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튀르키예(터키) - 최고의 튀르키예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2024~2025년 개정판 프렌즈 Friends 7
주종원.채미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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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튀르키예로 바뀌고 나서 두번째로 나온 개정판입니다. 요즘은 튀르키예 현지로 가도 사람들이 튀르키예라고 정정해 주기도 한다는군요. 어떤 나라건 수 년 전의 사정이 그대로 유지되기는 드물고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변화가 심합니다. 그래서 어떤 나라를 찾을 때는 최신의 사정이 업데이트된 책을 보는 게 중요하며, 프렌즈 시리즈가 이처럼 개정판이 자주 나오는 건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렌즈 시리즈가 언제나 그렇듯 그 나라의 특징적인 음식이 상세하게 소개됩니다. 튀르키예 하면 누구라도 케밥을 쉽게 떠올릴 것입니다. 이 책 p45 이하에는 케밥의 종류만 일곱 가지가 사진과 함께 소개됩니다. 책에도 설명이 나오지만 케밥은 고기류를 구워서 만듭니다. 이런 유래에 대해 책에서는 유목 민족의 전통으로 추정합니다. 우리도 잘 알듯 튀르키예는 돌궐족의 후예를 스스로 칭합니다. 그러나 돌궐 전통과는 별개로, 아나톨리아에 정착한 수백 년 동안은 선주민에 동화하여 이슬람을 신봉했기 때문에 케밥에는 돼지고기가 재료로 포함되지 않습니다. 웬만해선 육식 재료에 돈육이 빠지지 않는 한국이나 중국(사실 다른 문명권도 마찬가지입니다만)의 취향에 비추어서는 매우 낯설게도 다가옵니다.   

홍차는 본래 중국에서 유래했으므로 발음이 세계 어디서나 비슷합니다. 튀르키예에서도 이를 "차이(p53)"라고 부르며, 현지에서 아주 널리 애용되는 음료입니다. 카페라는 업소 형태가 애초에 투르크 제국 이스탄불에서 기원했던 사실에서도 보듯 커피도 튀르키예인들이 널리 즐겨 마십니다. 베버리지를 넘어 주류가 p55 이하에 소개되는데 현지 여행 시 명소에서 홀짝이는 술 몇 잔은 영원히 추억으로 남으므로 여행 준비할 때 이 대목도 주의깊게 읽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맥주, 라크 등 현지인들이 즐기는 다양한 술들이 소개됩니다. 

튀르키예는 전성기뿐 아니라 지금도 아시아와 유럽에 걸친,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입니다. 특히 이스탄불은 1700여년 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건설한 이래 보스포로스 해협의 그 아슬아슬한 위치이므로 지정학적으로 여간 미묘한 위치가 아닙니다. 이런 도시에서 요즘 흔히 보듯, 두 대륙을 잇는 해저 터널이 있고 책 p74에 나오듯 2013년에 완공되었습니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대한해협에도 이런 교통 인프라를 두자는 논의가 몇 십 년 전부터 있었으나, 양국 사이가 좋지 않고 비용 부담 문제가 까다로울 뿐 아니라 한국 측이 일본 좋은 일만 시켜 줄 뿐이라는 분위기여서 진척이 안 되고 있습니다. 

투르크 제국은 한때 서방 세계 최강국으로서 문화적 유행을 선도하다시피 했으나 18세기 이후 국운이 기울었습니다. p116을 보면 베일레르베이 궁전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데 책에도 설명이 나오듯이 바로크 양식입니다. 루이 14세가 치세 초반에 유능하게 나라를 이끌어 가톨릭 르네상스가 일어났고 원래부터 투르크 제국은 프랑스와 다툰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서서히 국력이 투르크를 추월해 갈 무렵 프랑스는 이 나라에 영향을 많이 끼쳤습니다. 책에 나오듯이 19세기에는 유제니 황후, 20세기에는 에드워드 8세와 그의 연인이 이곳에 묵기도 했던, 아주 유서깊은 장소입니다. 

드넓은 아나톨리아 반도 서남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 달얀(Dalyan)인데 프렌즈 시리즈는 이처럼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고장까지 일일이 짚어서 알려 주는 점이 참 좋습니다. 프렌즈 시리즈가 언제나 그렇지만 현지의 교통편을 세세히 알려 주고, 이곳을 경유할 때 어떤 코스가 좋은지 여러 대안을 추천해 주는 점이 무척 도움이 됩니다. 컬러 사진도 무척 많은데, 늘씬한 여성분이 물가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이 이를테면 p302에 나옵니다. 이런 사진만 봐도 현지로 마구 달려가고 싶어지지 않을까요?(저는 그랬습니다) 

p300에는 줌후리예트 광장이 잠깐 언급되는데, 이 줌후리예트 비슷한 발음이 들어가면 대체로 "공화국"이라는 단어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웃나라 이란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p303에는 카리아 왕국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아나톨리아 반도가 농사도 잘되고 인구도 많으며 교통의 요지였다 보니 지금과는 전혀 다른 여러 문명의 흔적이 이렇게 남았습니다. 만지케르트 전투 이전에는 주민 상당수가 기독교도였고 그로부터 천여 년 전에는 사도 바울이 이 지역 곳곳을 누비기도 했습니다. 

불륨이 두툼한 만큼 정보가 정말 풍성하며 역시 프렌즈 시리즈가 최고의 여행서임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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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레볼루션 - 헤어 비즈니스 시장의 판을 바꾸는 여자
김민지 지음 / 라온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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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 나라에서 헤어샵만큼 레드오션인 곳도 드물 것입니다. 웬만한 창업은 말리고 싶다는 게 누구라도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저자 김민지 대표는 무려 14살때부터 미용을 해 오신 분인데, 경력 17년차라면 이제 31세이신 분입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는 데에 서른은 아직 젊은 나이라고 할 만하죠. 김 대표님이 걸어온 길을 보면 참으로 놀라운데, 자신의 유튜브 채널까지 따로 개설하여 팬들과 소통하고, 이 책 제목에 나온 대로 "마인드 레볼루션"이라는 독특한 경영 철학까지 전파하는 강사이기도 합니다. 아직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자신만의 프랜차이즈를 개설했었고, 지금도 거칠것없이 고도 성장을 계속하는 데에는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을 듯합니다. 

요즘 경영서들을 읽어 보면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직원들 기를 살리고 일할 맛이 나는 직장을 만들라는 지침입니다. 과거에는 어느 회사건 직원들을 뽑아놓고 등골을 뽑아먹듯 막 굴리는 게 마치 사장의 능력처럼 여겨졌습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후진적인 마인드로 직원 알기를 사노비처럼 아는 한심한 이들도 많은데, 요즘 세상에 그렇게 남한테 검은 속셈을 훤히 노출해서야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성공은커녕 감옥에나 안 가면 다행이죠. p48 이하를 보면 직원이 행복해야 그 행복해하는 마음이 고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사업장에 상서로운 기운이 감돈다는 대표님의 말씀이 나옵니다. 당연한 말 같아도 아무나 현장에서 쉽게 실천에 옮길 수 없는 원칙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역지사지라는 말을 쉽게 씁니다. 어리석은 이들은 이 말을, 일방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알아 달라는 뜻으로만 씁니다. 그런데 나부터가 남의 마음을 모르는데, 남이 내 마음을 어떻게 알겠으며 또 그래 줘야 할 이유가 뭐겠습니까? 일이 잘 풀리게 하는 사장님은 이처럼 경영마인드부터가 다른 게, 내 업장에 들어오는 손님들이 이처럼 기분부터가 확 달라지게끔 손님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딱 자리잡혀 있는 것입니다. 서비스업 종사자이면서 그저 자기 기분밖에 생각하지 않는 못난 사장들을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만나게 됩니까. 그런 사람들을 비웃을 게 아니라 나부터가 나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나도 똑같은 인간이면 그들을 비판할 자격이 안 생기는 겁니다. 

우리 주변에도 남자 머리만 전문적으로 커트한다는 매장을 종종 봅니다. 이런 매장이 내세우는 컨셉에 우리가 혹하게 된다면, 아마 전문적으로 남자 머리만 진짜 잘 만져 주겠거니, 여성을 상대로 할 때의 서비스 준비, 기술 발휘의 번거로움이 없을 테니 그만큼 비용이 저렴하겠거니 하는 기대감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 방문해 보고 혹 기대에 못 미친다면 그만큼 실망도 크겠고 말입니다. 반면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는, 없던 기술도 따로 배워서 시장을 넓혀도 시원찮을 판에 내가 잘하는 한 가지만 하겠다며 오히려 시장을 좁히는 직원을 만나면 다소 황당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만나 보니, 이분의 각오와 비전이 남다름을 알고, 김민지 대표는 이분을 오히려 밀어 주게 됩니다(p78). 업종전문화는 때로 레드오션의 뉴 블루 코너를 발견하는 신의 한 수가 되기도 합니다. 틈새시장하고는 또 좀 다른 의미입니다. 

p114를 보면 김민지 대표 경영의 세 가지 핵심가치가 나옵니다. 첫째 진정성, 둘째 성장, 셋째 선한 영향력입니다. 앞에서도 나왔지만 내 업장에 오는 고객들에게 친절하자, 이건 물론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  친절이 가식이면? 이것도 물론 불친절 무관심보다는 훨씬 낫습니다만 일단 가식도 24시간 뿜어내려면 본인부터가 피곤합니다. 게다가 가식 친절은 손 입장에서도 알아보기 때문에(신기하죠. 그런데 우리도 남이 나한테 가식인지 아닌지는 바로 알아봅니다), 별 효과도 없습니다. 그보다는 진정성이 중요하다, 나는 당신한테 돈을 받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해 주려고 한다, 이런 마음은 확실하게 전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희한하게도 그런 진정성 역시, 상대는 바로 알아봅니다. 우리가 그렇듯이 말입니다. 

리더는 직원을 그저 사람 좋다고 옆에 둬서 조직의 비능률을 초래해서는 안 됩니다. 처음에는 칼 같이 용인(用人)하며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던 리더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타성에 젖고 아첨꾼의 농간에 놀아나며 회사를 스스로 말아먹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p170을 보면 김민지 대표는 이런 조직이 노정하는 세 가지 문제점을 정리합니다. 첫째 동기저하와 불만 증가, 둘째 부정적 팀 문화 침투, 셋째 성과 저하입니다. 이 책 곳곳에서 강조되는 게, 조직은 잘나가고 못나가고 간에 그 자리에 가만있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잘나가면 잘나가는 대로 부족한 구석을 끊임없이 보완해야 하며, 못나가는 조직은 당연히 그것대로 체질을 근본에서부터 들어엎어야 하는 것이죠. 책을 통해 김민지 대표의 혁신 의지, 날마다 새롭게 거듭나려는 몸부림이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MZ세대 경영은 이래야 살아남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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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진 포즈 가이드 (POSING)
린지 애들러 지음, 홍성희 옮김 / 정보문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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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의 실물을 담아내는 매체라고 알고들 있습니다. 잘난 사람은 잘나게 나오며, 그렇지 못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사진의 심판을 받아들여야 하겠지요. 그런데 영어에도 do (her/him) justice 라는 관용표현이 있듯, 사진은 때로 찍히는 사람/사물을 올바르게도, 혹은 그릇되게도 담아냅니다. 즉, 오심(誤審)도 때로 저지른다는 뜻입니다. 모든 사진이 피사체를 온전히 평가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는 특별한 주의와 기술이 요구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인물 사진 포즈 가이드"입니다. 그럼 아무래도 전문 모델을 위한 책들이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물론 그분들이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앞에서 말한 이유 때문에, 이 책은 사진 찍는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찍히는 사람들이 더 멋지게, 더 아름답게 나오게 할지를 가르쳐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겉표지를 한 장만 넘겨 보면, 저자의 간단한 헌정사가 영문으로 쓰였는데, 책의 취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짧은 문장 안에 압축적으로, 또 거의 감동적일 만큼 멋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장을 넘기면 저자의 사진이 나오는데 깜짝 놀랄 만큼 미인이십니다. 아마 저자를 두고 사진을 찍는 이라면 이 책을 구태여 읽을 필요가 없을 듯한데 첫째 이유는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올 만큼 타고난 미인이라서이며, 둘째는 저자분이 이미 포징(posing)의 달인이시겠기 때문입니다. 

포징이라고 하니까 전신 포즈를 먼저 떠올릴 수 있지만 책은 제2챕터에서 얼굴 표정 연출하기를 다룹니다. 영어의 pose는 표정짓기, 각도, 노출 범위까지를 모두 포함할 수 있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들을 위해 "연출"이라는 상위 개념을 환기합니다(p36). 연출은 모델의 자세와 표정을 적극적으로 뽑아내는 지도(guide)를 뜻하는데, 사진사는 이를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행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찍히는 사물과 사람을 예쁘게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요즘 인oo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자세를 특이하게 취한다 싶은 사진들을 자주 보는데, 옆으로 돌린 자세로 시선을 준다거나, 고개를 기울인다거나 하는 게 알고 보면 사진사의 지시를 현장에서 받아서일 수 있습니다. 그런 개별 포징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들을 노리는 것인지, 이 책에는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보통 시중에 나온 포징 책은 정말로 전신, 혹은 반신 자세만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신경 쓰는 사진은 바로 얼굴을 다룬 것들입니다. 주로 카ooo이라든가 소셜미디어 프로필용으로 쓰기 위해서인데, 요즘은 필터도 많이 쓰지만 이제는 사람들도 많이들 알아보기 때문에 필터되어 게시된 사진은 다시 필터링들을 해서 받아들입니다. 그러니, 얼굴 사진은 처음 찍을 때부터 정석대로 잘 찍어서, 내가 이 사진을 통해 무슨 효과와 메시지를 낼 것인지 그 의도에 충실하게 뽑아내는 게 언제나 상책일 것입니다. 이 책은 이목구비를 선명하게 부각하는 법, 가르미와 입꼬리를 조화롭게 담는 법 등을 상세하게 가르칩니다. 예시로 실린 사진들도 선명한 화질, 최고의 기법이 동원된 것들이라서, 독자가 보는 즉시 이해가 됩니다. 아 이런 사진이라면 이렇게 찍어야 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고나 할지. 

한국에서는 헤드샷이라고 하면 주로 머리 부위를 "공격"하는 행위를 가리키는데, 원래는 사진 찍을 때 사람의 머리 중심으로 촬영하는 걸 더 자주 지칭합니다. 이 책은 그런 헤드샷 찍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치는데, 웬만큼 혼자 사진을 찍다 보면 이런저런 요령이 많이 느는데도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팁들이 많아서 유익했습니다. 이를테면 턱을 내밀고 아래로 내릴 때 헤드샷에서 어떤 효과가 나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헤드샷이라고 해서 프레임 안에 얼굴, 머리만 담는 게 아니고, 머리에 초점이 놓인다는 정도입니다. 어떤 사진은 거의 인물의 반신을 담기도 합니다. 

사진은 꼭 날씬한 미남미녀만 찍혀야 하는 건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런 책이 우리를 위하여 출판되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약간은 통통하다거나, 이목구비가 다소 부조화스러워도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큰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이 책만 해도 1990년대 모델처럼 뼈만 남은 체형을 가진 분들만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 이웃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모습들도 제법 많습니다. 그런 분들도 원칙과 기법에 충실하게 찍히다 보니, 사진이 그저 평범한 사진이 아니라 뭔가 메시지를 던지는 짧은 편지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서양인들이다 보니 특유의 진한 인상들이야 다들 갖췄지만, 잘 살펴 보면 팔다리가 특별히 길거나 비율이 압도적이라거나 하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약점들은 최소화하고, 피사체의 장점만을 극대화하는 게 바로 사진의 마법이겠습니다. 

손과 발은 꼭 가려야 할까요, 아니면 드러내어 그 나름의 기능을 주어야 할까요? 이 책의 단연 뛰어난 점은, 사진에서 특정 포징이 주는 효과, 메시지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쉽게, 예시와 함께 설명해 준다는 것입니다. 가려야 할 때는 가리고(주머니에 넣게 한다든지), 드러내게 할 때는 어느 각도로 어디를 부각할지 상황에 맞게 가르칩니다. 왜곡은 그게 필요할 때도 있는데, 못 찍는 솜씨는 멀쩡한 피사체도 못나게 왜곡하지만 이런 책에서 가르치는 기법은 왜곡도 사람을 예쁘게 내세웁니다. p223을 보면 과연 사진은 다른 세계로의 초대장과도 같은 마법을 발휘함을 알 수 있습니다. 

임신사진, 가족사진, 커플사진, 바디프로필까지 장르에 맞게 모든 문법이 다 소개된, 멋지고 쉬운 교과서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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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는 대학 생활 - 슬기로운 당신을 위한 진로 백서
홍기훈.김도경 지음, 김벼리 그림 / 북카라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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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은 매우 민감한 이슈입니다. 책 p32에 나오는 대로, 어떤 청소년들, 또는 영 애덜트들은 "왜 나는 잘하는 게 없을까?"라며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재능이란 사실 뭘 잘한다, 뭘 못한다가 칼로 두부 자르듯 명쾌하게 드러나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어떤 재능은 그저 파묻히기도 하고, 어떤 재능은 찬란하게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이런 건 당사자가 얼마나 긍정적인 마음을 품고 있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 지능 이론이 시사하는 바처럼, 지능이란 어느 하나의 요소로 이뤄진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를 당사자가 어떻게 잘 가꾸고 소중하게 키우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입니다. 

세상은 때로 우스운 결과를 랜덤으로 빚어내는 곳이라서, 능력도 정직성도 학력도 지능도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자가, 예를 들면 회식 자리에서 노래 한 곡 잘 뽑았다고 좋은 자리에 발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행운은 오래가지 못해, 결국은 한직을 뺑뺑이돌다 버려지기 마련입니다. 어느 회사, 심지어 대기업(p226)이라 해도 유력한 자가 쓰레기 처리 용도로 한껏 쓰고 나서 폐기처분하는 인력 한둘 정도는 자기 밑에 두곤 하니 말입니다. 이런 자한테 몇 푼만 쥐여줘도, 워낙 없이 살았다 보니 큰 출세나 한 양 감지덕지하여 부잣집 종놈이 주인에게처럼 굽신대는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하무인으로 교만하게 굽니다. 그런데 이런 구시대적 패턴으로 비굴하게 처세하는 자는, 결코 그 보잘것없는 자리나마 오래 지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결국 정의의 패턴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또 당대에 벌을 받는다고, 애도 그래서 그 모양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대 문제도 활용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p173에 나옵니다. 이 책에 나온 어떤 사례를 보면, 다양한 사람, 심지어 몸에 문신을 한 사람과도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 던져놔도 자신을 끝까지 지키면서 더 성장하는 사람도 있고, 요령이나 피우고 분위기 파악 못 한 채 까불다가 어디가 다쳐서 나오는 미련한 인간도 있지만 끝까지 정신 못 차리고 지가 잘난 줄 압니다. 그러니 아랫사람들이 따를 리가 있겠습니까? 어디 술집에 데리고가 줘서 환심이나 사려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입니다(그런 식이 아니면 남의 호감을 받지 못하는 불쌍한 유형이죠). 책 p175에 나오듯, 군대에서도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각종 자격증 취득을 위한 경로를 마련한다든가, 각종 특기를 살려 오히려 입대 전보다 더욱 특기를 살려 전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청년들은 이 점을 명심하고, 군대 18개월이 인생의 무덤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장래에 대해 어떤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 p136을 보면 린다 그랜턴 박사의 주장 그 한 예가 나오는데, 요즘은 인생에 있어 어떤 경계선이 없고, 모든 구간이 모호한 과도기로만 연속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요즘 사람들이 예전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지도 모릅니다(아이러니죠). 책에서는 이 때문에, 젊은이들이 성장을 매 순간 확인하려고 두려워하며 불안해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독자인 제 생각으로는(저자의 취지도 그런 듯하지만) 매 순간이 모호한 과도기라면 오히려 매 순간이 기회이기도 한 것 아니겠습니까? 막 늦었다고 불안해하지 말고, 챙길 건 확실히 챙긴다는 생각으로 현재의 업무(대학생이라면 공부)에 전념하다 보면, 결국은 원하는 자리에 가 있을 것입니다.  

p237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며 좋은 교훈을 들려 줍니다. 이미 10년 전에 중국 베이징 인근에서는 중관촌(中關村)이라는 게 형성되어 젊은이들이 창업에 몰두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지금은 중국의 공산품(비록 짝퉁, 불량 논란도 있지만)이 세계를 휩쓸게 되었지요. 지금 우리가 테무니 알리니 하는 데서 싼 제품을 살 수 있는 것도 결국 그 덕 아니겠습니까?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몇 달 전 중국에 가서 과잉생산 문제를 지적하며 덤핑 수출, 나아가 디플레이션 수출(?)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지만, 제가 보기에는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아니, 19세기 초 서세동점의 시기에 영국, 서유럽 상인이 대거 몰려온 건 과잉생산 문제 해결 목적이 아니면 뭐였다는 겁니까? 소비자가 값싼 물건을 소비하고 싶어하며 이 니즈를 맞춘 생산자만이 살아남는 건 시장 구조와 자본주의의 본질입니다. 이제 공수(功守)가 바뀌어, 과거에 주던 대로 돌려받는 건데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p230을 보면 공무원 시험 경쟁률만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의 예가 대조적으로 소개됩니다. 그래서 한국은 다들 편한 길만 가려다 보니(의대 입시 열풍도 마찬가지) 나라가 더 크지를 못하고 만성적인 경제 위기를 겪는 것입니다. 심지어 대기업조차, 줄만 잘 타고 능력은 하나도 없는 기회주의자 요령꾼이 득세하다 보니 서서히 저렇게 망조가 드는 거죠. 젊은이들은 알차게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되, 때로는 과감하게 난제에도 도전하여 자신과 사회의 앞날을 개척할 필요도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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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치활동 - 한국형 로비 대관활동 연구
윤홍근 지음 / 인간사랑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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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다시피 미국은 2차 대전 후 로비 활동이 합법화하여 직업적인 로비스트들도 다수 활동하는 실정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로비"라는 말 자체가 음습한 부정부패, 증수뢰, 범죄 등과 거의 동일시하는 형편이며 이 때문에 기업은 상시로 감옥에 발 한 쪽을 들여 놓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도 합니다. 법이란 본시 모호한 부분이 있어서 해석 적용에 따라 기업의 대외 활동, 특히 공직자들과의 소통 접촉 중 상당수가 범죄의 사전 정지 작업쯤으로 여겨질 소지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에선 이른바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는 중이니 로비는커녕 그 비슷한 활동도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매는 격이 되기 쉽습니다. 

이 책의 부제를 보면 "대관활동"이란 말이 나옵니다. 대관이란 용어가 낯설 수 있는데, 공연장 등을 대여한다는 뜻의 貸館이 아니라, 관가(官街)를 상대(相對)한다는 뜻에서의 對官입니다. 한국 같이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밀집하여 사는 나라에서는 각종 규제가 시행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어떤 종류의 사업을 하더라도 관공서를 방문하여 각종 신고, 허가, 인가를 넣거나 따 내야 합니다. 대관 활동 없이는 기업(규모를 막론하고)이라는 게 영위될 수가 없으며 존속부터가 불가능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표나 이사가 전과자가 되고 안 되고의 사정이 그저 우연이나 운수 등에 맡겨진다면 기업이 경제 활동이란 걸 할 수 없고 대한민국 자체가 흔들리는 게 당연합니다. 이제 로비는 분명한 기준을 정해서 합법의 영역으로 대거 편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도 변호사 연 2,000명 배출시대를 맞은지 오래인데 그 많은 신규인력을 어떻게 소화시킬지가 과제 중 하나입니다. 미국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하려면 꼭 변호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p67 이하에 잘 나오듯 잘나가는 로비스트 중 변호사가 꽤나 많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합법 로비는 여러 사람의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충돌지점들을 최소화하면서도 어느 누구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시키는 과정이니 마치 민사소송과 성격이 비슷합니다. 또 의회에서 주로 로비스트들이 활동하고, 의회란 본질적으로 법을 만드는 곳이니, 법률에 밝은 변호사들이 큰 활약을 펴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합니다. 

뉴스를 보다 보면 PAC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political action committee의 약자입니다. 아무리 돈이 당락을 좌우하는 미국 정치, 선거판이라고는 하나 이 단위를 거치지 않고는 돈을 모으거나 쓸 수 없습니다. 일정 규모 이하의 자금 출납만 허용되다 보니 재산가나 정치 거물, 고위공직자 상대뿐이 아니라 소시민, 대중을 향한 홍보, 동원, 모금 활동도 갈수록 중요해졌는데 이는 지금의 우리나라 실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그래스루츠(grassroots) 로비라 부른다고 합니다. 

Barry Baysinger 교수(p138)는 기업의 정치활동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그 기준은 근본적인 동기와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릅니다. 1) 영역 비교우위 창출 2) 영역 수호 3) 영역 유지. 2)와 3)의 차이가 있다면, 2)는 공공정책이 자기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최소한으로 묶으려는 활동(동기)이며, 3)은 개별 정책 사안이 기업 목표에 방해가 되지 않게 선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활동입니다. 2)는 이미 이뤄지는 공격에 대한 적극적 수비이고, 3)은 공격을 미연에 방지하는 빌드업에 가깝죠. 1)은 주로 타 경쟁기업들과 관련된 활동입니다. 

이러한 미국 학계의 분석틀을 기반으로, 책의 제4장부터 한국의 사례에 대한 분석이 본격 시작됩니다. 기업은 한편으로 명문대 졸업자들을 신입시절부터 입사시켜 엘리트 공직자들과의 인적 접촉 지점을 미리 만들어 양성하며, 한편으로 퇴직 고위 공직자들을 "고문"이라는 직함으로 영입하여 보다 직접적이고 단기즉효의 루트를 구축합니다. 

또 기업의 규모에 무관하게, 개별 로비스트들을 기용하기보다 단체를 만들어 대관 활동을 벌이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전경련, 상의, 무협, 경총 등이 그 좋은 예입니다. 탄핵 사태 때 전경련은 공식적으로 해체 움직임까지 있었으나 6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합니다. 단기적(일회성)으로는 거래형 접근법이 유효하겠고, 장기로 본다면 관계구축형이 더 효과적이겠으나 "정책 사안 관련 불확실성 정도가 크며 자원의 자산특정성 수준이 높다면 기업 정치 활동을 총괄적으로 수행하는 내부 조직을 편제해 두는 게 효율적(p242)"이라고 합니다. 

한국적 현실에서 로비의 무한정 합법화는 물론, 미국식의 제한적 합법화조차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엄연히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기업 로비 활동상을 감인하면 언제까지 이를 음지에 묶어 두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고 정경유착의 근착을 조장하게 방치할 수도 없습니다. 한국형 로비법제(p295)를 숙고와 연구, 공론화 끝에 조속히 마련하여 기업활동의 제고와 법의식 타락 방지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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