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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진 포즈 가이드 (POSING)
린지 애들러 지음, 홍성희 옮김 / 정보문화사 / 2024년 5월
평점 :
사진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의 실물을 담아내는 매체라고 알고들 있습니다. 잘난 사람은 잘나게 나오며, 그렇지 못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사진의 심판을 받아들여야 하겠지요. 그런데 영어에도 do (her/him) justice 라는 관용표현이 있듯, 사진은 때로 찍히는 사람/사물을 올바르게도, 혹은 그릇되게도 담아냅니다. 즉, 오심(誤審)도 때로 저지른다는 뜻입니다. 모든 사진이 피사체를 온전히 평가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는 특별한 주의와 기술이 요구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인물 사진 포즈 가이드"입니다. 그럼 아무래도 전문 모델을 위한 책들이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물론 그분들이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앞에서 말한 이유 때문에, 이 책은 사진 찍는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찍히는 사람들이 더 멋지게, 더 아름답게 나오게 할지를 가르쳐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겉표지를 한 장만 넘겨 보면, 저자의 간단한 헌정사가 영문으로 쓰였는데, 책의 취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짧은 문장 안에 압축적으로, 또 거의 감동적일 만큼 멋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장을 넘기면 저자의 사진이 나오는데 깜짝 놀랄 만큼 미인이십니다. 아마 저자를 두고 사진을 찍는 이라면 이 책을 구태여 읽을 필요가 없을 듯한데 첫째 이유는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올 만큼 타고난 미인이라서이며, 둘째는 저자분이 이미 포징(posing)의 달인이시겠기 때문입니다.
포징이라고 하니까 전신 포즈를 먼저 떠올릴 수 있지만 책은 제2챕터에서 얼굴 표정 연출하기를 다룹니다. 영어의 pose는 표정짓기, 각도, 노출 범위까지를 모두 포함할 수 있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들을 위해 "연출"이라는 상위 개념을 환기합니다(p36). 연출은 모델의 자세와 표정을 적극적으로 뽑아내는 지도(guide)를 뜻하는데, 사진사는 이를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행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찍히는 사물과 사람을 예쁘게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요즘 인oo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자세를 특이하게 취한다 싶은 사진들을 자주 보는데, 옆으로 돌린 자세로 시선을 준다거나, 고개를 기울인다거나 하는 게 알고 보면 사진사의 지시를 현장에서 받아서일 수 있습니다. 그런 개별 포징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들을 노리는 것인지, 이 책에는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보통 시중에 나온 포징 책은 정말로 전신, 혹은 반신 자세만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신경 쓰는 사진은 바로 얼굴을 다룬 것들입니다. 주로 카ooo이라든가 소셜미디어 프로필용으로 쓰기 위해서인데, 요즘은 필터도 많이 쓰지만 이제는 사람들도 많이들 알아보기 때문에 필터되어 게시된 사진은 다시 필터링들을 해서 받아들입니다. 그러니, 얼굴 사진은 처음 찍을 때부터 정석대로 잘 찍어서, 내가 이 사진을 통해 무슨 효과와 메시지를 낼 것인지 그 의도에 충실하게 뽑아내는 게 언제나 상책일 것입니다. 이 책은 이목구비를 선명하게 부각하는 법, 가르미와 입꼬리를 조화롭게 담는 법 등을 상세하게 가르칩니다. 예시로 실린 사진들도 선명한 화질, 최고의 기법이 동원된 것들이라서, 독자가 보는 즉시 이해가 됩니다. 아 이런 사진이라면 이렇게 찍어야 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고나 할지.
한국에서는 헤드샷이라고 하면 주로 머리 부위를 "공격"하는 행위를 가리키는데, 원래는 사진 찍을 때 사람의 머리 중심으로 촬영하는 걸 더 자주 지칭합니다. 이 책은 그런 헤드샷 찍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치는데, 웬만큼 혼자 사진을 찍다 보면 이런저런 요령이 많이 느는데도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팁들이 많아서 유익했습니다. 이를테면 턱을 내밀고 아래로 내릴 때 헤드샷에서 어떤 효과가 나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헤드샷이라고 해서 프레임 안에 얼굴, 머리만 담는 게 아니고, 머리에 초점이 놓인다는 정도입니다. 어떤 사진은 거의 인물의 반신을 담기도 합니다.
사진은 꼭 날씬한 미남미녀만 찍혀야 하는 건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런 책이 우리를 위하여 출판되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약간은 통통하다거나, 이목구비가 다소 부조화스러워도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큰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이 책만 해도 1990년대 모델처럼 뼈만 남은 체형을 가진 분들만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 이웃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모습들도 제법 많습니다. 그런 분들도 원칙과 기법에 충실하게 찍히다 보니, 사진이 그저 평범한 사진이 아니라 뭔가 메시지를 던지는 짧은 편지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서양인들이다 보니 특유의 진한 인상들이야 다들 갖췄지만, 잘 살펴 보면 팔다리가 특별히 길거나 비율이 압도적이라거나 하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약점들은 최소화하고, 피사체의 장점만을 극대화하는 게 바로 사진의 마법이겠습니다.
손과 발은 꼭 가려야 할까요, 아니면 드러내어 그 나름의 기능을 주어야 할까요? 이 책의 단연 뛰어난 점은, 사진에서 특정 포징이 주는 효과, 메시지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쉽게, 예시와 함께 설명해 준다는 것입니다. 가려야 할 때는 가리고(주머니에 넣게 한다든지), 드러내게 할 때는 어느 각도로 어디를 부각할지 상황에 맞게 가르칩니다. 왜곡은 그게 필요할 때도 있는데, 못 찍는 솜씨는 멀쩡한 피사체도 못나게 왜곡하지만 이런 책에서 가르치는 기법은 왜곡도 사람을 예쁘게 내세웁니다. p223을 보면 과연 사진은 다른 세계로의 초대장과도 같은 마법을 발휘함을 알 수 있습니다.
임신사진, 가족사진, 커플사진, 바디프로필까지 장르에 맞게 모든 문법이 다 소개된, 멋지고 쉬운 교과서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