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프레임 - 우리는 왜 가짜에 더 끌리는가
샌더 밴 데어 린덴 지음, 문희경 옮김 / 세계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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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본디 너무도 복잡한 것이어서 우리는 어떤 인식의 틀을 먼저 마련해야만 이해의 첫발을 디딜 수 있습니다. 만약 인식의 기초가 되는 어떤 틀이 없다면, 분명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게 있어도 우리의 두뇌와 감정은 쏟아지는 정보 속에 온통 혼란에 빠져들고 말 것입니다. 프레임(frame)이란 그래서 우리의 정신 작용을 돕는 친구에 가까우며, 아무리 낮추어 평가한다고 해도 차악(次惡) 이상의 존재는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세계 각국에서 특히 정치 양극화 추세가 고조됨에 따라, 각 진영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 프레임을 짜서 대중 사이에 더 널리 퍼뜨리려는 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른바 주객전도, 꼬리가 개를 흔드는 현상(wag the dog)이 일상화했다는 점입니다. 정치인들은 더 이상 유권자들에게 (형식적으로라도) 진실과 정의로 접근, 어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아예 대놓고서 누가 더 듣기 그럴싸한 프레임이나 사탕발림을 내세울 수 있는지만을 경쟁하는 듯합니다. 만약 저런 가증스러운 노력을 두고 "잘 설득하는 법"이라며 포장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책, 반 데어 린덴 캠브리지 교수가 쓴 이 책은, "나쁜 설득에 안 넘어가는 법"을 우리 독자에게 가르치는 멋진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40을 보면 진실 착각 효과(illusory truth effect)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어떤 말을 진실 혹은 거짓이라고 판별할 때, 그 진위를 이치와 논리에 따라 분석하기보다는, 그 말을 얼마나 주변에서 자주 들었냐를 두고 결정하는 (잘못된)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쓰디쓴 모순, 역설 혹은 부조리는, 우리 역시 경험칙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수긍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개인의 신조에 명백히 반하는 거북한 명제, 혹은 누구라도 반대할 만한 거짓이라 해도, 여튼 우리 주변에서 매우 자주 들린다면, 우리는 어느새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이 새롭게 강력하게 대두한 명제를 참으로 믿어 버립니다. 어떤 특정 정치인들이 일 잘하고 유능한가? 처음에는 아니라고 강력하게 거부했다가도, 주변에 그에 설득(세뇌)당한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 대세가 되어버렸다면, 이젠 나도 무의식중에 그 세뇌사항에 굴복해 버리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과거와는 달리 고등교육을 널리 받고, 특정 정보의 진위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 게 요즘입니다. 헌데 어떻게 된 게, 근거없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더 늘어난 게 또한 팩트입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1960년대에 법무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의 아들인 프랜시스 케네디 주니어가, 근거없는 음모론 수준의 허황된 주장을 하여 인기를 얻는 등 반지성주의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여 우려를 샀습니다. 이 책 p93을 보면, 음모론을 즐겨 퍼뜨리는 사람들의 언어에는 어떤 독특한 패턴이 발견되는데, 그 중 하나가 감정 중에서도 분노에 의존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방법은, 차분한 설득이나 교육이 아니라 그의 분노 포인트를 자극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9세기 미국 노예폐지론자 소저너 트루스는 "진실은 힘이 강하며, 나중에라도 반드시 승리한다."는 명언을 남긴 적 있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결국은 노예제가 폐지되었고, 20세기에는 마틴 루서 킹 같은 위대한 민권운동가가 등장하여 유색인종의 권리가 더욱 확충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제2부의 제목은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거짓은 힘이 세다"입니다. 본래 사람은 거짓을 억지로 꾸며내기 어려운 존재이며,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내는 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갖가지 거짓을 설계하고 이를 널리 파급하는 기술이 발전하여, 오히려 "거짓은 힘이 세다" 같은 역설적인 명제가 진실인 양, 씁쓸한 맥락에서 저리 쓰이게 된 것입니다.    

벡신이 다양한 질병으로부터 인체를 지켜주고 집단면역을 형성하여, 그 결과 특정 전염병의 경우 지상에서 완전히 소멸한 건 오로지 인류의 빛나는 지혜가 일궈낸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21세기인 지금 백신의 유해성, 딥스테이트가 고의로 퍼뜨리는 인류 복속의 수단 등 터무니없는 프레임이 씌워지고, 이것이 대중 사이에 제법 세력을 얻고 확산됨을 우리는 압니다. 이런 반지성주의의 발호를 멈추지 못하면, 10년 안에 백신 반대 담론이 소셜미디어 페*스북을 완전히 (진실인 양) 점령하리라고 저자는 말합니다(p199). 

이 책은 서두에서부터 반지성주의, 선동, 음모론 세뇌 등을 하나의 질병이나 바이러스로 보는 듯한 표현을 자주 구사했습니다. 사람의 정상적인 신체 기능이나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현상만 병이 아니라, 올바르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이성을 파괴하는 것도 하나의 병으로 보고, 어떻게 하면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행여 나쁜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자발적으로 반지성주의의 함정에서 빠져나올지 그 방법을 제3부에서 제시합니다. 보다 강력해진 세뇌에 효과적으로 저항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실천적으로 제시하는 제3부가 이 책의 압권이며, 이성적 논리적 사고에 평소에 자신있어하던 독자라고 해도 한번 정독할 가치가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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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시대의 토지 쇼핑 - 아파트가 가고 땅이 온다 천기누설 토지투자 13
이인수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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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가 내려앉은 후 나라 전체에 큰 우려가 일었습니다. 우선 젊은 세대는 다서 무리를 해서라도, 여태 마련해 둔 저축분에 더해 대출까지 보태어(이른바 영끌) 내 집부터 일단 마련하고 보자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또 나이 든 은퇴 세대는, 자산으로 지닌 집 한 채를 담보 삼아 이런저런 대출을 끼고 사는 경우가 꽤 되는데... 만약 집값이 단기간에 폭등했다가 그 거품이 꺼지면, 이 두 세대의 삶이 모두 지옥으로 치닫는 것입니다. 일본도 이런 과정을 거쳐 잃어버린 30년을 맞았는데, 그나마 일본은 포트폴리오의 구성 요소가 다양했고 기본 체질이 튼튼했었습니다. 한국은 펀더멘털이 그렇게 튼튼하지 못해, 저런 일이 일어나면 어떤 파국적 결과를 맞을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지난 고도 성장기 한국을 버티게 한 굳건한 믿음은 이른바 부동산 불패 신화였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쓴 이인수 코랜드연구소장은 이제 부동산 중에서도 아파트는 더이상 그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어려우며, 아파트의 자리를 "땅, 대지"가 대신하리라는 전망을 내놓습니다. 실제로 근현대 들어 미국이나 서유럽에서 부동산이라고 하면 경제학이든 부동산학에서든 토지 그 자체에 훨씬 주목하는 게 보통이었고, 대지위에 얹혀진 하나의 옵션일 뿐인, 집, 그리고 집 중에서도 현금화와 표준화가 훨씬 쉬운 아파트에 대해 이렇게나 모든 주의가 집중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시피합니다. 그러나 이제 분양가상한제, 과잉공급 등으로 아파트 불패 신화에 균열이 생기고부터는, 원칙적으로 지상의 부착물일 뿐인 아파트보다는 토지 자체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의미심장합니다. 

요즘은 특정 지역의 경제활성도나 가능성을 체크할 때 GRDP라는 지표에 눈을 돌리기도 합니다. p83에도 설명이 잘 나오듯 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의 약자인데, 저자께서도 그리 설명하듯, 원래 있던 GDP라는 개념에다 지역(region)이라는 속성만 살짝 붙였을 뿐입니다. 저자가 GRDP를 언급하는 이유는, 과연 어떤 지역이 앞으로 유망한 투자 가능성을 지녔는지를 체크할 때 가장 직관적인 지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 나온 수치를 잠시 인용하자면, 한국 각 지방 전체의 GRDP(따라서 한국의 GDP)는 1731조이며, 서올, 경기도, 인천의 GRDP는 870조 정도로 절반에 가깝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화성의 경우 경기도내 1위이며, 맥킨지 선정 유망 투자 도시로도 꼽혔다고 하네요. 이런 각종 경제 지표는 포털 사이트 네*버 등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도 덧붙입니다.    

"토지투자를 결정할 때 거리는 아주 중요하다.(p125)" 이때 거리는 지도상에서 두 지점을 직선으로 이었을 때 산출되는 믈리적 거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어떤 교통 인프라에 의해 연결되어 얼마나 짧은 시간 동안에 다녀올 수 있는지가 더 우선순위 높은 고려 요소라고 하겠습니다. 요즘은 행정구역상의 (공식) 명칭보다 부동산 가치를 더 잘 반영하는 통칭이 더 널리 쓰이는데, 예를 들어 화성시가 종전보다 훨씬 더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해당 시 자체의 역량보다, 그 구성 요소인 동탄 여러 동 일대의 가치 때문입니다. 성남이나 고양, 용인도, 이에 포함된 분당, 판교, 일산, 수지 등의 중요도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반면, 부천에 포함된 중동, 안산에 포함된 고잔 등은 소속 시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리기에 역부족임이 드러났다는 게 독자인 제 생각입니다. 책에서는 김해 일대에 생긴 장유신도시가, 창원터널 덕분에 창원시에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 예를 듭니다.  

이탈리아 북동부의 작은 도시 베네치아는 구성원들의 남다른 근면성, 창의력, 혁신의지와 도전정신으로 중근세 수백 년 동안 지중해 일대에서 큰 세력을 형성했었습니다. 이 도시의 특징은 지중해와 유럽 내륙을 잇는 핵심적인 지정학적 중요성을 지녔었고, 아예 도시 자체가 수로로 긴밀하게 연결되었던 사실인데, 저자는 p176에서 앞으로 미래도시에서 번영하는 부동산 입지는 "친수(親水)구역 워터프론트(waterfront)"라고 내다봅니다. 수변(水邊)공간은 일단 도시 내 거주지로서 탁월한 뷰(view)를 끼고 있을 뿐 아니라, 교통 측면에서도 새로운 이동 수단의 등장과 더불어 메리트를 갖게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저자는 택지 개발에 있어 이른바 강소(强小)택지 투자 트렌드(p188)가 대세가 될 것을 예측하는데, 그 핵심은 세컨 하우스 옵션, 여유있는 자금계획(설계 후 추가금 발생 대비), 집 본체보다 정원과 텃밭 등의 중요성 대두 등을 짚습니다. 현재의 닭장 같은 아파트 위주로 짜여진 포트폴리오하고는 근본의 관점부터가 다르다는 걸 눈치챌 수 있는데, 저자만의 차별화한 인사이트가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장기 투자 비전을 물색하는 이들에게 무척 유익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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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게 반짝이는 별 하나
이도하 지음 / 마음시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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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하 시인의 작품을 읽고 나면, 항상 선물처럼 우리 독자들에게 초심을 도로 가져다 주는 느낌입니다. 사람에게 초심이 언제나 유지된다면 이 세상에 못 이룰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나를 설레게 했던 그 어린 여성에게 차음의 설렘이 이어진다면 목청 높여 싸우지도 않을 테고, 예술가가 처음의 영감(靈感. inspiration)을 계속 솟게만 할 수 있다면 그는 결코 독자와 팬, 후원자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불면의 밤을 지새다 보면 내 지나온 길이 뚜렷이 보인다(p21)." 이처럼 잠이 오지 않게 밤이 새워진다는 건, 그만큼 나 자신에 대한 회의, 혐오, 불안, 분노로 내 감정이 빈틈없이 채워졌다는 뜻입니다. 이런 혼란한 감정이 만수위로 차오르면, 나 자신의 지난 부끄럽고 서투른 과거도 파노라마처럼 눈 앞을 지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별은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다(p28)."  시인은 지금도 부친께 그 작품을 메일(전자우편)로 보낸다고 하십니다. 부모님이 정성껏 키워주신 자녀가 이만큼이나 장성하여,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혹은 풍랑 가득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아름답고 훌륭한 작품을 쓰고 있음을 확인하는 소통... 제3자가 보아도 뭔가 마음이 흐뭇해지고 뭔가가 뿌듯이 차오르는 듯합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부모님이 나를 챙겨 주고 달래 주었으면 하는 어린이의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도심 근린공원 어느 한구석이라면 시민들이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이 인위적으로 조성되곤 하는데,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마음의 어느 틈엔가는 이처럼 비포장도로 같은 곳이 있고, 많은 이들은 의도적으로 자신 속에 그런 곳을 남겨 둡니다. 개성과 취향이 천차만별이라도, 사람은 결국 누군가의 아들딸이며 마음의 텃밭을 가꾸려는 의도는 서로들 닮았습니다. 

마지막 잎새라고 하면 많은 이들은 O 헨리의 그 유명한 작품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창 밖으로 보이는 마지막 잎새들을 통해, 예전에 헤어졌던 그 사람을 다시 반추합니다. "바람이 오기 전부터 슬픔이 출렁거렸다. 떨어진다는 것이 무서워, 너를 떠나 사라진다는 게..." 사람은 생명을 갖고 태어나 활기차게 한 세상을 살다가 주어진 엔진의 동력이 다 떨어지면 슬프게도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게 정해진 운명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명을 마치기 전에도, 예컨대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거나 할 때, 그 사람으로부터 잊혀지고, 혹은 지난시절의 달콤했던 기억이 모두 무(無)로 화하거나 할 때, 아마도 우리는 작은 죽음을 맞이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별과 관계의 파탄을 예고하는 작은 바람소리조차 무서운 건 다 그 때문입니다.   

류시화 시인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고 한 적 있습니다. p58에서 이도하 시인은 다소 결이 다른 그리음을 말합니다. "사랑이란 그 존재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인데, 가까워질수록 당신이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여기서 시인이 말하는 그리움이나 사랑은, 이미 시인이 밝혔듯 내 존재의 정당성이나 뿌리를 더 단단히 다져 준, 풍성한 자양분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 그런 의미가 아니고, 마치 에뤼식톤 왕의 식탐처럼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자기파괴 기제의 일환일 뿐입니다. <정말로 그게 맞냐고 묻는다면>에서 주제가 된 사랑은, 이미 만족함을 알고 적정선에서 멈출 줄을 아는 사랑, 나보다 상대를 더 앞세우는 사랑이기에 겸손하고 온유합니다. 못나고 추한 늙은 짐승의 욕정과는 아주 다릅니다. 

"나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p86)." 이처럼 사랑과 절제, 애착과 배려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정신이라면, 설령 일시적으로 어떤 격정이 마음의 거울 표면에 파문을 일으켰다 해도 오래지 않아 바른 평정을 회복합니다. 또 행여 외부로부터 어떤 건강치 못한 자극이 닥쳐도, 이내 바른 지향을 찾으리라는 다짐이 내면의 근원으로부터 지시를 내립니다. 깨끗하고 도덕적인, 명경지수와도 같은 심성은, 외부로부터의 타락 그 유인에 대해서는 대나무처럼 꼿꼿하게 저항하면서도, 나의 정신을 더 올곧게, 더 알차게 고양할 수 있는 자양의 섭취, 교류, 소통에 대해서는 또 대지를 움트고 나오는 새싹의 순처럼 부드럽습니다(p126). 아름다운 사람과 자연이 만나 더 누리를 풍요롭게, 평화롭게 가꾸려는 호흡과 기운이 시어(詩語)에 녹아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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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산다는 것 - 나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철학수업
박은미 지음 / 초록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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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나도 모른다는 말도 있지만, 이성적으로는 이쪽으로 마음이 흐르면 안 된다는 점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어쩔 수 없이 나의 그 마음에 지고 마는 일이 많습니다. 저자께서는 이런 내 마음의 미묘한 기제에 대해, "내 마음이 왜 그러는지를 모른다고 해서, 내 마음이 그러는 이유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p61)."라고 하십니다. 이 마음은 참 교활하게도, 혹 객관적인 잘못이 자신에게 있는 경우에조차, 남한테로 교묘하게 잘못을 떠넘기는 합리화를 예사로 일삼는다고 합니다. 사람인 이상 언제나 귀책, 귀인을 내게로 향하게는 못 합니다. 남 탓도 때로는 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입니다. 그런데 어떤 모자란 사람은, 매번 모든 게 남탓입니다. 이런 사람과는 우리가 상종을 못하겠다 싶어 관계를 끊게 되죠. 이런 사람보다 더 최악이 있다면, 권력 관계의 강약을 살펴 가며 선택적으로 남탓을 하는 인간입니다. 자라난 환경이 나쁘고 천성이 사악하다 보니 저런 행동을 하면서도 뭐가 잘못인지 모릅니다.     

"갈등할 때는 원 정서를 인식하라(p90)." 심리학에 원래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예로 드는것은, "남편이 늦게 들어온다고 화가 잔뜩 나서 싸우려는 아내"입니다. 이런 사람은 사실 싸우려는 게 진짜 의도가 아니라 남편과 함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려는 게 원 정서이니, 남편 되는 분이라면 조용하게 그 아내분애게 말을 걸고 상처를 달래 주는 게 좋겠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본인 혼자서 일방적인 기대를 걸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다가, 그 한심하고 더러운 욕구가 충족되지 않자, 상대가 변했느니 어쩌니 하며 당치도 않은 프레임을 씌우려 드는 경우입니다. 태생이 천하고 구제불능의 자기중심성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니, 빨리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겠습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 참된 적성에 맞는 일" 사이에서 크게 방황합니다. 이 두 가지가 일치하는 경우라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만, 현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매우 멉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저자는 특히 p123에서 아주 예리한 지적을 합니다. 의사는 사실 알고 보면 매우 극단적인, 처참한 상황에서 남들이 가장 꺼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많은 학생들이 이런 일에 대한 적성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의사가 받는 "사회적 인정(p123, p257)"만을 부러워하여 그 직종을 선망하는 중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사실 이처럼, 자기 객관화가 선행되지 않은 채 멋대로 사회를 관찰하고, 자기 자신의 능력과 비전에 대해서도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습니다. 이렇게 출발점이 잘못되면 결국,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자신의 삶을 그르치게 됩니다. 나이 들어서도 그 나이에 어울리는 성숙함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헛된 망상과 허풍, 허세 따위로 남들에게 비웃음, 경멸이나 당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인지부조화가 일상이 되어 버리니, 보면 언제나 화가 나 있는 게 보통입니다. 대체 왜 분노가 일상이 되어 버렸는지 스스로를 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는 나를 낳아 준 고마운 분입니다. 그러나 부모 역시 인간일 뿐이며, 따라서 사람이면 누구라도 가질 수밖에 없는 어떤 약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녀들은, 거꾸로 부모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게도 됩니다. 자신들도 그 나이에 그 이상의 인격적 완성을 이룰 자신이 없으면서, 부모에게만 지나치게 이런저런 미덕을 요구하는 건 아주 무책임하며, 이중성이나 위선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것뿐이면 그나마 괜찮은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실패나 좌절, 부족함을 부모 탓으로 돌리기(p165)도 합니다. 자신의 실패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잘못일 뿐인데, 낳아 주신 부모 탓을 한다니 정말 대책없는 불성실, 뻔뻔함, 나아가 패륜의 소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반대로 양육자가 자존감이 낮으면, 자녀에게서도 일일이 흠을 잡고 아이를 들들 볶습니다. 이래서 부모 노릇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나오나 봅니다. 

살면서 가장 미숙한 사람은, "이러이러한 사람도 있는데 난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같이, 끝없는 자기 합리화를 하려 드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무서운 건, 뻔뻔스럽게 남한테 해코지를 하면서도 "누구누구가 나한테 한 짓에 비교하면 이 정도야 뭐"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는 것입니다. 권리금, 전세보증금 등을 떼어먹고도 여전히 자신이 남에게 뭘 베푼다고 망상에 잠기며 혼자만의 연극에 몰두합니다. p213에서는, 나 자신으로부터 숨기는 게 많은 이일수록 남에게서 흠을 찾으며 그를 외면, 도피하려는 이런 사람들의 비틀린 심리를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남의 이야기도 함부로 들어주면 안 되는 게, 이런 사람들은 한번 호의를 베풀면 한도끝도 없습니다. 이야기를 안 들어주면, 상대의 마음이 변했다고 마치 자신이 사기라도 당한 양 생떼를 쓰고 추태를 부립니다. p278에서 저자는, 진짜 나와 가짜 나(페르소나)를 잘 분별하여, 집착을 할 필요가 없는 가짜 나를 고집함으써 받는 상처를 현명하게 다룰 것을 독자에게 제안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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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지음 / 해커스경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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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공무원 채용시험, 또 간부승진시험은 타 공무원 직렬 시험과 다른 고유의 특징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이 분야는 유명한 전문가 쌤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김대환쌤이 또 대세입니다. 학생들로부터 갓대환이라고도 불리는 그의 교재 중 1000제 풀이를 통해 2차 시험 마무리를 다지는 책입니다. 판형은 조금 큰 편입니다. "형사법"이므로 그 범위는, 형법총-각론은 물론 형사소송법에서 수사, 증거 파트, 그리고 종합사례문제 등 모두 다섯 파트입니다. 

이 시험 형사법 문제들은 4지택일형이긴 하나 선지들의 길이가 길고, 함정이 다소 까다롭게 숨겨진 편이므로 공부를 꼼꼼하게 해야 실수가 없습니다. 또 원래부터, 형사법 분야가 (판례 말고) 이론상의 개념들이 이해하기에 매우 어려운 것들입니다. 한국의 형사법이 원래 독일 것을 계수했기 때문에, 독일 사유 특유의 난해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요즘 김대환쌤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어려운 개념들을, 최대한 쉽게 풀어 주는 그 강의력에도 한 비결이 있습니다. 

p107의 207번 문제를 보면 그 내용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우선 살인죄에만(다른 예는 내란죄) 예비, 음모까지도 처벌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형사법 태도에 대해서는 수험생들이 다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명백하게 반사회적, 불법인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건에서도, 일단 기망 수 금품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할까요? 사기죄의 이론 구성(학설)도 통설의 태도가 그러하며, 판례도 예를 들어 매춘부의 화대에 대란한 사건에서 성매수자가 돈을 주지 않은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답은 ④입니다. 실제 이 문제에서와 같은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죄수론은 특히 초보자들에게 상당히 어려운 분야입니다. <사랑과 전쟁> 같은 드라마를 보면 간통죄의 경우 간통행위 하나하나마다 별개의 죄가 성립한다는 점 때문에 코믹 요소가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또 모 당대표가 연루되었다고 소문이 파다했던 어느 사건의 경우 어디까지를 포괄일죄로 볼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인 적 있습니다. 이처럼 죄수론은, 언제를 기수, 미수의 기준점으로 볼 것인가, 공소시효 만료점은 언제인가 등을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제 총론을 마치고 각론으로 들어가면, p173 12번의 경우 옳은 것을 모두 고르게 하는 유형입니다. 이 문제의 경우 저 네 가지 선지들 중 옳은 것은 모두 다입니다. 사실 ㉠의 경우 누가 봐도, 이것이 상해치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주 나쁜 사람이네요. 나아가 이 정도로 나쁜 인간이면, 상해치사를 넘어 아예 살인죄에 해당한다고도 여길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판례의 태도는 그 정도에 이르는 건 아니고, 또 사리적으로 생각해 봐도 임부를 타격한 순간 살인의 고의까지 있었겠다고는 좀 추론하기가 어렵습니다. 

p183을 보면 33번의 경우 체포와감금의죄에 대해 묻습니다. 답은 ④인데 사실 조금만 이 분야에 대해 지식이 있어도 답이 ④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판례는 "자유의 박탈이 반드시 전면적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문언에서 이 태도를 명확히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선지 ④는 그 문언을 아주 조금만 바꿔 다소 억지로 지문을 구성한 티가 나므로, 수험생들은 어렵지 않게 답을 고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문제는 예전부터 형사법 교재에 자주 나오던 문항이기도 합니다. 

p270의 203번 문제를 보면, 이 역시도 기존 판례의 태도를 살짝만 바꾼 것이므로 공부를 좀 한 수험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답을 고를 수 있습니다. 답은 ③인데, 사실 장물알선죄나 장물죄 전반의 구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해도, "매수인에게 이를 전달하려다 매수인을 만나기도 전에 체포되었"다면, 문외한이라고 해도 이 자한테 과연 (장물알선죄의) 기수가 성립하겠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법리 이전에, 일반 상식에 비추어서라도 답은 ③이겠습니다. 이처럼, 아무리 어려워보이는 형사법이라 해도 차분히 그 이치를 따지면 결국은 그 정복이 가능합니다. 

내용이 알찬 지문 구성이 많고, 김대환쌤 특유의 실전 감각이 잘 살아 있는 문제들이라서 한 문제만 풀어도 문제 대여섯 개 푼 효과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해설이 좀 더 첨가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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