체는 더 오래된 역사가 있긴 합니다. p35에 기출 문제가 나오는데, 보다시피 개별 사항을 구체적으로 심도 있게 묻는다보기보다는, 광범위한 사항에 대해 물으니, 주요 사항을 빠지지 않게 답하고, 지나친 디테일에 집착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교재에 모범 답안이 나오므로 이를 잘 참조하여 자기화한 답을 하면 무난합니다. 

수영이라고 하면, 영(泳)이라는 글자가 벌써 헤엄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접, 배, 평, 자의 정통 헤엄치기 종목만 떠올리기 쉬운데, 국제 대회에서 치러지는 경기들은 우리가 다들 알듯 훨씬 다양합니다. 그래서 국제수영연맹은 프랑스어로 natation(책 p46을 보면 natacion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스페인어입니다)이란 "수영"이란 개념을 더 확장하여, 아쿠아틱스라고 개칭합니다. 이렇게 하면, 좁은 의미의 수영뿐 아니라 모든 수상 경기를 다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런 명칭이 사용되겠으므로 우리가 알아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p46을 보면 국제규격에서 정하는 수영장의 정확한 표준이 그림과 함께 나옵니다. 경기규칙, 연령배분 기준도 함께 나옵니다. 한때 전신수영복이 스포츠맨십 위반이라 하여 논란이 크게 일었는데, p48을 보면 경기복, 기타 착용 가능 의류에 대한 규정이 있습니다. 이어 수영의 기본 네 개 패턴, 혼영(medley)이 소개됩니다. p51을 보면 반환심판이라는 말이 있는데, 반환점에 자리하여 판정을 하는 심판들을 그리 부른다고 합니다. 심판이 보는 눈은 일반인들이 TV 중계 화면을 통해 어렴풋이 포착하는 것보다 훨씬 예리하며 당해 동작뿐 아니라 그 전후 맥락까지 함께 살피므로 그 전문성이 존중될 필요가 있습니다. 

p66, 즉 파트 3부터 실기 시험 준비 파트가 시작됩니다. 물론 실기이니만큼 실습을 통해 몸에 익힐 부분이기는 하나, 이론서를 통해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을 필요성도 있습니다. p67을 보면 엔트리(물에 들어간디는 뜻. 입수. 入水), 푸시, 캐치, 풀, 피니시, 리커버리의 순서가 설명됩니다. 물론 현장에서 몸으로 체득되어야 하나, 이렇게 이론적으로 선명하게 짚어 주는 게 동작을 정확하게 행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교재 후반부에는 최근('18~'23) 5개년간의 기출문제가 모두 수록되었는데 특히 반환심판, 게시심판 등에 대해 자세히 물었던 연도, 심판의 자격 취득에 대한 질문 등이 눈에 띕니다. 모든 시험은 기출풀이만큼 확실하게 그 경향성을 알려 주는 자료가 따로 없으므로 이 대목을 특히 주의해서 봐 둬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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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어 Chair - 혁신적인 의자 디자인 500
파이돈 편집부 지음, 장주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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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그저 모양만 예쁘게 뽑는 과정이 아니라, 기능성을 그 안에 내포합니다. 멋지게 고안된 디자인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그저 겉모습이 멋져서가 아니라, 그 겉모습 안에 들어 있을 것 같은, 발휘될 것 같은 기능성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란 매우 실리적이고 타산적인 동물입니다. 예쁘기만 하다고 좋아할 리 없고, 그 예쁨이 나한테 안겨줄 수 있는 (잠재적인) 효용과 이익에 마음 설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의자란, 본래 다른 가구들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아주 단순한 기능을 수행할 뿐이었으나, 경제가 윤택해지고 문명이 고도화됨에 따라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진화하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이 책은 그런 의자가 근현대에 어떤 모습으로까지 발전했는지를, 미려한 사진들과 함께 다룹니다. 사진 한 장이 백 마디의 텍스트를 대신하기도 하는데, 이 책에 실린 의자들의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정말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돕습니다. 어떤 의자는 의자라기보다 한 점의 예술작품, 공예품 같아, 거기 앉기가 꺼려지는 마음이 들 정도인가 하면, 다른 의자들은 눈으로 보기만 해도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릴 듯 안온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산업디자인은 현장의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의 무수한 고민이 녹아드는 영역이며, 그 치열한 고민의 산물을 빚어내는 워크숍이라고 하겠습니다. 

p68을 보면 과연 이 조형물이 의자인지, 아니면 어떤 해양 도시의 랜드마크를 미니어처화한 작품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제목은 그저 소박하게 "나무의자"라고만 붙었습니다. 마치 마르셀 뒤샹의 (철물점에서 흔히 취급하는) 변기가 "분수"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것처럼, 이 조형물에도 어떤 다른 심오한 의의가 저 3차원 모양새 안에 들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려면, 일단 몸부터 깨끗이 씻은 후이거나, 아니면 저 좁은 곡면으로 몸이 쏙 포함되게끔 체형부터 날씬하게 관리를 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다만, 설정각이 굉장히 넓은 편이라, 길게도 뻗은 등받이에 몸을 의지하면 피로가 확실하게 풀릴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 책 서두에 알려주었듯, 디자이너의 이름이 굵은 글씨로 표기되었고, 다른 부수적인 이름들은 제조사를 표시한 것입니다. 비록 계약관계의 변동 때문에 제조사는 바뀌어도, 최초 디자인을 세상에 내어놓은 디자이너의 이름은 영원히 남는다는 점 다시 확인할 수 있죠. p172를 보면 세키테이 의자가 나오는데, 앙상한 뼈대만으로 담백한 느낌을 주지만 사실 저 튼튼한 프레임 안에 어느 사람이라도 자신의 몸을 마음놓고 맡길 수 있게, 어떤 듬직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역시 명품임을 실감케 합니다. 앞트임만 없으면 마치 아기가 눕거나 몸을 뒤집을 수 있는 크립(crib)처럼으로도 보입니다.  

바실리 의자(p212)는 마치 역 대합실이나 병원 대기실에 비치되었을 법한 모양새이지만 길이가 짧고 팔걸이가 좁게 배치되어, 누구라도 이 의자가 한 사람만을 위한 것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역시 최소한의 장식과 프레임만으로 그 용도를 잘 구현한, 명품의 디자인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이 의자에서 눈여겨본 부분은 그 색상입니다. 땅에 머물러 있지만 지향만은 하늘을 향한다는 디자이너의 야심이 저런 색상으로 표현되지 않았나 짐작합니다. 이 두꺼운 책에 수록된 의자들은 탄생 후 40년 이상 지난 것도 있지만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도 있어서, 오래된 명품은 왜 그 긴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았는지(최근까지 출시된다는 건 그만큼 현대 소비자의 취향까지 만족시킨다는 뜻입니다), 또 최근의 상품들이라면 왜 이런 디자인이 동시대인들에게 간택되는지 그 이유를 독자 앞에 자랑스럽게 내세운다고 하겠습니다. 

p492를 보면 등받이가 원통형으로 붙었습니다. 역시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물론 원통형 등받이는 이 작품이 처음인 것도 아니고 예전부터 있었습니다만, 저런 길이, 또 직경, 비율의 원통이 저 지점에서 등받이로 쓰이는 건  보는 이에게 생경감까지 줍니다. 다만 그 생경감이 생경감으로 그치지 않고, 전에 마주하지 못했던 안락함과 반가움을 선사한다는 게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의 고된 일을 마치고 우리를 반겨 주는 건 의자라는 가구입니다. 이 가구가 가구를 넘어, 심미적인 만족감과 각성까지 전달하는 게 이런 명품들의 공통점입니다. 평소에 의자라는 가구를 예사롭게 봤던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 하다못해 자신의 집에 아무렇게나 놓인 낡은 의자조차 새로운 눈으로 보게 만들 멋진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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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베트남 - 최고의 베트남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24~’25 프렌즈 Friends 14
안진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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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여행 주제 최고의 전문가인 안진헌 선생 작품입니다. 이 베트남 편도 여태 여러 개정판이 나왔으며 바로 작년판도 나왔었고 제가 '23년 5월초에 리뷰했었습니다. 베트남도 근년 들어 한국인 방문객 수가 급증하는 나라이며 변화가 매우 빠르므로 여행서도 당연히 최신 서적이 필요하겠습니다. 

베트남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하천이 바로 메콩강입니다. 이 강은 세계적으로 메콩 강이라 알려졌고 베트남에서도 그리 부르지만 태국 등에서는 다르게 일컫기도 합니다. p170에서는 이 메콩강 유역의 여러 섬들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다 알듯 베트남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걸쳐 프랑스의 식민지였는데 그런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기독교와 불교를 혼합한 다오즈아라는 종교가 콘터이썬 섬에서 탄생했으며, 이 섬의 특산물인 코코넛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니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처럼 안진헌 저자의 책에는 인문, 역사에 대한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많이 실려서 여행자에게 유익합니다. 

무이네 해변도 요즘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명소입니다. p215를 보면 빅토리아 판티엣 리조트가 소개되는데, 무이네를 찾은 한국인들이 갔다와서 자주 언급하는 곳이기도 하죠. 뜬금없이 왜 이름에 "빅토리아"가 붙었는지 궁금할 수 있는데 지역을 가리키는 고유한 이름은 판티엣(潘切. 반절)이며, 빅토리아 호텔 리조트 체인이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베트남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곳곳에 이런 시설을 운영 중입니다. p214에 나오듯이 사이공 체인(프랜차이즈)이 베트남 남부에서만 사업하는 건 아니지만, 여튼 여기 무이네 비치는 사이공(현 호치민 시)에서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阮. 완) 다이내스티는 최대 판도를 장악했었는데, 비슷한 시기 한반도의 조선은 철저한 사대 스탠스였지만 저 왕조는 외왕내제 성격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군주 바오다이(p246. 保大. 보대)도 저 나라 안에서뿐 아니라 서양에도 "황제"로 알려진 게 독특합니다. 물론 한반도에서와는 달리, 베트남은 특히 남부에 매우 이질적인 종족, 문명들이 근세까지 여전히 자리했었으므로 이들을 정복, 통합하는 과정이 그들 입장에서는 제국의 행보로 인식될 수도 있었겠습니다. 흑백 사진 속에 양복을 갖춰 입은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저 뒤 p401에는 리타이또 황제 동상이 나옵니다. 한자로 쓰면 이태조(李太祖)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프렌즈 다낭 편을 리뷰했었는데 그 책 p163에도 호이안이라는 지명에 대한 안진헌 작가의 재미있고 자세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 책에도 p263에 비슷한 사술이 나오는데, 다낭이 베트남에 포함된 지역이며(호이안은 다낭 근처에 있습니다), 또 저자가 같다 보니 이런 부분도 있습니다. 임읍, 참파 모두 베트남 지역에 있었던 왕국 이름인데, 아마 우리들도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이런 명칭들이 나왔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프렌즈 시리즈의 최고 장점인, 미려한 지도가 여기서도 돋보이는데, 껌탄, 올드타운 일대를 다룬 지도가 일품입니다. 

한국인들이 장난삼아 "내 아들"이라고도 부르는 미썬에 대한 소개가 p292 이하에 나옵니다. 지역이 지역이다 보니 참파 왕국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설명이 너무 좋아서 역사, 인문 교재로 써도 뭐 손색이 없겠다 싶습니다. 후에, 다낭 등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나오며(여기에 관심 있는 분들은 같은 저자가 쓴 독립적인 책들, 다낭 편을 따로 찾아 읽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책 후반부에는 하노이 등 베트남 북부에 대한 멋진 소개가 이어집니다. 책의 구성은 그러니까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 셈입니다. 

p400에 응옥선 사당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옆에 한자로도 표기가 나오는데 옥선(玉仙)입니다. 옥(玉)이라는 글자를 베트남식으로 읽어 "응옥"이 됩니다. 연구개비음(velar nasal)은 우리말에서는 어두, 초성에 오지 않기 때문에 저런 어색한 표기가 됩니다만, 이처럼 다른 나라 말에서는 종종 나타나며 도쿄 방언에서도 간혹 발생합니다. 베트남이나 우리나 외세에 대항하여 싸운 긴 역사가 있기에 이런 문화유산이 곳곳에 간직되며, 책에도 나오듯 이런 곳을 방문할 때에는 복장 등에 특히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베트남도 한국처럼 유교와 불교의 흔적이 국토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한국도 오랜 수도 서울에 유교식 사당도 있고 불교 사찰도 있듯이, 베트남의 수도 근방 닝빙에도 이런 곳들이 잘 보전되어 후손들과 관광객들을 맞습니다. p455 이하에 그런 멋진 명소들이 깨끗한 사진과 함께 설명되는데 이런 곳을 볼수록 베트남에 대한 친근감이 더욱 커지는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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